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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일찍 일어나기, 오래 걷기, 낯선 동네 찾아가기. 굳이 변명하자면 저혈압, 평발, 방향치기 때문이고 솔직히 말하면 그저 게을러서일 뿐인 이 모든 태도는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는데, 바로 여행에 대한 귀찮음이다. 게다가 10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녀온 유럽 여행은 아름다운 추억보다 카메라를 누구 가방에 넣느냐, 오늘 점심 때 뭘 먹고 내일은 어디를 구경할까 따위의 사소한 일들로 친구와 끊임없이 신경전을 펼쳤던 부끄러운 기억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눈앞의 멋진 풍광에 잠시 감격한 나머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엄마 아빠 모시고 다시 올게요”라는 엽서를 집으로 보냈던 패기는 수년 뒤 부메랑이 되어 날아왔고, 결국 더치페이로 온 가족이 떠난 미국 여행은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여행에서 몸이 힘든 건 당연하지만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심신이 다 힘들구나! 왜 아버지는 가이드의 안내를 듣다 말고 휑하니 먼저 가버리실
[최지은의 TVIEW] 한수 배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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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도미에의 <삼등 객차>(1862∼64, 맨 위)와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1808년 5월3일>(1814, 위). <설국열차>가 기억에서 끌어내는 두점의 그림이다. 영화에는 그림으로 설국열차의 역사를 기록하는 화백이 등장하는데 그가 그린 ‘꼬리칸’ 사람들은 특히, 도미에가 즐겨 묘사한 고단한 노동자들을 많이 닮았다.
7/5
일부러 암기하거나 메모해두지 않았어도 개봉연도와 관람한 극장을 대뜸 댈 수 있는 영화들이 있다. 학창 시절 본 영화들이 주로 그렇다. 함께 보러간 친구만 기억나도 바로 학년이 나오니까. <지존무상>은 교실 뒷줄의 키 큰 친구들끼리 어울려 단성사에서, <굿바이 칠드런>은 대학 입시를 마친 겨울에 씨네하우스에서, <미드나이트 런>은 파고다극장에서 두 학번 선배였던 사촌오빠와 봤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의 한국 개봉은 1990년 봄이 확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입체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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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제대를 앞두고 대형 사고가 터졌다. 오후 근무 중이었는데 부대 내 순찰을 돌던 옆 소대 동기가 당직실에 들어와 뭔 일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뭔 일은 뭔 일. 혹시나 싶어 소대원들이 생활하는 내무반 문을 열었다. OOO 병장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었다. 몸살이라도 걸린 건가. 다른 후임병에게 물었지만 우물쭈물 답이 없었다. 한숨 자고 나면 낫겠지 싶어 돌아섰다. 그때 침상 아래 누군가가 뚝뚝 흘린 핏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심상치 않아 이불을 젖혔다. 누워 있던 OOO 병장의 눈두덩은 새까맣게 멍이 들어 있었다. 의식도 전혀 없었다. 구급차를 불러놓은 뒤 소대원들을 모두 소집했다. 하극상이었다. 바깥에서 주먹을 쓰고 살았다는 OOO 상병이 OOO 병장이 쏟아낸 욕설을 참지 못하고 폭행을 가했던 것이다. OOO 상병은 내무반에서 스스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그러는 동안 구급차가 도착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OOO 병장을 부축
[에디토리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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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화백을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의 작품 목록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영화로 히트를 친 <식객>과 <타짜>는 모두 한번씩 들어보셨을 겁니다. 허 화백이 지난 6월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만화미래발전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당시 토론회에서의 그의 발언이 칼럼니스트 서찬휘씨의 블로그를 통해서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스마트폰용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콘텐츠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식객2> 연재를 시작했고,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과 다수의 히트작을 가진 레전드의 만남은 큰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성과는 미비했던 듯합니다. 몇몇 이들은 그의 이런 모습에서 작가의 도전을 본 것 같습니다만 전 좀 달랐습니다. 유료결제비율보다도 제가 주목했던 것은 “<식객> 이후 연재할 곳을 찾아서 8개월을 허비했다”라는 그의 한숨 어린 토로였습니다.
물론 매체의 사정과 합당한 대우라
[김남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문화생태계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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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일치 일기에 <마스터>의 스포일러가, 7월4일치에 <사이드 이펙트>의 가벼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13년이 절반이나 남았지만,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뒤집어 입고 나오는 군데군데 해진 큼직한 흰색 반팔 티셔츠는 ‘올해의 영화 의상’ 부문의 강력한 후보다. 옷이 인물과 상황을 대변한다.
7/1
2차대전에서 살아 돌아온 <마스터>(2012)의 프레디 퀠(와킨 피닉스)과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의 19세기 석유 개발업자 대니얼 플레인뷰(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모두 몸을 의탁할 공동체를 은밀히 갈망하는 부서진 개인이다. 두 사람은 세상이 번영할 거라는 확신이 지배하는 시대에 남몰래 정신적 미아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겪는데, 대니얼은 그것을 표현하지 않고 프레디는 뒤틀린 방식으로나마 토로한다는 점이 다르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두 영화에 앞서 만든 현대극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알약처럼 삼키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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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가을이었다. 담임 선생이 갑자기 수업을 멈추더니 모두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였다. 선생들은 곧이어 정문 바깥으로 학생들을 몰았다. 무슨 일인지 도로엔 지나는 차가 전혀 없었다. 시키는 대로 학생들은 정문 앞 대로변에 쭉 늘어섰다. 조금 있다가 보이지도 않는 대열의 끝에서부터 박수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리고는 고급 승용차 몇대가 눈앞을 쓱 하고 지나갔다. 모두들 손을 흔들었으나 영문을 아는 이는 없었다. 검은 차에 누가 타고 있었는지 아무도 몰랐다. 교실에 돌아온 담임 선생은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날 학교 앞을 지난 사람이 전두환이었음은 아버지가 말해줘서 뒤늦게 알았다. 그때 고작 여덟살이었다. 특별한 감정이 들진 않았던 것 같다. 인지하지 못했던 수치심과 모멸감은 10년이 다 돼 갑자기 찾아왔다. 김진경 시인이 쓴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를 읽다가, 내가 다닌 초등학교가 광기의 폭력으로 무장한 계엄군의 최초 집결지였음을
[에디토리얼] 울지 마라 냄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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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짝사랑하던 변호사에게 눈물의 키스를 하고 훌쩍 떠났던 소년이 1년 뒤, 사체 손괴와 은닉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되어 돌아왔다. 기억을 잃고,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신비한 능력도 사라진 소년 박수하(이종석)는 자신이 정말 죄를 저지른 게 아닐까 두려워한다. 정황도 범행동기도 증거품도 증인도 불리한 사건. 게다가 피고인이 죄를 부인할 의지도 없으니 변론을 맡은 장혜성(이보영)은 난감하기 그지없다. 지난 기억이 없는 수하에게 혜성은 그저 국선전담 변호사일 뿐이고 “아무도 내 편 안 들어줄 때,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10회, 국선전담 변호사의 의미를 담은 수하의 말에 마음이 울컥한 한편으론 어쩐지 지나치게 감상적인 정의가 아닌가 싶어 한발 물러서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째서일까. 아마 평소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에게 품은 인상이나 기대가 ‘내 말, 나의 진실을 믿어주는 공명정대한 사람’에 가까웠기 때문이겠지
[유선주의 TVIEW] 내 편 들어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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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거인>(1808∼12. 고야의 제자 작품이라는 주장도 있다)은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방영에 이어 <퍼시픽 림>이 개봉하면서 부쩍 눈에 밟히는 그림이다. 도시를 부수는 거대 로봇과 괴수야 여름마다 보는 화상들이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짐승 냄새나는 스펙터클은 고야가 그린 몇몇 무서운 그림의 직계로 보인다.
6/17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출연한 팟캐스트 <필름메이커와의 만남>(Meet the Filmmaker)을 듣다 귀를 쫑긋했다. <코스모폴리스> 개봉 즈음인 2012년 8월 크로넨버그 감독과 주연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함께 뉴욕 증권거래소를 찾아 개장을 알리는 종을 울렸다는 일화가 언급된 대목이었다. “유령이 세계를 홀리고 있다. 자본주의의 유령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하는 영화로서 확실히 특이한 홍보 이벤트 아닌가. 나와 비슷한 의아함을 표하는 사회자에게 크로넨버그 감독은 &l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보여주지 않는 그래서 알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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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해도 되죠?” <신라의 달밤>(2001) 개봉을 앞두고 김혜수를 인터뷰할 때였다. 사진 촬영을 끝낸 뒤 김혜수는 너무 피곤하다면서 누워서 인터뷰를 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 인터뷰가 취조도 아니고 면접도 아닌데요, 그럼요, 라고 말하기 전에 김혜수는 이미 하이힐을 벗고 소파에 몸을 뉘였던 것 같다. 그때 무슨 질문을 하고 어떤 답변을 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정신분석이라도 받는 사람처럼 편히 누워서 촬영장에서의 기억을 하나씩 토해내는 모습은 뇌리에 오래 남았다. 그리고 그의 답변은 진실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졌다.
<오로라 공주>(2005)를 끝낸 뒤 문성근을 인터뷰할 때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그는 스튜디오나 카페 대신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만나자고 했다. 인터뷰 도중 잠깐 참석해야 하는 행사가 그 곳에서 있어서라고 했다. 기념관 회의실을 인터뷰 장소로 따로 구해야 하나 싶어 두리번거렸는데 문성근은 뭐하냐면서 그냥 풀밭에 앉아서 하
[에디토리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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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대선 개입과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연일 매스컴이 시끄러운 요즘 많은 사람들은 과연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는 건지, 뭐가 잘못된 건지, 앞으로 잘될 수는 있을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입장이 서로 다른 정치인들이 자기가 옳다며 떠들긴 하는데 매스컴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는 너무나 산만하고 정확히 무엇이 본질인지 알기도 쉽지 않다.
복잡할수록 정도를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또 훌륭한 답은 반드시 훌륭한 질문으로부터 가능하다는 말도 있다. 만약 지금 이 상황이 무척 혼란스럽게 느껴진다면, 바로 지금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적기인 셈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사실 던져야 할 질문은 쉽게 떠오른다. 즉 ‘국가기관이 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는 걸 인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국가기관이 선거에 어떠한 형태로든 개입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아마 전자의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게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외부인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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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로맨스에 감정이입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원체 감수성이 메마른 성정이기도 하거니와, 사람끼리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라 스토리가 사랑에 빠지도록 캐릭터의 등을 떠미는 티가 나는 작품이면 아무리 절절한 로맨스가 펼쳐져도 멀뚱한 구경꾼이 되는 기분이다. 굳이 부모의 원수의 자식과, 또 굳이 어린 시절 잠시 스쳤던 그 아이와 사랑에 빠져야 한다는 주문에라도 걸린 듯 마주치자마자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러브 미션의 단계를 밟아나가는 캐릭터들에게서는 연애의 설렘보다는 비장한 의무감이 먼저 느껴질 정도다. 예쁜 건 기본이라 쳐도 밝고 순수하거나 청순하거나, 하다못해 너무 열심히 살기라도 해서 단점을 찾기 힘든 여주인공들도 딴 세상 사람들만 같다.
그런데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장혜성(이보영)이 나타났다. 고등학생 때 엄마(김해숙)가 가정부로 일하던 판사 집 딸 서도연(이다희)의 한쪽 눈을 실명시킬 뻔했다는 누명을 쓴 뒤 퇴학까지 당해 인생이 단단히 꼬
[최지은의 TVIEW] 세상 끝에 홀로 버려진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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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를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 7월4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발표한 ‘콘텐츠 산업 진흥계획’의 일부다. 제한상영관이 없는데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하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영화계 안팎의 볼멘소리에 대해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던 정부가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이다. “창조시대에 걸맞은 등급심의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에 따라 영화부문 이외 분야에서도 심의제도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물 등급분류에 있어 민간 자율성 확대, 뮤직비디오 사전 등급분류제도 폐지, 만화업계의 웹툰 자율심의 제도화” 등도 주요 내용에 포함됐다.
규제보다 지원을, 심의보다 자율을 강조한 문체부의 이번 발표는 일단 박수를 보낼 만하다. MB정부가 출범 초기 보였던 광폭 행보와 비교하면 특히 그렇다. 5년 전, 문체부는 주요 업무를 모두 물리치고 대운하 사업, 4대강 정비 사업, 촛불시위 대응 등 ‘정부의 주요
[에디토리얼] 어둔 밤에 손짓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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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처럼 회자되는 1969년의 우드스탁페스티벌 때문일까. 여름이 오면 축제가 그리워진다. 꽃축제 단풍축제 그런 거 말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며 행복해지는 ‘사람의 축제’ 말이다. 반전과 평화, 인종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에 대한 저항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갈구한 플라워 무브먼트 세대의 낭만적 해방구였던 우드스탁의 슬로건은 ‘평화와 음악의 3일’이었다. 2013년 여름, 한국에서는 ‘평화와 책의 100일’이라는 슬로건이 나부끼고 있다. 지난 6월1일부터 시작된 이 축제의 이름은 ‘강정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이다. 한국의 시인, 소설가 420여명이 뜻을 모아 제주도 강정마을에 평화의 책마을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모아 보내자는 시민들의 연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100일간 육지에서 십만권의 책을 모아 유람선에 싣고 배 위에서 춤, 노래, 시와 소설 낭송, 각종 공연을 즐기며 밤새 항해해 제주도 강정마을로 찾아가는 축제. 해군기지 건설로 고통받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책을 통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십만권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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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외로운 마음에 음악으로 다가서는 다정한 소녀가 정작 감정 표현이 까칠한 아이돌과 남 일에 흥미없던 모범생이 보내는 관심 표현엔 놀라울 정도로 둔한, 그런 이야기. 그래. 민세이(하연수) 네가 눈치를 채지 못해야 사랑의 신호는 계속되고, 이쪽에선 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소년들을 구경할 수 있으니 우리 서로 윈윈이로다. Mnet과 tvN의 뮤직드라마 <몬스타>에서 노래하는 청춘의 풋풋함을 흡수하며 적어도 인생의 한달쯤은 젊어진 기분을 맛보는 중이다.
<몬스타>는 주인공 외에도 같은 반 아이들의 기분과 반응을 좇는 일에 소홀하지 않은 드라마다. 유도를 그만뒀어도 맘만 먹으면 가냘픈 아이돌 윤설찬(용준형) 정도는 너끈히 날려버릴 수 있었을 도남(박규선)이 자기를 무시하고 자극하던 설찬이 자신의 비트박스 실력을 인정하고 찰싹 붙어 매달리자 말로만 위협할 뿐 떨치지 않는 속내가 은근히 귀엽고, 짝사랑하던 선우(강하늘)가 좋아하는 사람이 세이란 것을 알면서도
[유선주의 TVEW] 관계에서 의미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