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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범죄오락물이 많다. 그런 가운데 이 영화가 가진 장점, 매력이 있었을 것 같다.
=박희순_ 대본을 받고 나 역시 그런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무겁고 어두운 범죄물 가운데 좀 다르다 싶더라. 장황하게 얽히고 복잡한 영화임에도 간결하게 떨어지는 쿠엔틴 타란티노, 가이 리치류의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그런 재미가 보였다. 가볍고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들이 있더라.
=김무열_ <펄프 픽션>이나 <스내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같은 영화의 스피드감을 많이 생각했다. 그런 톤이면 좋지 않을까. 흔히 보는 틀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영화지만, 간결함 속에 스피드함이 있더라. 가벼운 톤 가운데 현재 우리가 생각해볼 만한 문제들도 충분히 있다. 또 누구 하나 희생되는 캐릭터 없이 각각의 인물들이 다 조명되는 점도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다.
-취업난에다 어머니 수술비까지, 이중고를 겪는 취준생 민재, 매번 승진에서 탈락하는 데 대한
<머니백> 김무열·박희순, "다양성은 배우들에게도 바람직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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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민재(김무열)는 엄마의 수술비를 위해 사채에도 손을 대고 보증금까지 뺀다. 보증금은 사채업자 백 사장(임원희) 밑에서 일하는 양아치(김민교) 손에 들어가고, 백 사장은 선거자금이 필요한 문 의원(전광렬)에게 검은돈을 바친다. 문 의원의 하수인 노릇이 싫증난 백 사장은 자신의 불법 도박장에서 도박빚으로 총까지 저당잡힌 최 형사(박희순)의 총을 전직 킬러(이경영)에게 전달해 문 의원을 처리하려 한다. 양아치가 직접 전달했어야 할 총은 박스에 든 채 택배기사(오정세)의 손에 들어가고, 영문을 알 리 없는 택배기사는 수취인의 부재로 킬러의 옆집에 사는 민재에게 박스를 맡긴다. 절실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 의도치 않게 궁지에 몰린 7명의 남자들이 눈앞의 돈가방을 두고 뒤엉킨다. 총과 돈가방이 이리저리 사람 손을 타는 동안 이 남자들의 억울함과 절실함은 배가된다. 그럴수록 코믹함도 증폭된다. 복잡한 상황에 완벽히 녹아든 5명의 배우 김무열, 박희순, 임원희, 오정세, 김민교는 내공
<머니백> 김무열·김민교·박희순·오정세·임원희 - Come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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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은 배우가 될 사람이다. 더 큰 배우가 될 사람이다. 언젠가 영화를 좋아하는 형, 누나, 아저씨, 아주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는 그런 배우가 되면 좋겠다.” <씨네21> 독자들에게 ‘정지훈은 이런 사람’이라고 멋지게 소개해달라고 하자 돌아온 똑 부러진 대답이다. 정지훈은 <덕구>에서 이순재 배우의 손자 덕구로 출연한다. 다문화가정의 아이이자 부모 대신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라는 덕구는 엄마를 집에서 내쫓은 할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절절히 표현해낸다. 조그마한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에너지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은 순간도 많다. 영화 <미쓰 와이프> <신과 함께-죄와 벌>, 드라마 <도깨비> 등에 출연하며 연기의 재미를 만끽하고 있는 정지훈은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좋은 배우로서의 자세 또한 자연스레 익혀가고 있었다. “인기가 아닌 연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하는 이 배우는 2007년생, 그러니까 이제
<덕구> 정지훈 - 오로지 연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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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의 사계절 생활. <리틀 포레스트> 속 혜원의 스토리엔 이른바 그럴듯한 ‘사건’이 없다. 일견 ‘시시해’ 보이기까지 한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극장 비수기, 저예산영화로 139만 관객을 동원하기까지, 이 영화 뒤에는 2015년 가을부터 농사짓듯 영화의 전 과정을 함께한 구정아 프로듀서가 있었다. “그간 영화 만들어서 망하기도 했고, 기획개발 단계에서 기다리다 안 되기도 했다. 그런데 나 역시 시간이 주는 힘을 믿는 사람여서, 그렇게 이 영화를 믿고 참여했다.” 만화 원작 <리틀 포레스트>를 각색하는 작업부터 시골을 현실성 있게 만드는 일, 사계절을 촬영해야 하는 만큼 스탭 참여의 조율을 하는 것도 구정아 프로듀서의 몫이었다.
그 사이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과 문소리 감독의 <여배우는 오늘도>, 그렇게 쉬지 않고 연속으로 세 작품을 기획개발하고 프로듀서로 뛰어다녔다. “프로듀서로 최대한 조력자
<리틀 포레스트> 구정아 프로듀서 - 영화의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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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SNS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공포영화 <곤지암>은 오랜만에 공포영화로 돌아온 <기담>(2007)의 정범식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를 둘러싼 각종 바이럴 마케팅이 좋은 효과를 누리면서 화제의 중심에 서긴 했지만 할리우드 공포영화의 대세라고도 할 수 있는 파운드 푸티지 장르를 바라보는 시각은 때론 싸늘하다. 소위 말해 더이상 새로울 게 없는 장르라는 시선일 텐데 정범식 감독은 이번에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타났다. 공포영화의 장르적 속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이 요즘 젊은 관객의 취향이나 성향까지 면밀하게 분석해 맞춤형 공포영화를 내놓은 것이다. 오랜 기간 장르영화를 작업해오면서 느꼈던 어려움과 이번에도 뭔가 다른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친 그를 만나 <곤지암>이 가리키는 공포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영화 <곤지암>의 모티브가 된 ‘남양 신경정신병원’이
<곤지암> 정범식 감독 -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을 ‘체험’하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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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었다. 읽고 나서 판권을 알아봤다. 이미 팔렸다고 하더라. (웃음)” 휴양지에서 <7년의 밤>을 읽었다는 장동건은, 그만큼 소설에 매료됐었다고 한다. 오영제라는 ‘영화적’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컸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오영제를 만난 게 다행이지 싶다. 장동건은 그 ‘악’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짚어나갔다. 늘 ‘장동건’이라는 이미지를 깨는 파격적 시도를 하는 장동건에게도 오영제는 내적, 외적으로 가장 특별한 변신이었다.
-M자 탈모 헤어라인이 개봉 전부터 화제다.
=추창민 감독님이 “동건씨는 가면을 쓰면 좀더 드러나는 사람 같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내성적인 사람도 가면을 쓰면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처럼 내게도 그런 면이 있다더라. 변신을 위한 변신보다 뭔가 좀더 끄집어내길 바라셨다. 인물 심리를 설명해주는 소설과 달리 시작하자마자 사건이 발생하니 비주얼적으로 오영제를 설명해줄 강렬한 뭔가가 필요했다.
-헤어스타일이 일종의 가면 역할을 한 건가.
<7년의 밤> 장동건 - 악인의 가면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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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건 내가 보여준 최현수가 나의 최대치였다는 점이다. 여한이 없을 정도로 다 쏟아부었다.” 자신의 40대가 응축된 작품이라는 말에서도 류승룡이 <7년의 밤>에 쏟은 에너지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된다. 최현수는 세령마을에 발을 디딘 첫날 교통사고를 내고, 차에 치인 소녀 세령의 시신을 호수에 유기한다. 우발적 사고 혹은 명백한 범죄 이후 현수는 개인적 트라우마와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딸 세령을 잃은 오영제(장동건)는 최현수에게도 아들을 제물로 내놓으라는 듯 목을 졸라온다. “과정도 행복하고 결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과정의 행복이라는 절반의 기쁨에 만족해야 했던 <염력>을 뒤로하고 <7년의 밤>으로 류승룡이 다시 돌아왔다.
-2016년 5월에 크랭크업을 했으니 개봉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꽤 길었다.
=소설의 영화화가 결정되고, 시나리오 최종고가 나오고, 촬영에 들어가고,
<7년의 밤> 류승룡 - 감정의 끝까지 밀어붙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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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에 더 악의 무게가 기울어질까. 사고로 아이를 죽인 남자 최현수(류승룡), 그리고 아이를 학대하던 남자 오영제(장동건). 정유정 소설 <7년의 밤> 속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치던 두 인물이, 안개를 걷고 스크린으로 걸어나왔다. 두 남자의 악행을 거슬러 올라가는 7년의 밤. 지난 10개월의 촬영기간 동안 류승룡과 장동건은 그 긴장에 사로잡혀 있었다. 팽팽한 심리전을 위해, ‘촬영 기간 동안 서로 일정 거리를 유지하라’는 추창민 감독의 주문을 실행해온 시간이기도 했다. “장동건 배우는 현장에서 늘 오영제로 있었다. 우두커니 오영제로 있는 모습이 영화 전체에 큰 힘이 됐다”는 류승룡. “같이 연기하는 게 즐겁고 도움도 많이 됐다”는 장동건, 첫 시사가 끝난 직후 스튜디오에서 만난 둘은 작품 속 대립구도를 깨고 시종 화기애애했다.
<7년의 밤> 류승룡·장동건 - 악의 지도를 쥔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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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고르는 눈이 탁월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필모그래피는 보고 있으면 부정형의 캐릭터를 다듬어가는 베테랑 배우의 신중한 손놀림이 연상된다. 2009년부터 TV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후 대니 보일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에 짧게나마 얼굴을 비쳤다. 이후 한동안 <라스트 엑소시즘> <서머 송> 등 장르물에도 부지런히 출연했지만 아무래도 눈에 띄는 건 선명한 개성을 지닌 감독들과의 호흡이다. 매튜 본 감독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초음파를 발산하는 소년 밴시 역을 맡아 대중에 얼굴을 각인시켰고, 2013년에는 자비에 돌란의 <탐 앳 더 팜>에서 모두를 매료시키는 인물 기욤 역을 맡아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그리고 대망의 2017년, <아메리칸 메이드> <겟 아웃> <플로리다 프로젝트> &
<쓰리 빌보드> 케일럽 랜드리 존스 - 위태로운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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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 파스타를 만들어보세요. 봄철 배추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 수 있어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푸드 스타일링을 맡은 진희원 스타일리스트에게 제철 요리를 추천받으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리틀 포레스트>는 농촌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과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배추빈대떡과 팥케이크, 막걸리와 감자빵…. 자연에서 거둬 혜원(김태리)의 손으로 완성되는 영화 속 음식들은 시각적인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보는 이의 허기를 조장했다. <리틀 포레스트> 이전에 주로 CF와 방송, 잡지 콘텐츠의 푸드 스타일링을 담당했던 진희원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음식의 재료와 레시피를 선정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한눈에 맛있어 보이고 튀는 CF 스타일의 음식은 오히려 만들기 쉽다. 그런데 영화 속 음식은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캐릭터에도 어울려야 한다. 감독님과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음식이 무엇일
<리틀 포레스트> 진희원 푸드 스타일리스트 - 영화다운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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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곳이 없어서 “하룻밤만 재워줄래?” 하고 친구집을 전전하는 20대 여성 미소. <소공녀>의 미소는 대학 중퇴 후 제대로 된 직장 없이 일당 4만5천원을 받는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결혼도 하지 않은 여성이다. 과거 기준대로라면 구제가 불가능한 ‘사회낙오자’로 평가받기 딱 좋은 상황. 하지만 미소는 정해진 기준에 구속되지 않고, 담배와 위스키 같은 기호 식품을 탐닉하며 살아가는, ‘제멋’을 지닌 요즘 여성이다. 큰 키에 독특한 스타일, 건조한 화법으로 무장한 이솜의 당당함과 어우러지고 보니, 미소의 라이프스타일이 한층 더 멋지고 부러워진다. 이솜은 판타지와 리얼함을 이종교배한 <소공녀>의 독특한 설정 안에서, 미스터리함과 사실성 두 가지를 모두 획득하는 과제를 수행해낸다. 기존 상업영화 위주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소공녀>는 그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이 영민한 배우는 지금의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몸에 꼭 맞게 소화해냄으로써 자신의 색깔을 입증해낸다.
<소공녀> 배우 이솜, "개성 있어 보이는 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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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도, 담배도. ‘취향’을 포기할 수 없어 대신 집을 포기하고 하루하루 친구 집을 전전하는 20대 여성 미소. 전고운 감독은 미생물이 서식지를 찾아다니는 미소서식지(Microhabitat)의 그 미소에서 이 독특한 여성의 이름을 불러왔다. 집, 직장, 남편 같은, 또래의 여성에게 당연히 부과되는 ‘해야 할’ 것들에서 벗어난 미소의 선택을 통해서 전고운 감독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이 처한 현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현재를 보여주고자 한다. 긍정적인 캐릭터와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더해진 결과, 영화는 갑갑한 현실에 갇히는 대신 차별화된 시각을 제공해준다. <소공녀>가 가진 차별점이자 대중과 호응할 수 있는 접점도 여기 있다. <소공녀>는 건국대학교 영화·애니메이션학과에서 영화를 공부한 전고운 감독의 장편 입봉작으로 <족구왕>(2013), <범죄의 여왕>(2015)을 만든 광화문시네마의 작품이다.
-<소공녀>의 소재는 어디에서
<소공녀> 전고운 감독 - 취향을 포기할 수 없는 여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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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라는 영화로 이루어진 만남이지만, 배우 이순재는 자신의 60여년 연기사를 정확한 기억력으로 들추어내며 원로배우가 들려줄 수 있는 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대화는 정치, 사회, 역사, 문화를 폭넓게 오갔다. 어떤 맥락의 대화에서도 배우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또렷이 읽혔다. 그 자부심과 책임감은 곧잘 후배들에 대한 쓴소리로, 개성을 잃어버린 고만고만한 한국영화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로 이어졌다. 그에게 연기는 오락도 아니고 돈벌이의 수단도 아니다. 오롯이 예술이다. 그러니 그 예술을 탐구하는 자세에 타협은 없다. <덕구>에서 어린 손자, 손녀를 돌보는 시골의 늙은 할아버지 ‘덕구 할배’를 연기하는 일도 언제나 그렇듯 그에게 새로움을 창조하는 작업이었다. 이순재의 거칠한 맨 얼굴과 아이들의 천진한 얼굴에 눈물이 맺히는 장면을 볼 땐 크게 심호흡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 순간에도 절제를 아는 대배우의 연기는 감탄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오늘(3월 6일) &
<덕구> 이순재, "배우는 자기가 다 울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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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4>에서 카이(왕카이), 마크(왕대륙), 차오(마천우) 세 주인공은 누가 맡더라도 원작의 적룡, 주윤발, 장국영과 비교될 게 당연하다. 원작 팬들이 추억의 클래식을 어떻게 훼손시킬지 쌍심지를 켜고 보는 가운데, 배우 왕카이는 잘해봐야 본전인 카이를 세 주인공 중에서 가장 먼저 맡기로 했다. 원작의 적룡에 해당되는 카이는 마크와 함께 밀수업을 하는 의리의 사나이다. 동생 차오가 경찰이 돼 자신과 다른 길을 가면서 형제 사이에 금이 가고, 그것으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을 온몸으로 감내하는 남자이기도 하다. 적룡과 비교하기엔 이야기가 전혀 다르고, 적룡의 아우라에 비할 바도 못 되지만, 그럼에도 왕카이가 보여준 카이는 우직하다.
왕카이는 2006년 드라마 <한추>(寒秋)로 데뷔해 10년간의 무명 생활을 보낸다. 목소리가 좋고, 표준어 발음이 정확해 후시녹음을 직접 하는 몇 안 되는 배우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작품은 한국
<영웅본색4> 왕카이 - 기꺼이 망가트린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