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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6월1일 개봉)와 나홍진 감독의 <곡성>(5월11일 개봉)이다. 각각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에 초청됐음은 물론이고, 한달 정도의 차이를 두고 개봉한 6월16일 현재 각각 300만 관객을 돌파하고(<아가씨>) 7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곡성>) 있다는 점에서 관객 또한 ‘현혹’시켰다. 그동안 해외영화제나 해외 시네필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던 그들이 새로운 한국 관객과의 만남에 성공했다는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처럼 2016년 한국영화 상반기를 정리한다는 측면에서 두 감독을 한자리에 모셨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영화를 비교 분석하고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자리일 것이다. 게다가 나홍진 감독이 <곡성>을 준비하며 박찬욱 감독에게 완성된 시나리오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나홍진 감독은 꼼꼼하게 조언해준 박찬욱 감독의 메
[스페셜] <아가씨> 박찬욱 감독이 <곡성>을 보다 <곡성> 나홍진 감독이 <아가씨>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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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때 단짝 친구에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이 영화의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영화로까지 탄생한 걸 보면 당시의 사건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나보다.
=물론 당시엔 큰 사건이었고 그로 인해 힘든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지나간 일이다. 친구와 관계가 뒤틀리고 난 뒤 그 원인을 알아내려고 오랜 시간 곱씹어 생각해봤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니 ‘왜 그랬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나는 그 시절의 상처받고 상처를 준 아이로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오랫동안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누군가를 오랫동안 미워하는 게 무척 힘든 일이란 걸 알았다. 진짜 중요한 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더라.
-여러 버전의 시나리오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CJ E&M의 신인감독 발굴•지원 프로젝트인) 버터플라이 프로젝트에 당선됐던 애초의 트리트먼트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주제는 같았지만 미스터리 장르였고, 누나가 남동생의 죽음을 파헤치는
[스페셜]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다 - <우리들> 윤가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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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등교한 두 소녀가 함께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 <사루비아의 맛>(2009), 아빠의 내연녀 집에 들이닥쳐 내연녀의 아이들에게 자신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소녀의 이야기 <손님>(2011), 엄마를 대신해 콩나물 사러 집을 나선 7살 소녀의 이야기 <콩나물>(2013). 윤가은 감독의 단편은 모두 아이들의 감정,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그린 영화였다. <손님>으로 클레르몽페랑국제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하고, <콩나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수상한 윤가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들> 역시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열한살 외톨이 선과 전학생 지아의 관계를 따라가는 <우리들>은 복잡미묘한 소녀들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올해의 빛나는 데뷔작 <우리들>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그 시절엔 친구들과 하루걸러 편지를 주고받았다. 어제 봤고 내일도 볼 텐데, 수업도 같이 듣고 도시락도 함께
[스페셜] 발견! 소녀들의 세계 그린 윤가은 감독의 데뷔작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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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퍼물의 형식을 취하는 <아가씨>는 남근 중심적 세계에 지배되는 듯 보이지만 곧 그 법칙에서 전력으로 탈주하는 영화다. 익숙한 문법을 제시한 후, 장르적 트릭인 양 시치미를 떼며 변칙적으로 그 세계를 전복하는 것이다. 뒤집어진 세계에서 등장한 것은? 이런저런 말로 에둘러 가릴 수 없는 레즈비언이다. 그간 한국영화에선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를 비롯해 <창피해>(2010), <도희야>(2014) 등에서 레즈비언이 등장했지만 극소수에 그쳤고 이는 남성 퀴어영화에 비해서도 척박한 불모의 수준이었다. 그러니 <아가씨>는 등장만으로도 얼마나 반갑고 기꺼운 영화인가. 한국에서 여성 퀴어영화를 대중적 화법으로 풀어낸 첫 주자가 박찬욱 감독이라는 것은 여성 주체에 보여온 그의 일관된 관심을 상기해보면 새삼스러울 일이 아니다. <친절한 금자씨>(2005)의 금자(이영애), <스토커>(2013)의 인디아(미아 바
[스페셜] 퀴어영화와 성 역할로 바라본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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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목적은 희망을 버리고 밥 먹고 살아야 함에 있음을 알게 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의 영군(임수정), 이미 돼버린 것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다는 걸 깨달을 때 어른이 된다던 <스토커>(2013)의 인디아(미아 바시코프스카). 그 뒤에 <아가씨>(2016)가 왔다. ‘소녀 3부작’의 범주로 묶어 이들을 착란의 세계 밖으로 뛰쳐나온 소녀들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어쩐지 <아가씨>는 그보다 더 큰 동심원, 그러니까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와 <박쥐>(2009)까지도 포함하는 박찬욱의 복수극의 계보에 둬도 무방하다. 금기를 넘음으로써 지은 죄와 복수가 끝내 닿으려 했던, 그러나 오랫동안 공란이었던, 구원에 대한 잠정적인 답변서처럼도 보인다.
박찬욱의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1992)에서 하영(송승환)은
[스페셜]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 속 여성들과 <아가씨> 속 히데코와 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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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여자주인공들의 가장 큰 특징은 그들 대부분이 번역된 캐릭터라는 것이다. 박찬욱의 영화에는 일반적인 한국영화나 문학이 습관적으로 해석해 내미는 ‘한국 여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스토커>(2013)의 인디아(미아 바시코프스카)는 미국인이고 <공동경비구역 JSA>(2000)의 소피(이영애)는 스위스인이다. <박쥐>(2009)의 태주(김옥빈)는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에서 가져온 인물인 데다가 심지어 뱀파이어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의 영군(임수정)은 일본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친절한 금자씨>(2005)의 금자(이영애)의 국적을 따지는 건 힘든 일이지만, 이 인물을 한국 여성의 전형성 틀에 맞추는 건 더 힘든 일일 것이다.
이들 영화에서는 일반적인 한국 여성 캐릭터를 정의하고 결박하는 고정된 테마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들이 한국영화에 나오는 동료들과 다르게 행동
[스페셜] 듀나의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와 박찬욱의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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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영화가 여러 갈래의 길로 뻗어나갈 때, 혹은 그 하나의 텍스트가 겹겹의 레이어를 품고 있을 때 독해자의 재미는 배가 되고 독법의 가짓수는 늘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박찬욱 감독은 언제나 관객과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풍부한 원재료의 제공자였다. <아가씨> 역시도 그런 미덕의 영화다. 지난주 <씨네21> 1058호에서 <아가씨>에 대한 개괄적인 리뷰와 박찬욱 감독과의 긴 인터뷰를 실은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가씨>는 여러 갈래와 층위에서 이야깃거리를 발견해가는 즐거움을 가능하게 한다. 세라 워터스의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와의 비교 속에서,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 가운데서, 히데코(김민희)와 숙희(김태리)의 로맨스라는 점에서 <아가씨>에 이르는 길을 탐색해봤다. 그 여정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속 여성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를 얼마간 가늠해보게 된다.
[스페셜] 세 가지 키워드로 <아가씨>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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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정보 <곡성>
사용 카메라 아리 알렉사 XT 4:3(ARRI ALEXA XT 4:3)
사용 렌즈 아리 마스터 프라임, 울트라 프라임, 호크 V 라이트
화면 비율 2.39:1(칸국제영화제 상영 버전은 2.35:1)
촬영정보 <아가씨>
사용 카메라 아리 알렉사 플러스 4:3(ARRI ALEXA PLUS 4:3)
사용 렌즈 애너모픽 호크 74 빈티지, 울트라 프라임
화면 비율 2.39:1(칸국제영화제 상영 버전은 2.35:1)
곽경택 감독의 조감독 시절, 사무실에 종종 놀러오곤 했던 홍경표 촬영감독은 한 마리의 맹수 같았다. 가슴팍엔 호랑이를, 왼팔엔 불새(문신)를 품고 있었고, 캡에서 삐죽 튀어나온 거친 헤어스타일은 누구라도 쉬이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내뿜었다. 홍경표 촬영감독이 불같은 성격을 동력 삼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가며 현장을 끌고 가는 모습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영화 어땠어? 촬영은 괜찮아?” 정정훈 촬영감독은 제69회 칸국제영
[스페셜] 나홍진 감독과 박찬욱 감독, 그리고 영화 촬영에 대해 이야기하다 - <곡성> 홍경표 촬영감독, <아가씨> 정정훈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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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완의 <쏘우> 시리즈는 존 카펜터의 <할로윈>(1978)이나 댄 미릭, 에두아르도 산체스의 <블레어 윗치>(1999)에 비견될 만한 2000년대를 대표하는 공포영화 브랜드다. 2004년 각본가이자 배우인 리와넬과 의기투합해 탄생한 <쏘우> 1편은 제작비 대비 50배의 수익을 올리며 전설로 남았고, 아직까지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 제임스 완은 이후 <인시디어스> 시리즈와 <컨저링>을 연이어 선보이며 그 이름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젊은 호러 거장은 최근 장르의 한계를 넘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2015년 <분노의 질주: 더 세븐>으로 안정적인 흥행은 물론 평단의 호평까지 이끌어냈고, 현재 DC의 블록버스터 <아쿠아맨>과 <모탈 컴뱃> <맥가이버> 등 리부트영화의 연출도 확정지었다.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대세
[스페셜] <쏘우> <인시디어스> <컨저링> 시리즈 제임스 완 감독 마스터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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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모글리 역의 닐 세티를 제외하곤 모든 것이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진 이 영화의 진정한 창조주는 시각효과((VFX) 슈퍼바이저를 맡은 로버트 리가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를 시작으로 <타이타닉>(1998), <아마겟돈>(1998), <에비에이터>(2004), <휴고>(2011) 등을 작업한 그에게 시각효과의 의미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정글북>은 현재 CG가 동물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보여줬다.
=<정글북>에서 성취한 가장 큰 발전은 진짜 그대로를 모방하도록 예술적인 선택과 절제를 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실제로 더 세밀한 표현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실사영화의 카메라처럼 사용했다. 진짜 촬영 카메라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이상의 그 어떤 것도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이 <정글북>이 선보인 리얼리티의
[스페셜] 특수효과란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업 - <정글북> 시각효과 슈퍼바이저 로버트 리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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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디즈니 스튜디오 제작 어시스턴트로 업계에 발을 들인 브리검 테일러는 현재 총괄 제작 부사장을 맡고 있다. 최근 라이브 액션 스튜디오의 작품 개발과 제작에 매진 중인 그는 워너 스튜디오에 한발 앞서 <정글북> 실사영화를 제작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으며 성공적인 흥행에 힘입어 <정글북>의 속편도 이미 기획 중이다.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된 <정글북>을 다시 실사영화로 제작한 이유는 뭔가.
=<정글북>은 시대를 초월한 강력한 테마를 가진 이야기다. 무엇보다 현대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완전히 재탄생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모글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정글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어드벤처영화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로맨틱 스토리나 중세의 마법 같은 부분에 핵심을 둔, 디즈니의 여타 동화들과는 차별된 점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동화이기도 하다.
-당신이 제작한 <캐리비안의 해적> 시
[스페셜] “존 파브로는 기술적인 표현에 특히 강하다” - <정글북> 제작자 브리검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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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무리에 의해 키워져 자신이 늑대인 줄 알고 자란 인간 소년, 모글리의 이야기 <정글북>이 실사영화로 만들어졌다. 자사의 클래식 애니메이션 아카이브를 실사영화로 제작해 새로운 세대와 오래된 팬을 사로잡으려는 디즈니의 행보에 더해진 신작이다. <아이언맨> 시리즈와 <아메리칸 셰프>의 존 파브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정글북>은, 1967년작 디즈니 애니메이션 <정글북>을 생생하게 영상으로 옮겨놓은 듯한 시각적인 성취를 보여준다. 정글에 한발도 들여놓지 않고, 그리고 동물 배우는 한 마리도 캐스팅하지 않고 동물의 왕국을 그럴듯하게 재현한 점이 특히 놀랍다. 또한 이러한 시각적 완성도에 뒤지지 않는 이야기로서의 재미도 갖춰 미국에서는 개봉한 지 한달 반 만에 3억4천만달러가 넘는 흥행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정글북>의 북미 개봉을 2주 앞둔 지난 4월1일, 할리우드의 유서 깊은 엘 캐피탄 극장에서 <정글북>
[스페셜] <정글북>을 만나는 여섯 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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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희 미술감독은 <아가씨>에 합류하기 전에 두편의 시대극을 작업했다. 하나는 6•25 전쟁부터 이산가족찾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을 재현했던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2014)이었고, 또 하나는 항일운동이 한창이었던 1930년대 상하이와 경성을 스크린에 펼쳐냈던 <암살>(감독 최동훈, 2015)이었다. 당시의 시대상을 충실히 재현하고(<국제시장>), 장르영화의 스펙터클을 화려하게 전시했던(<암살>) 전작과 달리 <아가씨>는 류성희 미술감독에게 “재현을 넘어서 시대의 분위기를 공간에 내면화해야 했던 도전”이었다. 그녀를 만나 <아가씨>의 주요 공간 스틸을 함께 보면서 나눈 코멘터리를 전한다.
#1 양관 응접실
모든 등장인물(하인들까지)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공적 공간. 유럽식 건축양식으로 건축된 양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왼쪽에 응접실이, 오른쪽에 식당이 보인다. 응접실에 있는 소파, 테이블,
[스페셜] 류성희 미술감독이 말하는 <아가씨> 포토 코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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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명랑하고 통쾌할 줄이야. 새침하면서도 가차 없는 이야기일 거라고는 어렴풋이 짐작했다. 에로틱한 영화가 될 거라는 점은 확신했다. 그런데 <아가씨>의 서슴없는 관능성은 천연덕스런 순진함과 맨살을 맞대고 있다. 우는 아기를 술 한 모금으로 취하게 만들어 잠재우고, 막대사탕으로 키스의 기술을 마스터하는 극중 일화처럼 말이다. 산전수전 겪고 나름 교묘한 계획을 세웠던 주인공들은 모든 적신호를 무릅쓰고 사랑에 빠진다. 아니, 사랑이 그 잘난 프로젝트들을 거꾸러뜨린다(이 점은 준주연인 백작과 코우즈키 경우에도 얼마간 적용된다). 그런데 그 사랑이 훨씬 교묘한 책략까지 선사한다. 이보다 만사형통일 수가 있을까. 성인을 위한 환상적 동화라고 불러도 거리낄 것이 없다. <위험한 관계> <도브> 등 남녀 세 사람의 조합이 음모로 출발해 진심에 부딪히는 이야기는 많은 영화에 쓰였다. 위의 영화들이 반성적 파국으로 귀결된다면 <아가씨>는 사랑의 혁혁한
[스페셜] <아가씨> 본격 스포일러하는 인터뷰 - 박찬욱 감독에게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