김초엽, 천선란, 김혜윤, 청예, 조서월 지음 허블 펴냄
한국과학문학상과 젊은작가상. 한때 이상문학 상을 둘러싼 화제성이 옮겨간 앤솔러지 맛집이 다. 이중에서 한국과학문학상은 SF라는 특정 장르를 다루는 신인문학상의 성격이 강한데, 2회인 2017년에 김초엽 작가가 <관내분실>(중단편부문 대상)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중단편부문 가작)을, 2년 뒤 천선란 작가가 <천 개의 파랑>(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 즈음해서 나온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는 이제 10년이 된 한국과학문학상의 대표작가 앤솔러지다. 김초엽, 천선란, 김혜윤, 청예, 조서월의 소설이 실렸다. 김초엽 작가의 <비구름을 따라서>는 룸메이트였던 이연의 추도장을 보민이 받으면서 시작한다. 문제는 그 추도장을 보낸 사람이 망자인 이연 본인인 데다가, 버려도 계속 초대장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현실에 없는 물건을 만들고 설명하는 게임 ‘노바 파우치’를 같이한 적이 있다. (게임의 규칙은 어딘지 SF 소설가의 일과 닮았다.) 보민은 추도회에 갔다가 이연의 죽음을 알지도 못하는 채 초대받아온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이 죽으면 남은 사람들은 수수께끼를 떠안고 살게 된다. 그 사람의 죽음에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면 더 그렇다. 김초엽은 그리움을 SF 퍼즐과 단단히 결합시킨 뒤 비밀을 풀어간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에 대한 단단한 이야기. 천선란 작가의 <우리를 아십니까>는 부부로 살아가는 두여자가 주인공이다. 치명적인 병을 얻어 존엄 사를 기다리고 있었고, (암전), 아내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기를 통해 “너는 좀비야. 물렸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어쨌거나 이제 아내는 없고 인간은 처참하게 박멸되었다. 천선란표 좀비물은 고독의 연대기가 된다. 하지만 혼자이지만은 않은. 청예의 <아모 에르고 숨>은 99% 동일한 유전 정보를 가진 복제체와의 섹스가 외도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연인이 배신감에 떠나버리자 복제체가 더이상 흥미롭지 않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게 자리를 바꾸며 기묘해진다.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를 읽고서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언제까지고 존재(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환기하는 죽음을 떠올렸다. 궁극의 종결, 이별, 슬픔과 그리움을 넘어서고자 하는 부질없는 시도와 어쩌면 성공할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SF라는 장르가 가장 잘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