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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바바리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쌍권총을 쏘아대던 <영웅본색>의 주윤발. 그는 그대로 전설이 되었다.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무적자>에서 주윤발이 연기한 소마는 송승헌이 연기하는 리영춘으로 바뀌었다. 송승헌은 주윤발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기대는 캐스팅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흘러 넘쳤다.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고, <가을동화> <여름향기>로 한류스타가 된 송승헌을 사람들은 ‘배우’가 아닌 ‘스타’로 바라봤으니 말이다. 게다가 원작이 워낙에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보니 송해성 감독도 이렇게 얘기했단다. “우리는 못하면 욕먹고 잘해야 본전이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찍는 수밖에. “주윤발이 너무 큰 산이라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주윤발보다 내가 연기를 더 잘해야지, 주윤발을 뛰어넘어야지 생각한 적은 없다. 내가 연기하면 또 다른 색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
[송승헌] 청춘스타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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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모의 눈은 무언가를 갈망하는 구석이 있다. 최근 그와 함께했던 감독들이 하나같이 그를 비극의 중심에 놓은 것도 그런 눈이 작용한 결과다. <사랑>(2007)의 곽경택 감독은 “우직하지만 열성적인 느낌의 눈이 순애보에 어울린다”고 말했고, <쌍화점>(2008)의 유하 감독은 “주진모의 눈이 고려 왕이 가졌을 법한 눈과 비슷해서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덕분에(?) 그는 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가슴을 졸이고, 상처를 받고, 죽음을 선택하거나(<사랑>) 죽임을 당해야 했다(<쌍화점>). <무적자>의 송해성 감독 역시 ‘주진모의 눈이라면 동생을 향한 진심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확신을 가지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계획했던 배우 대신 그를 선택할 이유는 없었을 테니까.
“꿀꿀하고 어두운 친구다.” <무적자>의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든 김혁에 대한 주진모의 첫인상이다. 북에 동생 김철(김강우)과 어
[주진모] 천공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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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가 따로 없었다. 지난 9월7일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무적자>의 네 배우, 주진모, 송승헌, 김강우, 조한선이 모인 풍경이다. 동창회와의 차이라면 말수가 적다는 것. 맏형 주진모는 “현장에서 그날 촬영 끝나면 함께 모여 소주 한잔하다 보니 상대방에 대해 다 알게 되더라. 어제는 뭐 했고, 저녁은 뭐 먹었고. 했던 얘기 하고 또 하면 할 말이 없게 된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무적자>는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1986)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네 남자의 형제애와 의리를 그린다. 다음 페이지부터 네 배우의 <무적자>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진모,송승헌,김강우,조한선] 영웅 아니 액션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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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은 2년 전 <씨네21>과 인터뷰하면서 “이젠 배우하겠다”고 했다. 정치와 연기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연기를 택하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려는 듯 보였다. 홍상수 감독의 <첩첩산중> 외에도 <실종> <작은연못> <여행자> <시선 1318> 등에 잇따라 출연했다. 작은 역할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사이 드라마 <자명고>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연극 <B언소>의 무대에도 섰다. <옥희의 영화>에서 송 교수는 뭣같은 세상 우린 책이나 읽읍시다, 라고 말한다. 송 교수처럼 문성근도 ‘세상 거꾸로 가는데 우린 연기나 합시다’라고 자꾸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문성근은 ‘액터’이자 동시에 ‘액티비스트였다’였다. <옥희의 영화>의 근사한 연기를 캐물어야겠다고 맘먹은 지 며칠 되지 않아, 그는 다시 사람들이 주목하는 ‘민란 주동자’로 섰다. 액터만으론 만족하지
[문성근] 홍상수가 원하는 극사실 연기… 오르가슴보다 낫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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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노다메를 연기할 무렵에는 모두가 나를 노다메로 봤다. 나 역시 인터뷰를 하거나 방송에 나가면 노다메와 닮은 모습을 보여줬다. 머리도 노다메처럼, 옷도 노다메처럼. 노다메가 일상의 나를 침략했고 이겨버렸다.” 우에노 주리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 <스윙걸즈>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무지개 여신> <구구는 고양이다> <나오코>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 등 참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하지만 그녀를 얘기할 때 맨 처음은 언제나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가 되고 만다. 노다메는 입을 삐죽 내밀고 피아노를 친다. 사투리를 섞어 말하고, 므꺄, 꺄봉 같은 이상한 소리를 곧잘 내지른다. 치아키의 허락도 없이 치아키의 아내인 양 행세하기도 한다. <노다메 칸타빌레> 이전까지 수줍고 새침하고 귀여웠던 우에노 주리는 순식간에 지저분하고 음흉
[우에노 주리] 꺄보~ 한없이 유쾌하고 싱그러운 자체발광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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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영화 불모지 부산은 10년 만에 영화도시가 되었다. 그 중심에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영화도시 부산을 이끈 부산영상위원회(이하, 부산영상위)가 있다. 국내 최초로 로케이션 지원 업무, 촬영 스튜디오 및 촬영 장비 대여 그리고 후반작업까지, 영화의 전 공정이 한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아시안영상정책포럼을 개최해 여러 아시아 필름 커미션과 함께 세금 환급, 보험, 제작비 해외 송금, 관세, 부가세 등을 논의하고 있다. 아시아 영화산업을 결속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국내외 여러 시스템과 사업을 구축하고 추진하는 데 부산영상위 박광수 운영위원장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그가 지난 10년간의 부산영상위 생활을 정리하고 떠난다. 2012년 여수엑스포 예술총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 업무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지난 8월30일 박광수 감독을 만나러 영상원을 찾았다.
-상하이 출장 갔다가 어제 도착하셨다고 들었
[박광수] 이젠 아시아와 할리우드영화 유치가 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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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닥친 2010년의 여름. 배우 이정진에게 올해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분명한 건, 적어도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데 있어서 올해를 빼놓을 순 없게 생겼다. <마파도> 이후 5년 만의 스크린 복귀. 권혁재 감독의 <해결사>에서 이정진은 자신의 사욕을 위해 해결사(설경구)가 가는 곳마다 끔찍한 덫을 놓고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냉혈형사 장필호를 연기한다. 십년을 훌쩍 넘은 이정진의 연기 커리어에 이보다 더 파격적인 행보는 없었다. 삼십대 초반, 이정진의 보폭이 성큼 넓어졌다.
-요즘 검색어 이정진을 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바쁘다’다. 쉬는 게 오히려 어색한 경지에 달했다고 들었다.
=어느새 보니 내가 그 일을 다 하고 있더라. (웃음) 초췌해져가고 있다고 할까. 그래도 이렇게 작품하기 힘든 시기에 바빠서 오히려 기분이 좋다. 데뷔한 이후 활동시간에 비해 그동안은 좀 쉬엄쉬엄 갔던 것 같다.
-요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역시 <도망자&
[이정진] 선택은 언제나 의외다 그리고 언제나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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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V신드롬>의 매니저 역할로 확 떴다.
=적응이 안된다. 별안간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겁도 난다. 길거리에서 알아보고 사인해달라는 분도 있는데 아직 사인이 없다. 부끄러워서 사인 같은 거 못 만들겠다.
-<UV신드롬>은 어떻게 참여하게 된 건가.
=세윤 오빠쪽에서 오디션을 많이 했는데도 매니저 역할에 적절한 배우를 못 찾았다더라. 알음알음 소속사에 연락이 와서 오디션에 갔다가… 금방 촬영에 들어갔다. 처음엔 머릿속이 백지상태였다. 내 인생 처음 고정으로 일한다는 부담감과 UV의 인기가 주는 부담감이 엄청났다.
-유세윤의 천재적인 애드리브는 어떻게 받아치나.
=받아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촬영할 때마다 웃음이 나와서 힘들다. 웃으면 NG 아닌가. 그런데 내가 웃음을 못 참는 게 보여서 더 재미있다고들 하더라. 처음엔 비중이 거의 없었는데 천천히 늘어났다.
-어떻게 배우를 시작했나.
=2004년 미스빙그레미인대회에서 1위를 했다.
[who ara you] 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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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대학로의 한 술집에서 이송희일 감독을 본 적 있다. 곁엔 이영훈과 소유진이 있었다. 인사만 나눈 뒤 옆 테이블에 앉은 터라 자세히 듣진 못했지만, 세 사람은 늦은 시간까지 <탈주>에 대한 이야길 나눴던 것 같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1년 만에 개봉하는 이송희일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탈주>를 보면서 자꾸 그날의 노곤한 술자리 풍경이 떠올랐던 게 사실이다. 누구에게 기대지도, 손 내밀지 못하고 길 위에서 탈진해가는 탈영병 재훈(이영훈)과 민재(진이한), 그리고 두 남자와 실상 같은 처지인 소영(소유진)의 모습은 관객과의 만남을 오랫동안 고대하던 그날 세 남녀의 실루엣과도 흡사했다. 신작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도 독립영화 죽이기에 나선 정부에 맞서 부부젤라를 부느라 정신없이 6개월을 보냈다는 이송희일 감독, 잠도 얼마 못 잔데다 이전 인터뷰가 예상보다 오래 걸려 진이 다 빠졌다며 기력 충전의 시간을 달라는 부탁부터 꺼냈다.
-지
[이송희일] 게이영화 아니에요, 팬서비스는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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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규정할 만한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배우 서영희. 특정한 이미지가 구축되는 것을 경계할 만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출연한 10편의 영화에서 서영희가 연기한 역할은 크게 두 부류로 한정되어 있다. 비극의 정점에서 생을 마감하거나(<궁녀>(2007)의 월령, <추격자>(2008)의 미진), 코미디 장르에서 전형적인 캐릭터 연기(<마파도>(2005)의 장끝순, <무도리>(2006)의 양미경, <청담보살>(2009)의 지혜)를 선보이거나이다. 간혹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처럼 “잔잔한 분위기”를 전달하기도 했지만 서영희는 늘 “극과 극”이었다. 죽거나 혹은 웃기거나.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배우로서 변화가 필요했다. <추격자>와 <청담보살>이 끝난 뒤였다. 그간 해보지 못해 아쉬웠던 “노멀한 역할”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때마다
[서영희] 죽이는 연기는 올바른 생활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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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한, 이름이 특이하다.
=본명은 김현중인데 내가 바꿨다.
-뮤지컬,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했다.
=춤을 하도 좋아해, 유치원생 때부터 끼를 발휘했다. 연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서울예대에 다녔지만 전공은 시각디자인이었다. 경험삼아 대학로에서 오디션을 본 게 시작이고 뮤지컬 배우가 됐다.
-얼굴이 알려진 건 쇼프로그램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산장 미팅 장미의 전쟁>이었다.
=버라이어티가 대세니 그때 좀 열심히 할걸, 지금 후회한다. (웃음) 근데 난 “연기가 하고 싶다”라는 신념이 있다. 무대 위에서도 스타성으로 인한 주목보다는 연기에 집중하고 싶었다. 지금도 그 신념은 마찬가지다.
-<탈주> 촬영 때 주말연속극 <내 인생의 황금기>를 병행했다.
=그래서 초반에 고생했다. 드라마는 가족극이고 극중 역할은 의사인데, 함께 밥 먹는 장면에서 보면 나 혼자 군인이었다. <탈주>를 하면서 야산이란 야산은 다 다니며 촬영하다 보니 피부도
[who are you] 진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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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만나면 반가운 얼굴하고 덥석 손부터 잡는 최민식이다. 자주 얼굴 볼 기회는 없었지만, 그와의 몇번의 만남을 더듬고 곱씹어보면 어딘가 불편하고, 거북했던 것 같다. 묻는 이의 능력에 따라, 답하는 이의 사정에 따라 다르겠으나, 실제 인터뷰는 말뜻과 달리 상대의 속내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속마음을 바깥에 공개할 땐 반사적으로 이런저런 계산이 끼어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최민식은 그런 적이 없었다. 어떤 자리에서든 최민식은 ‘샅샅이’ 속내를 털어놨고, 외려 당혹스러움은 받아들이는 쪽의 몫이었다. 독주 몇잔에 ‘신들린 배우’론을 펼치고 나서 푹 쓰러지던 모습,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 뒤 사람들의 무심한 소매를 붙잡으며 ‘시비’를 던지던 모습도 떠오른다. 모나면 어때, 정 맞으면 되지. 에둘러 가지 않고, 마음이 끌리면 폭우는 물론이고 화살도 기꺼이 맞았던 그였다. 굳이 프레임 안에서 팔팔 끓는 그의 ‘배우 에너지’를 새삼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최민식] 꼬불치면 뭐하나, 팬티 벗고 다 까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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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야 뭐야? Mnet에서 지난 7월14일 첫 방송을 시작한 <UV신드롬>은 유세윤과 뮤지 두 사람으로 이뤄진 ‘댄스 듀오 UV'에 관한 페이크 다큐 프로그램이다. 그들은 실제로 <쿨하지 못해 미안해>와 <집행유애> 등을 발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상태. 그들이 국내 최고의 인기 듀오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UV신드롬>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져 묻기 전에, 그들의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음악계의 세태를 파고드는 부조리한 웃음까지 그저 이끄는 대로 즐기면 된다. 능청스럽게 홈쇼핑에서 자신들의 8900원짜리 CD를 팔고, 모든 지상파 방송을 거부한 채 고등학교 방송부와 독점 인터뷰를 가지며, 귀신의 목소리가 들어간 앨범은 늘 성공했다며 직접 흉가에 찾아가 귀신들과 함께 새 싱글을 녹음한다. 말 그대로 기상천외, 예측불허, 포복절도의 진짜 리얼 다큐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유세윤이 가짜였는지도 모른다. 여기 진짜 아티스트
[유세윤] 모두를 속이면서 짜릿함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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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눈에 띄었다. SS501 멤버로 데뷔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꽃보다 아름다운 그의 외모를 칭찬했다. 처음엔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되는 아이돌의 느낌이 강했다. 예쁘장하게 포장된 상품으로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전시됐었으니까. 김현중, 그가 조금은 특별한 아이돌로 비쳐지게 된 건 아마도 가상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뒤부터인 것 같다. 아이돌답지 않게 솔직한 말과 행동 그리고 독특한 사고방식. 그건 단순히 대중 앞에서 망가지기만 하는 것과는 다르다. 김현중은 자신의 머리를 굴려 몸을 움직이는 아이돌이 되려 했다. 꼭두각시가 아닌 자신의 소신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
승조, 지후, 그리고 김현중
그런 그가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연기를 시작했을 때, 섣불리 연기에 도전하는 아이돌이 되려는 건가 싶었다. 드라마는 화제가 됐지만 김현중의 연기는 도마에 올랐다. 김현중은 윤지후라는 캐릭터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붕 떴다. 어색한 말과 행동. 스스로도 “
[김현중] 순정만화처럼 명랑만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