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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을 두 종류로 나누자면 단골이 될 수 있는 사람과 단골이 될 수 없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손님으로 어느 가게를 자주 가서 단골의 자격이 충분해졌더라도 주인이 나를 아는 체를 하는 순간, 그곳을 더는 들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누군가는 분명 이런 태도가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 같다.
과거 일을 예로 들자면 이런 식이다. 예전 집 근처 편의점에서 늘 비슷한 시각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먹었는데 어느 날 직원이 말을 건넸다. “이 아이스크림 맛있죠? 저도 맛있더라고요.” 대충 그렇다고 쑥스러워하며 대답은 하고 나왔지만 그 이후부터는 다시는 거기에 가지 못했다. 이유는 바로 내 존재를 들켜버린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물론 나는 비밀 요원도 아니고, 부끄러운 짓을 하지도 않았다. 나는 진심으로 익명의 ‘손님1’이고 싶은데, 한순간 ‘이 근처에 살고, 매일 특정 아이스크림을 비슷한 시간대에 사 먹는 20대 남자’로
[이동은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단골이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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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을 미친 듯이 달리기만 했죠. 달려야만 했고, 불안했고…”, “내 페이스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냅다 달렸어요. 전력 질주.” 달리기 얘기인가 했는데 일, 아니 삶에 관한 고백이었다. 4부작으로 방송된 Mnet <달리는 사이>는 데뷔 4년차부터 14년차까지 20대 여성 가수 다섯명이 여행하며 러닝 코스를 함께 달리는 프로그램이다. “달릴 때 숨차면 오히려 속도를 낮춰. 그래도 된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하니), “저는 늘 앞일을 걱정해서 하루를 망쳐왔어요. 그런데 오늘 달린 산길은 커브가 많으니까 다음에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는 거예요. 다음 길에 가서야 알 수 있더라고요. 가서 보면 되니까 아무 생각하지 말자” (유아) 등 이들이 달리기를 통해 인생을 배우는 과정이 아름다운 풍광 속에 펼쳐진다.
‘달리기’와 ‘일하기’의 의미가 겹치고, 비슷한 생활 속에서 비슷한 압박감을 느껴온 동료와 가까워진 출연자들은 점점 깊게 담아두었던 얘기를 꺼낸다. “무
Mnet '달리는 사이' - 느려도, 쉬어도, 멈춰도 괜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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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3일,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영화제 형식의 페스티벌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집행위원회는 “코로나19 유행과 극장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 그에 따른 한국영화계의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앞으로 단편영화는, 또 영화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긴 고민의 시간”을 가진 끝에 영화제 운영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진감독들의 다채로운 장르적 감각을 발굴하고 나홍진, 조성희, 엄태화, 장재현 감독 등 2000년대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감독들의 등용문이 되어줬다는 점에서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운영 종료 소식은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으로 지난해 말부터 연이어 들려오는 각종 영화 사업과 영화제 운영 중단 소식이 일련의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와 KT&G상상마당 영화사업팀, 인디다큐페스티발과 미쟝센단편영화제.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상징하던 존재들의 사라짐은
[장영엽 편집장] 존재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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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라니. 기이한 바이러스가 온 나라를 뒤덮고, 사람이 끊임없이 병들어 죽어나가는데도 ‘새해’가 올 수 있구나. 이래서 ‘세월’을 가리켜 참 ‘속절없고’, ‘가차 없다’고들 하는구나.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 문자를 보내려 했을 때 꽤 망설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메일 끝에 종종 “무탈하게 지내세요” 라고 적긴 했지만 왜인지 입이 썼다. 일단 ‘감염’은 ‘무탈하게 지내고 싶은’ 내 의지와 소망을 전혀 개의치 않는 사태이며, 무엇보다 일신의 무탈을 비는 내 소망이 조금은 ‘보신주의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미 ‘탈’이 났고, ‘탈’이 날 확률이 높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안위를 돌보고 개선하지 않는 이상 ‘무탈’은 그저 요행일 뿐이지 않은가.
‘건강하세요’라는 말도 버석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애초에 형용사를 명령형으로 사용하는 것부터가 입에 붙지 않을뿐더러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건강’이 곧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신체’라는 뜻의 ‘유용성’과 ‘정상성
[오혜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모두에게 복된 새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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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에서 인공지능(AI)의 오류는 종종 로맨틱한 계시로 쓰였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목적지에서 벗어난 곳을 안내해 운명의 상대 앞으로 이끌거나, AI 스피커가 엉뚱한 대답을 하며 앞으로 일어날 만남과 사건을 예언하기도 했다. 한데 MBC every1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의 냉장고 AI ‘장고’는 맛이 간 인간을 귀신같이 골라낸다. 펠리컨 전자 ‘음성인식 스마트 가전 유비쿼터스 혁신개발팀’ 과장 대행 서지성(송하윤)은 말한다. “음식물이 어떤지를 말해 달랬더니 인간이 어떤 상태인지 감별하고 있는 미친 냉장고”라고.
사용자가 전날 무엇을 먹었는지 알려주면 보관 중인 식재료를 바탕으로 다음날 메뉴를 추천해주는 간단한 기능도 자꾸 실패해 지성의 애를 먹이던 장고는 기판 합선 이후, 허용되지 않은 데이터를 긁어와 인간을 판별하기 시작한다. 개개인의 카드사용 내역과 은행 잔고, 사적인 메신저, SNS 기록, CCTV 영상까지 뚫고 분석한다. 장고는 지성과 결혼을 앞
드라마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A.I.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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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만큼 1월 1일이 오길 간절히 기다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뒷자리 숫자가 하나 바뀐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많은 것들이 변할 리 없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뒤로하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을 의지를 주는 새해맞이 ‘리셋’의 효과가 올해는 더 절실했으니까. 그러나 새 출발의 산뜻한 기분을 만끽할 새도 없이 팬데믹 시대의 엄혹한 리얼리티는 겨울바람처럼 매섭게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을 분노로 들끓게 한 정인이 사건을 시작으로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까지 그야말로 다이내믹한 사건 사고를 릴레이로 접하고 나니 일시적인 기분 전환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일을 겪게 되더라도 일시에 무너지지 않도록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을 바꿀 수 없을 때, 현실이 아닌 세계로의 도피는 꽤 유용한 출구가 된다. 2021년 출격을 앞둔 많은 한국영화 신작들이 우주로(<
[장영엽 편집장] 한국영화의 경이로운 미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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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년 통권 특대호는 <씨네21> 25주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대면 마감으로 제작되었다. 기자들이 출근하지 않는 사무실에서 줌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원고를 읽자니 2020년에 겪어야 할 ‘처음’이 아직도 남아 있었구나 싶다. 그래도 신년 특대호의 최종 마감일이자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은 2주 만에 회사를 찾은 기자들의 근황 토크로 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마감을 진행하고 있다. 어느덧 <씨네21> 취재팀의 연말 전통이 되어버린 송경원 기자의 수제잼 증정식과 더불어 시식 후기는 SNS에만 올릴 테니 2021년에는 꼭 소셜 미디어 계정을 만들라며 송슐랭 기자를 압박하는 기자들의 티키타카가 새삼 반갑게 느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차분하고 담담한 분위기의 연말이지만 독자 여러분도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호는 <씨네21>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통권호이기도 하다. 1287, 1288호 두권 분량에 이르는 특집을 한권에 담은 스페셜
[장영엽 편집장] 2021년,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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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답답해 미칠 노릇이다. 바틀비는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필사를 하고 나면 그걸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는데도, 당신은 여기 직원이니 잠시 나를 대신해 우체국에 다녀와달라는데도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그는 오로지 사무실 한켠에 은신한 채 오로지 필사 업무만을 하다가, 결국은 그 업무마저도 중단하고, 변호사와 바틀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물론 그 새로운 국면 속에서도 바틀비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뭘 어쩌라는 건가? 허먼 멜빌의 <바틀비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은 생각한다. 아니, 다 안 하고 싶다고 말할 거면 회사를 왜 다닌단 말인가? 하지만 바틀비는 반복적이고 집요하게 우리의 이런 믿음을 건드림으로써, 우리가 합의하고 있는 사회적 약속이 말 그대로 ‘사회적 약속’임을, 즉 우리가 임의적으로 정한 규칙이고 고정불변의 진리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우리의 기반을 뒤흔드는 일이기에 그는 불온한 인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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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곱슬곱슬한 사람들이 모여 국물용 멸치 대가리를 따고 있다.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언니네 국수’를 꾸려가는 이들은 점심 장사를 마치면 인간의 몸에 들어간 악귀를 사냥하는 ‘카운터’로 활동한다. 고등학생 소문(조병규)은 어느 날 머리가 곱슬곱슬해지는 일을 겪고 국숫집에 불려왔다. 후천적 곱슬머리는 저승과 연결되어 그 힘을 받은 이들의 공통점이란다. 악귀 잡는 일을 함께하는 동료가 되라니 소문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카운터 도하나(김세정)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필요한 말만 하고, 가모탁(유준상)은 입이 거칠다. 리더 추매옥(염혜란)이 이들을 대신해 쭈뼛거리는 신입의 이름을 참 많이 불러준다. 바로 앞에 두고도 ‘소문아, 소문이 너는, 소문이가’ 하는 식이다. 처음엔 군더더기 대사가 아닌가 싶었는데, 지긋한 목소리로 자꾸 불러주니까 가끔 눈물이 핑 도는 기분이 든다. 소문이 처음 출동한 날, 가정 폭력이 벌어지는 반지하 방 창문을 바로 뜯고 들어간 덕분에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피해자 곁에 머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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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영화, 영화인을 집계하는 연말 송년 설문 기간은 한해 동안 관람한 영화에 대한 정리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 작품, 저 작품을 떠올리며 영화 목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영화의 이미지들이 겹치고 포개져 어떤 경향을 이루는 순간도 종종 마주하게 된다. 나에게 2020년의 한국영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어딘가로 헐레벌떡 도망치는 누군가의 당혹스러운 모습으로 기억될 듯하다.
<사냥의 시간>과 <#살아있다>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콜>에 이르기까지 올 한해 관객을 만난 화제의 한국영화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만날 수 있었다. 벼락처럼 불현듯 닥친 재난 앞에서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의 탈주를 꿈꾸며 살아남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는 2020년의 한국영화 속 인물들의 악전고투는 코로나19 팬데믹 훨씬 이전부터 지금, 여기의 한국 사회에 디스토피아가 당도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생존 이외의 모든
[장영엽 편집장] 뜨거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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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작가가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 감염경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동료 변호사의 법무법인에 밀접 접촉자가 발생했다. 의뢰인과의 식사 자리를 거절할 수 없어 나갔는데 그 자리에 확진자가 있었단다. 법인 직원 전원이 진단검사를 받고 법인 일시 폐쇄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내 사무실은 여의도에 있다.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로 내 사무실이 입주한 빌딩에도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우편물이 쌓인 우편함, 한산한 엘리베이터. 우리 건물은 고통 분담을 위해 관리소장직을 무급으로 전환해 효율적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공지가 붙었다. 집합건물 관리소장은 보통 소방법 등에서 정한 자격이 있고 기간제법 예외사유에 해당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 고령노동자다. 아마 고용유지조건으로 무급에 동의했을 것이다. 관리소장이 무급이 되며 관리비가 아주 조금 줄어들었다. 임대료는 (당연히) 조금도 삭감되지 않았다. 어쩌다 다른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타면 십중팔구 주식이나 부동산 이야기를 듣는다. 주식 투자니 트레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실패가 너무 가까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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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차별’이라는 말이 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일상적으로 만연해 있고 점점 쌓이며 유해함을 키워가는 차별을 뜻한다. 2017년, 수신지 작가가 SNS를 통해 연재한 웹툰 <며느라기>는 한국에서 기혼 여성이 흔히 경험하는 먼지 차별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입소문만으로 구독자 60만명을 훌쩍 넘기는 파란을 일으켰다. 갓 결혼한 회사원 민사린이 “시가 식구에게 예쁨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시기”인 ‘며느라기(期)’를 거치며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가부장제의 부조리를 깨달아가는 이 이야기가 요즘 다시 화제를 모은 것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며느라기>가 카카오TV에서 방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짚고 넘어가자니 치사스럽고, 그냥 넘어가자니 찜찜하다는 것이 먼지 차별의 특성이다. 맞벌이하는데 아들만 ‘가장’이라 치켜세우고, 갈치조림을 먹으면서 며느리에겐 굳이 무를 권하며 선물로 앞치마를 건네는 시모는 가장 눈에 띄는 ‘빌런’이다. 그러나 민사린(박하선)
'며느라기', 정신 들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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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왔음을 실감하는 한주였다. 즐겨 찾던 가게가 문을 닫았고, 안전문자의 문구와 동선으로 존재하던 확진자 정보에 지인들의 얼굴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든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취재 일정을 이어가는 <씨네21> 기자들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과 평안을 잃지 않는 연말을 보내시길 바란다.
지난호에 이어 준비한 두 번째 연말 결산 특집 기사에서는 올 한해의 주요 사건과 변화들을 키워드별로 정리해보았다. 시시각각 사건, 사고가 잇따랐던 2020년은 최전방에서 영화계 이슈를 접하는 매체의 입장에서도 흐름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던 한해였는데, 1년 동안 한국 영화산업이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이번호 결산 기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에서 영화가 먼저 개봉하고 배급의 마지막 단계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영화가 공개
[장영엽 편집장] 2020년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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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는 TV나 잡지 등에 소개되는 다양한 수집가들을 보면서 언젠가 자본 여력이 된다면 개인이 모은 수집품들을 모아 ‘박물관의 박물관’을 만들고 싶었다. 각자에게는 소중하지만 박물관으로 가기엔 다소 가치가 떨어지는 개인의 하찮은 수집품들을 모은 박물관 말이다. 그런 수집품들은 대부분 개인의 생애와 함께 사라져버리는 게 보통이라 그게 너무 아쉬웠다. 울산에 사는 김씨가 수십년 동안 모았던 각종 라면 봉지나, 서울 사는 박씨가 모은 오래된 전자제품 등 이런 수집품들이 한데 모여 있는 박물관이라니, 생각만 해도 멋지다.
나 역시 소소한 수집을 하고 있는데, 물건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채집 활동으로, 대략 2006년부터 틈틈이 거리의 간판 사진을 찍고 있다. 대개는 오래된 간판이나 손으로 직접 쓴 글씨, 수작업으로 제작한 간판들이다. 1천여 군데 장소에서 채집한 사진들은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두었지만 ‘걷다가 만난 글자’란 이름의 인터넷 블로그(2777.tistory.com)에도
[이동은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채집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