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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 감독의 <알리>는 전설적인 권투 영웅 무하마드 알리(60)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영화엔 단순히 `권투선수의 일대기`라고 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재즈 클럽에서 청중들의 환호에 휩싸인 채 혼신의 힘을 다해 <브링 잇 온 홈 투 미>를 부르는 흑인가수 샘 쿡의 라이브 장면과, 펀치볼을 두드리는 알리(윌 스미스)의 굳은 표정을 교차 편집해 보여주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흑인영가에서 리듬앤블루스와 솔에 이르기까지, 본향을 향한 노예의 사무치는 그리움과 분노조차 신명나는 멜로디로 만들어버리는 흑인음악과 알리의 삶은 너무도 많이 닮았다. (샘 쿡은 실제로 알리와 절친한 사이였고, 둘은 서로의 열렬한 팬이었다.)알리는 1942년 미국에서도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켄터키주 루이스빌에서 `캐시어스 미셀러스 클레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열두 살에 권투에 입문해 60년 로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금의환향한 알리는 백인 식당에 들어갔다가 몰매를 맞고 쫓겨난
스크린서 부활한 영원한 복서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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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일관되게 오락영화만을 만들어 왔으며 영화에 어떤 메세지를 담으려하지 않았다. 작품이 재미있느냐 없느냐 만을 생각했다. 오락영화는 노래와 춤, 액션, 서스펜스와 관객을 놀라게 만드는 계기가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60년대 일본 누벨바그 개척자의 한 사람인 스즈키 세이준(79) 감독이 20일 서울 사간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화학교 서울이 그의 영화 15편을 가져와 상영하는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스즈키 감독은 “살아 있을 때 회고전을 연다니까 꼭 살아 있을 때 장례식을 치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무척 꺼리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날 유머 섞인 답변으로 여러차례 웃음을 자아냈다. “왜 오락영화만 만들었냐”는 질문에 대한 스즈키의 대답. “당신은 예술영화를 좋아하는가? 나는 예술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이 예술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내가 오락영화를 만드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누아르, 뮤지컬, 서
오락영화에 메시지는 무슨…재밌으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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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일약 스타 감독이 된 류승완(29)씨의 두번째 장편 <피도 눈물도 없이>가 오는 3월1일 개봉한다. 이 영화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못지 않게 새로운 시도들을 선보인다. 여러 종류의 인간들의 개별적인 관계가 끝말잇기식으로 이어지다가 임자 없는 뭉칫돈이 생기자 그걸 정점으로 한데 얽히면서 이전투구를 벌인다. 그 과정에 배신과 보복이 난무하고 캐릭터마다 예기치 못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한다. 조직폭력배가 나오지만, 그들의 이해관계를 한 덩어리로 취급하지 않고 구성원 각자의 동인을 따로 부여하는 방식은 지난해에 쏟아져 나온 조폭영화들의 계보에서 이 영화를 떼어놓게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와 가이 리치의 영화가 연상되는 걸 피하기는 힘들지만, 한국영화에서 드문 시도임에는 분명하다.경선(이해영)은 40살 안팎의 여자 택시운전사다. 범죄 세계에 몸담았던 전력이 있고, 따로 사는 딸도 있다. 열심히 살아보려 하지
투견장 같은 세상 군상들의 이전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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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8년 전도연씨와 함께 출연한 악극 <눈물의 여왕> 이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나있던 배우 이혜영(39)씨가 <피도 눈물도 없이>로 화려한 스크린 나들이를 했다. 그동안 연극, 뮤지컬 등에는 간간이 얼굴을 내비췄으나, 영화는 95년 <헤어드레서> 이후 7년만의 외출이다.“해본 경험이 없는 여자의 모습이고, 한국 영화계에서도 유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여자 주역을 맡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영화도 많았는데, 두 명이 주역이라 부담도 적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나를 잘 모를텐데, 그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데 손색이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이씨가 맡은 경선역은 전과기록이 화려한 전직 금고털이로 지금은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며 남편이 진 빚을 갚기 위해 택시운전을 하는 여자다. “그 많은 인물이 다 성깔이 있고, 경선은 제일 성깔이 있음에도 죽이고 사는 사람이다. 불뚝불뚝 성깔을 부리긴 하지만 나이를 먹고 삶에 지치면서 어쩔 수
이혜영 `날 소개하는데 손색없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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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청동표범상)과 젊은비평가상을 차지했던 <나비>(감독 문승욱)가 3월 7∼17일 미국에서 개최될 제20회샌프란시스코 국제 아시아 아메리카 영화제(SAIAAFF)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올해 SFIAAFF에는 개막작 <내일은 보다 나은 행운이>를 비롯한 135편의 장-단편이 상영되며 `아시아 아메리카 영화가 성공하기 위한 전략`이란 주제의 세미나도열린다.(서울/연합뉴스)
<나비> 샌프란시스코영화제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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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그림자를 향해 펀치를 날리다<나쁜 남자>와 베를린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일 합작영화 <KT>는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얼굴> <신 인의없는 전쟁> 등으로 명성을 날려온 일본의 사카모토 준지가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은 영화에 별 관심을 두지 않은 이들의 귀마저 달싹하게 했다. 대부분의 작업이 일본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73년 일어난 김대중 납치사건을 그린다는 사실 외엔 그동안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이 영화가 마침내 베를린영화제를 통해 국내 관계자들에게 첫선을 보였다.나카조노 에이스케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탓에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경계없이 섞여 있는 이 영화는 `자위대의 군사력 강화`를 주장하는 자위대 장교 도미타(사토 고이치)와 일본에서 정치활동을 벌이던 김대중을 제거하려는 중앙정보부 요원 김창원(김갑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여기에 3류 신문에서 일하는 좌파 학생운동가
사카모토 준지의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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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화 부진 속 <나쁜 남자> 등 호평“아, 잠깐만요. 내 동료가 방금 와서 얘기해주는데 주디 덴치 당신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는군요. 축하합니다.(짝짝짝짝)”2월12일 열렸던 경쟁작 <아이리스>의 기자회견장의 작은 에피소드는 2월17일 12일간의 일정을 마감한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풍경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6일 개막작 <헤븐> 상영을 시작으로 그 52번째 막을 열었던 베를린영화제는 역대 최고 수준의 관중 수 동원과 예년에 크게 떨어지지 않은 스타, 유명 감독들의 왕림 등 나름의 성과를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마개를 따놓은 독일 맥주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일부 기자들은 금곰상의 새 주인보다는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 중 아카데미상 후보로 뽑힌 감독과 스타들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울였고, 대다수의 관객 역시 금곰상보다는 동계올림픽의 금메달을 신경쓰는 눈치였다.흥행은 청신호, 완성도는 적신호?어찌됐건 이번 베를린영화제가
제52회 베를린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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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내 시간을 가로챘네베를린=글 문석ssoony@hani.co.kr·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수십년 동안 자신만의 철학과 스타일을 고수해왔고 여전히 신작을 고대하게 하는, 몇 안 되는 감독들을 우리는 거장이라고 부른다. 이름의 무게가 발휘하는 인력(引力)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세명의 거장이 올해 베를린영화제를 찾았다. <고스포드 파크>의 로버트 알트만,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의 빔 벤더스, <아멘>의 콘스탄틴 코스타 가브라스가 그들. 이들 거장이 펼쳐놓은 필름의 두루마기에는 어떤 무늬가 박혀 있는지 찬찬히 살펴본다.로버트 알트만의 <고스포드 파크>`밀실추리극, <게임의 규칙>을 만나다` “이렇게? 흠, 이건 어때?”2월10일 오후 9시 베를린 하얏트호텔 2층 기자회견장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로버트 알트만 감독은 괴팍한 성격의 노인네`라는 소문이 근거없을뿐더러 그의 재능을 시기하는 누군가가 퍼뜨린
베를린이 사랑한 거장 3인- 로버트 알트만, 빔 벤더스, 코스타 가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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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와 음악의 황홀한 동거“<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성공은 전적으로 훌륭한 음악에 힘입은 것이었다. 몇주 전 쿠바에 가서 몇명의 음악인을 다시 만났는데 모두 성공한 모습을 보고 흐뭇했다. <부에나비스타…>를 만들려고 했을 때, 특별한 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 단지 젊은이처럼 불타오르는 마음으로 멋진 음악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도대체 누군지 알고자 노력했던 것뿐이다. 이번 영화도 그들이 훌륭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만들기 시작했다. 또 이들의 음악을 독일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를 통해 쿠바의 사라진 음악 거장들을 찾아나섰던 빔 벤더스 감독이 베를린영화제에 들고 나온 신작은 역시 음악가를 다루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Viel Passiert-Der BAP Film)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독일 쾰른지방의 록밴드 BAP이 걸어온 길을 다채로운 음악과 영상을 통해 풀어놓는다. 1976년
빔 벤더스의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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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 심장을 향해 쏴라다소 밋밋한 작품이 주를 이룬 탓에 따분하기까지 했던 이번 영화제의 기자회견장을 처음으로 시끄럽게 만든 작품은 2월13일 첫 시사를 가진 콘스탄틴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아멘>이었다. 가톨릭의 심장부인 바티칸과 교황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침묵으로 동조했다는 주장을 담은 이 영화에 가톨릭 신도 비중이 높은 유럽의 관심이 모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왜 특정한 사건에만 관심을 갖는 저의가 뭐냐. 또 편향적 관점으로 교황을 보는 이유는 뭔가”라며 다소 감정적인 질문을 던진 라디오 바티칸 기자의 입장이야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분위기였지만, “교황 한 사람에게 책임의 초점을 맞춘 롤프 호흐후트의 원작희곡과 달리, 미국이라든가 스웨덴에 책임을 나눠지게 한 영화의 시나리오는 결과적으로 희생자인 유대인들을 두번 죽이는 것, 결국 배반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주연으로 출연한 마티외 카소비츠와 동료 기자들까지
콘스탄틴 코스타 가브라스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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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라치게 다가오는 입술의 유혹, 뱀파이어. 그 오싹함이 관능과 입맞추고 있을 즈음, <크로노스> <미믹>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갈수록 로맨틱해지는 ‘요즘 뱀파이어들’이 못마땅하다며 <블레이드2>를 만들어냈다. “나는 그들을 다시금 두려운 존재로 만들어놓고 싶었다. 당신을 죽이고 당신의 피를 마시는 뱀파이어들의 동물적인 요소를 찾고 싶었다”는 그가 고안해낸 것은 뱀파이어보다 더 무서운 변종 뱀파이어. 지구에 생겨난 변종 뱀파이어 ‘리퍼’는 인간뿐만 아니라 뱀파이어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급속히 번식하며 손바닥에 있는 빨판을 이용해 인간과 뱀파이어 모두의 피를 빨아먹는다. 이들의 걷잡을 수 없는 번식으로 인해 인간의 수는 뱀파이어가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고, 뱀파이어들도 멸종의 위기에 놓인다. 이에 오랜 친구 위슬러와 함께 블레이드는 고도로 훈련된 뱀파이어 군단 블러드 팩을 이끌고 리퍼 사냥에 나선다는 이야기. 그 드라
[해외신작] 웨슬리 스나입스의 <블레이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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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미국 6개 대도시에서 개봉된한국영화 <쉬리>의 2주간 상영 수입이 7만달러에 육박했다. 19일 <쉬리> 수입사인 IDP/새무얼 골드윈 필름스에 따르면 남북한 특수요원의대결을 그린 <쉬리>는 지난 15-18일 나흘간 2만5천54달러를 추가, 11일간 총수입이6만6천984달러에 달했다.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워싱턴DC,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6개 도시 7개극장(뉴욕 2곳)에서 상영되고 있는 <쉬리>는 지난 8-10일 약 3만달러의 수입을 올린바 있다. 스앤젤레스 타임스와 뉴욕 타임스 등 미 주요 신문은 개봉전 상당한 지면을할애,<쉬리>가 한국판 할리우드 대히트작이라고 크게 소개했었다.미국에 상영된 한국 영화로서 인기를 끈 작품은 2000년 12월말부터 2001년 2월까지 상영된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약 80만달러의 수입을거뒀다. 수입사측은 한국 고전물 <춘향뎐>이 관객
<쉬리> 수입 7만달러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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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끝이 내 온몸을 따스하게 부드럽게 아… 아…내 온몸에 숨어 있는 내 기쁨을 내 환희를 아… 아…붉어지는 내 입술을 부드럽게 촉촉하게 아… 아…내 뜨거운 내) 숨결은 쏟아지는 내 욕망은 아… 아… 아…’가수 지현의 <마스터베이션>이란 음악에 맞춰 온몸을 흔들어대는 카페 ‘아미그달라’. 이곳은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모두가 여자만인 이곳에서 아미를 찾아온 지원은 자신도 모르게 아미와 키스하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경험. 그렇지만 너무나 익숙한 아미에게 점점 빨려들어가는 지원. 어느날 우연히 자신의 레코드점 앞에서 여자에게만 라이터를 나누어주는 아미를 발견하게 되고 무작정 그녀를 쫓아 이곳으로 오게 된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해온던 지원은 아미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다. 이충직 중앙대 교수 등 다섯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영화 <아미그달라> 중 제3편인 <비트윈>(Between)은 이현승 감독의 연출작으로 두 여자의 사랑을 통해 여성성을 얘기하는
<아미그달라>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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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전지현씨가 주연한 <엽기적인 그녀>가 지난 18일 일본 호카이도에서 열리는 제13회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식 경쟁부문 그랑프리를 받았다. 유바리 영화제는 한국의 부천영화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어 한국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행사로 일본 언론들은 영화제 기간 중 곽재용 감독과 인터뷰를 하는 등 <엽기적인 그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일 영화제 그랑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