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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덜레이

Manderlay Manderlay

2005 덴마크,스웨덴 청소년 관람불가

드라마 상영시간 : 139분

개봉일 : 2007-07-26 누적관객 : 1,840명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출연 :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그레이스) 이삭 드 번콜(티모시) more

  • 씨네217.00
  • 네티즌7.13

도그빌, 그 두번째 이야기

도그빌을 떠나 당도한 남부의 오지마을, 만덜레이

도그빌에서의 끔찍한 기억을 뒤로하고 길을 떠나온 그레이스와 그녀의 아버지. 그들은 미국 남부 깊숙한 오지마을 만덜레이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서 이미 오래전 폐지된 노예제도의 굴레에 묶인 채 백인 주인에게 예속된 한 무리의 흑인들을 보게 되는 그레이스. 그녀는 마을의 변화를 위해 그곳에 남기로 결심한다.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그런 그녀를 비웃듯 떠나버리고….

속박의 굴레를 벗고 그들에게 던져진 ‘자유’의 실체는?

만덜레이에 남아 흑인 무리들 스스로 자신이 노예가 아님을 깨닫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레이스. 하지만 그녀의 노력과 함께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유’의 기운은 만덜레이 마을에 생각지 못한 어두움을 몰고 오는데…. 홀로 남은 그녀는 과연 억압의 땅 만덜레이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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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2명참여)

  • 8
    유지나지독한 독설요? 그래도 음미할 가치가 충분한 실험이죠
  • 6
    황진미정치적 공정함을 비웃고, ‘노예근성論’을 설파하다니!
제작 노트
About Movie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미국 3부작의 두번째 이야기
만덜레이, 바로 이곳에서 거부된 자유의 폭력이 펼쳐진다!


언제나 관객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는 감독 라스 폰 트리에의 화제작 <만덜레이>가 그 베일을 벗는다. <도그빌>을 잇는 미국 3부작의 두번째 이야기로 이미 영화팬들에게 잘 알려진 <만덜레이>는 <도그빌>에 향했던 평단과 관객의 관심을 고스란히 안고 개봉을 기다려왔다. 영화는 <도그빌>과 마찬가지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여 예의 그 파격적이고 신선한 영상과 날카로운 스토리 라인을 선보였던 터다. 감독은 전작에서 신랄하게 보여주었던 ‘휴머니즘’에 대한 냉정한 진실을 <만덜레이>에서도 고스란히 이어간다. 불편하지만 우리가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진실을 말하는 라스 폰 트리에. 이번 영화에서 그는 미국 남부 마을을 배경으로 ‘흑인노예제도’라는 소재를 가지고 억압과 자유의 일면과 그 이면에 나타나는 논쟁점을 무섭게 꼬집어내고 있다.
‘도그빌’을 떠나온 그레이스는 70년 전 사라져버린 노예제도가 여전히 남아있는 ‘만덜레이’에 도착하면서 자유의 방만과 그에 따른 오해와 폭력, 오만과 죄의식이 뒤섞인 사건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영화가 담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을 관객에게 직접 전달해주는 그레이스 역으로는 <도그빌>의 니콜 키드먼에 이어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목 받고 있는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맡아 열연을 펼쳤다. 세계적인 스타 니콜 키드먼의 화려한 출연에 못지 않은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무서운 신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오직 그녀만의 그레이스를 만들어내며 찬사를 받았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은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그레이스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도그빌’에 이은 또 하나의 논쟁의 중심지이자 자유와 억압이 공존하는 땅, ‘만덜레이’에서 펼쳐질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새로운 도발을 이 여름, 직접 경험해보기 바란다.

세계가 주목하는 라스 폰 트리에의 힘!

나는 늘 내 능력의 최대치까지 기준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든 그 기준을 넘어간다. 어차피 기준을 설정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니까. – 라스 폰 트리에 RARS VON TRIER

라스 폰 트리에. 내어놓는 매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그는 그의 이름만으로도 관객을 움직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거장 감독의 대열에 올라있다. 충격적 영상과 관객들을 열광시키는 파격적인 스토리 라인 등, 소재, 내용, 형식, 모든 것에서 최고의 기대치를 만족시켜주는 그는 까다로운 작업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임에도 수많은 배우들은 그와의 작업을 고대하고, 실제로 전작 <도그빌>의 경우, 할리우드의 최고 스타 니콜 키드먼이 출연의사를 먼저 밝혀와 성사되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시나리오에 분명히 드러나있지 않은 반응과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의 달인이다. 그래서 배우들이 나중에 자기 연기를 보면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던 연기를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배우들과 작업할 때 카메라나 모니터의 뒤에 자리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 곁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함께 한다고 한다. 배우와 최대한 가까이 위치함으로써 그들이 그를 향해 연기를 하도록 유도한다. 배우들이 가장 주목 받고 싶고, 가장 주목하고 있는 대상인 감독으로부터 완전한 주목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줌으로 해서 배우들의 최상의 연기를 끌어내게 되는 것이다. <만덜레이>의 그레이스 역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경우 니콜 키드먼에 비해 어리고 연기 경험이 적었지만 그런 그녀이기에 감독이 원하는 데로 마치 기름종이처럼 모든 걸 흡수하고 과감하게 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빼어난 테크니션으로도 유명한 라스 폰 트리에는 자신의 의도를 영화의 부분이 아닌 전체 맥락을 아우르며 담아낸다. 그는 수많은 디테일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그 디테일들이 그가 창조하고자 하는 패턴에 어떻게 맞춰지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카메라 잡는 것을 즐겨 하고 그의 머릿속에 있는 영화 전체에 등장하는 모든 디테일들의 퍼즐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천재적인 기질을 영화로 쏟아내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야심찬 프로젝트, 미국 3부작! 화제작 <도그빌>에 이어 드디어 <만덜레이>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시대의 우화, 만덜레이
‘자유’와 ‘속박’은 강요가 아닌 선택의 문제다


이미 알려졌듯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도그빌>을 필두로 한 미국 3부작을 시작하는데 영감을 받은 것은 브레히트의 음악극 <서푼짜리 오페라>에 복수의 내용을 담은 ‘해적 제니’라는 노래에서였다. 그는 이번 <만덜레이>는 이에 더해 프랑스 작가 장 폴랑(Jean Paulhan)의 ‘O의 이야기’ 서문에 나오는 이야기가 큰 영감을 줬다고 밝혔다. 노예들이 해방 후 오히려 더 굶주리게 되자 다시 주인에게 돌아가고자 하나 주인은 이를 거부하고 노예들은 그를 죽인다는 이 이야기는 그를 크게 매료시켰다. 이번 이야기는 미국의 남부에 위치한 오지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긴 하나 단순히 미국 내에서 보여지는 인종차별에 국한된 것은 아님을 밝힌 감독은 인종차별로 인한 억압의 책임은 의심할 여지 없이 백인들에게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예들에게 자유가 주어진 후, 그들에게 열려있는 여러가지 선택의 문제에서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문제 제기를 해왔다. ‘자유’와 ‘속박’은 결국 강요가 아닌 선택으로 결정되고 그 선택의 과정에서 옳은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는 동등한 사회가 형성되어 있느냐가 중요하게 대두된다. 이 영화를 반미로 받아들이는 관객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준비가 된 관객이라면 영화에서 진정으로 담아내고자 한 아이디어에 함께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영화 속에서 다루고 있는 커다란 주제는 드러내놓고 까발리며 말하지 않으면 그 크기를 넘어설 수 없었고, 그렇게 드러내놓고 까발려진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들이 담아낸 진실을 만나게 된다. 더 극적이며 정치적인,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인종차별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풀어냈다. 이렇게 드러난 불편한 진실은 옳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이야기될 수 있는, 이야기 되어야 하는 중요한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노예제도와 그 영향, 그리고 인종차별의 가장 부끄러운 단면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담은 <만덜레이>. 영화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우화로 남겨질 것이다.


Production Note

다시 한번 재현되는 무궁한 상상력의 무대!

이미 <도그빌>을 통해 우리에게 선보였던 분필로 그려진 상상의 무대는 <만덜레이>에서도 어김없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도그빌>을 통해 새롭게 시도된 이 무대 형식은 복잡한 세트를 심플하게 만들면서 관객들이 캐릭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간결화된 배경은 관객들에게 오히려 더욱 큰 상상력을 안겨주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한다. 특히나 <만덜레이>의 무대는 <도그빌>에서의 무대에 비해 두 배쯤은 더 넓어지고 전면에 커다란 저택이 놓여 거대한 무대로 재탄생 되었다. 이로써 <도그빌>의 성스러운 무대에 웅장한 느낌이 더해진 <만덜레이>의 무대가 완성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이미 한 번 실험했던 것을 다시 한 번 시도하게 된 셈이었기 때문에 완벽한 통제 하에 이루어질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정확한 세트와 마을의 재현이 가능했다. 이들이 창조한 인공적인 마을과 농장은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영화 전반에 깔아주게 되고 탄탄한 스토리의 힘에 매혹적인 장치의 힘을 더하게 되어 영화의 성공적인 완성을 이끌어냈다.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프로페셔널의 정수!

<만덜레이>에 출연한 많은 배우들은 무대 경험이 풍부한 연극배우들이 많았다. 연극배우들은 같은 연기를 매일같이 반복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이들은 무대 한쪽 끝에서만 촬영이 진행될 때나 클로즈업으로 이루어진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서 자기 역할에 몰입하여 연기하며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작업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냈다고 한다. 또한 작업 시 소통이 힘들기로 유명한 라스 폰 트리에 감독과의 호흡도 중요했는데, <도그빌>에 이어 다시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들이 새로운 스태프들을 잘 이끌어주며 이상적인 현장 작업을 이루어 냈다. 특히나 이번 경우는 무려 7개국 출신으로 스태프진이 구성되면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광대한 해외 공동제작 시스템이 빛을 발했다. <만덜레이>의 모든 배우, 스태프들은 이같이 프로페셔널한 작업 과정을 통해 전작 <도그빌>에서 보여준 놀라움을 더욱 발전, 심화시킨 구성과 스토리를 덧붙여 주었다. 삼부작의 마지막이 될 차기작 <워싱턴> 또한, <만덜레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이 될 예정이라고 알려져 마지막 이야기에 대한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만덜레이> 라스 폰 트리에 인터뷰

-EPK 인터뷰

Q1.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하여…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백하다. 왜냐하면 그레이스는 만덜레이에 민주주의를 가져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세계에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미션, 종교적 의미에서 선교란 무언가를 잃은 곳을 변화시키는 작업이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스스로의 믿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허락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션이란 종교적 신념이 없는 어딘가에 가서 그들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미국이 하고자 했던 것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매우 나쁜 도덕률이다. 자유를 원하는 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은 아름답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방식이 나쁘다고 판단하며 자신들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Q2. 대니 글로버와 흑인 역에 대해…
대니는 캐릭터에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고 대니는 역할을 잘 소화해내었다. 누군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기란 정말 어렵다. 나는 이 영화에서 영웅이나 혹은 선한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영화에서 혹은 모든 미국영화에서 흑인배우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배역이란 “통치자”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피부 색깔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퇴보이다. 오늘날 흑인 배우들이 얻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배역은 바로 영웅, 영웅적인 배역이다. 그것은 끔찍하다.

Q3. 왜 영화를 찍는가?
내가 어렸을 때 미디어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실 무언가를 위해 영화를 ‘사용’해야 하는 시대이다. 무엇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지 정답은 따로 없다.

-PRESS_KIT 인터뷰
모호한 도덕 코미디, <만덜레이>


Q1. 미국 삼부작 중 두번째 작품인 <만덜레이>, 그리고 새로운 그레이스
물론 그레이스라는 캐릭터는 그 역할을 맡은 배우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알려져 있다시피 이 시나리오는 니콜 키드먼을 염두에 두고 쓰여졌다. 니콜이 아닌 다른 여배우가 이 역할을 맡게 되자 당연히 캐릭터를 좀 바꿔야 했다. 나이가 어린 게 더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이 캐릭터의 고지식함이 더 설득력 있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에 순진하게 접근하는 태도도 그렇다. 물론 내 영화에서 여자 캐릭터들은 모두 순진함을 갖고 있긴 하지만.

Q.2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도 그렇지 않나.
물론이다. 전혀 새롭지 않다.

Q.3 이 영화는 우화다.
그렇다.

Q.4 <만덜레이>에서 그레이스가 <도그빌>의 그레이스가 입었던 것과 똑같은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것은 니콜 키드먼과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가 서로 전혀 닮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을 똑같은 그레이스로 봐주기를 바란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들은 똑같은 그레이스다. 그저 분위기와 느낌만 다를 뿐.

Q.5 하지만 <만덜레이>의 그레이스의 행동은 완전히 다르다. 그녀는 훨씬 더 적극적이다. <도그빌>에서의 그레이스는 모든 것을 알면서도 방관하다가 영화의 결말에서야 비로소 개입한다.
맞다. 하지만 첫번째 영화에서의 그레이스가 이번의 그레이스가 된 과정이 있다. 애초의 내 생각은 그레이스라는 캐릭터가 변화하는 과정을 다룬 삼부작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다. <도그빌>의 끝부분에서 그녀는 약간의 권력을 갖게 되고 그 권력을 이용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게 될 것임을 예감한다.

Q.6 <만덜레이>에서도 그러한가.
글쎄… 내가 만든 캐릭터들 중 무언가를 더 나아지게 만든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진심을 다해 노력한다.

Q.7 민주주의는 무력에 의해서라도 앞당겨져야 한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만덜레이>의 그레이스는 조지 부시 대통령과 그의 이라크 침공에 비교할 수 있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렇다, 그레이스는 그렇게 볼 수 있다. 부시를 욕할 순 있다. 그런데 그가 정말 진심으로 그런 신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가 우릴 골탕 먹이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해야 세상이 나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의심의 여지없이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 그레이스도 마찬가지다.

Q.8 <만덜레이>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인가.
글쎄… 결국 똑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만덜레이>에서 내게 특이한 점은 다른 인종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고 그게 재밌다. 덴마크 사람들은 인종 차별 문제를 겪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덴마크에는 흑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즈 뮤지션들 외에는 흑인들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후 인종차별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따라서 <만덜레이>는 덴마크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플롯에 영감을 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프랑스 작가가 쓴 의 서문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노예들이 해방된 후 오히려 굶주리게 되자 다시 주인에게 돌아가고 싶어한다. 주인이 거부하자 노예들은 그를 죽인다. 나는 이 짧은 이야기에 매료됐다. 다른 하나는 미국에 대한 제이콥 홀트(Jacon Holdt)의 사진들과 강연들이다.

Q.9 혹시 그런 욕구는 없었나. 사람들을…
감화시키고자 하는? 글쎄, 모르겠다. 이 영화는 물론 도덕 코미디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특히 결말이 모호해보였으면 한다. 모호함으로 나 자신을 감출 수 있으니까.

Q.10 왜 <만덜레이>에는 착한 사람, 또는 주인공이 없나.
왜 없나, ‘맴’은 착한 사람이다. 결말에서 그녀는 주인공 같은 인물이 된다고 보지 않나? 물론 그레이스도 원래는 그런 인물이어야 하지만 너무 멍청하고 관념적이라 주위의 모든 것을 망쳐버린다. 그녀에게는 정치적인 실용주의가 부족하다. 멍청하고 관념적일 뿐만 아니라 감정적이기도 하다. 정치에서는 그런 점들이 손해가 될 뿐이다.

Q.11 하지만 실생활에서 우리는 오히려 그래야 하지 않나?
감정적인 것 말인가? 물론이다. 하지만 감정적인 건 실생활에서도 별로 득은 되지 않는다.

Q.12 그럼 냉소적이어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 사고하는 인간이라면 그래야 한다. 어느 정도의 냉소주의가 없다면 살아남기 힘들 다. 난 지금 다양한 불안 치료를 받고 있는데 뇌의 기본적인 주 기능은 쓸데없는 감각 정보들을 걸러내는 일이라는 걸 배웠다.
필터가 잘 작동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거칠게 살고 다소 예술적 속물근성이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인간의 삶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모두 걸러내지 않는다. 그들은 좋은 필터를 가진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대상이 되는데,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시야 밖에 있는 것들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너무 튼튼한 필터에 걸러져서 볼 수 없는 그런 것들. 하지만 그런 예술가들은 보통 불행하기 마련이다. 필터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인간다운 삶을 살기 힘들기 떄문이다.

Q.13 내가 보기에 당신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늘 높은 기준을 설정해놓는 사람인 것 같다. <도그빌>을 촬영할 때 당신은 그 기준을 너무 높이 올려놨었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당신의 미니멀리즘을 좇고 바닥에 분필로 표시를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덜레이>도 그런 발상을 반복하듯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고 있는데 어떤 느낌인가.
내가 어떻게든 기준을 넘어간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넘어가는 게 안 되면 밑으로 기어서라도 간다. 내가 하는 행동에는 늘 정확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어차피 기준을 설정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Q.14 하지만 이번만큼은 당신과 관객 둘 다 기준이 얼마나 높은지 알고 있다. 이 영화의 전제들 말이다.
아, 그런 뜻이었군. 그런 생각은 못 해봤는데. <만덜레이>의 촬영은 원만했고 즐거웠지만 문제는 아까 말한 그 필터였다. 어떤 대상에 그 필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대상에 사용하게 돼있다. <만덜레이>를 만들 때도 기본적인 불안감은 있었지만, <도그빌>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가 일하기 매우 편한 사람이었던 탓도 있다. 니콜 키드먼은 배우로서 직업정신이 매우 투철하고 성실한 사람이고 브라이스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가 그녀의 데뷔작은 아니지만 거의 데뷔작이나 마찬가지였다.

Q.15 니콜 키드먼은 좀 달랐나?
확연히 달랐다. 니콜은 경험에 기반해 연기했지만 브라이스는 아직 어려서 경험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난 두 가지 타입의 연기를 다 경험한 적이 있다. 신인 시절의 에밀리 왓슨과 일할 때 즐거웠다. 연기자가 경험이 많지 않다면 경험이 풍부한 연기자와 비슷한 연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기준을 높이 잡는다. 만약 이 부분에서 기준을 낮게 잡았다면 다른 부분에서는 높게 만든다. 나는 늘 내 능력의 최대치까지 기준을 올려놓지만 영화에서도 그게 느껴질 지는 장담할 수 없다.
개인적인 일에 있어서 그럴 때도 있고 일에 있어서 그럴 때도 있다. 언제나 기준은 높다. 아직까지 내가 게으르게 살았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만덜레이>는 시나리오가 보다 압축적이고 계획적이었기 때문에 평소보다는 약간 게을렀던 것 같다. <도그빌>은 더 펼쳐진 이야기였다. <만덜레이>의 스토리가 더 깔끔하지 않나?

Q.16 <만덜레이>의 플롯은 더 극적이고 정치적으로 선동적이다. 하지만 <도그빌>에서 조명과 분위기는 처음에는 우호적이다가 한 순간에 얼음처럼 차갑고 적대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니콜 키드먼의 짧은 시선 하나에서도 매우 다층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고통과 모호함과 불안이 잠재되어 있었다.
맞는 말이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만 내 방식을 분석하는 게 내겐 힘들다. 그리고 <만덜레이>를 만드는 게 덜 힘들긴 했다. <어둠 속의 댄서> 같은 영화는 만들기가 정말 고통스러웠고, 기준을 높이 올려놓은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나?

Q.17 비욕의 연기는 지금 생각해도 감동적이다.
내게도 그렇다. 좀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배우들에 있어서 나는 운이 좋았다. 정말 많은 걸 얻었다. 브라이스도 마찬가지다. 정말 재능있는 배우다. 나의 배우들은 모두 정말 너그러웠다. 비욕도 촬영하는 동안에는 매우 너그러웠다. 니콜도 마찬가지고.

Q.18 대니 글로버는 시나리오가 백인 남성의 관점에서만 쓰여진 것 같아서 좀 불편했다고 했는데.
맞다. 내가 백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어가면서, 이 영화에 출연한 영국 흑인 배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내가 백인이라는 느낌을 조금씩 덜 받게 되었다.
대니의 말처럼 백인 남성의 관점을 담고 있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게 좋은 거 아닌가? 왜냐하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게 모종의 진실을 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Q.19 정치적 올바름이나 뭐 그런 것 때문에 흑인 배우들 중 단 한명이라도 좀더 영웅적인 캐릭터로 만들고 싶은 유혹은 없었나.
없었다. 이제까지 내가 만든 영화들에 나온 그 어떤 캐릭터도 그들보다 낫진 않다. <어둠 속의 댄서> 빼고는.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간적인 역할이 아니라 영웅 역할만 해야 한다면 그건 안타까운 일이다.
유색 인종 배우들이 영화산업에서 쟁취해야 하는 건 그들이 늘상 얘기하는 ‘백인들의 역할’이다. 흑인 배우들이 백인들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영웅이니 대통령이니 하는 역할로 규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흑인 영웅들은 아직도 미국 영화에서 꽤 인기있는 캐릭터들이다.

Q.20 그래도 미국의 흑인 배우들 중 <만덜레이>에 출연할 만한 용기를 지닌 배우는 찾기 어려웠다.
그렇다, 힘들었다. 이 영화에 대해 공감하고 흥미를 가진 배우들을 몇 명 만나봤으나 미국 내에서 너무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선뜻 출연하겠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Q.21 덴젤 워싱턴이 주로 맡는 전형적인 흑인의 역할이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그거다. 그리고 미국 배우들과 영국 배우들의 태도가 엄청나게 다르다는 걸 배웠다. 영국 배우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스스럼없이 농담까지 할 정도로 편하게 생각한다. 미국인들은 이런 문제를 훨씬 더 심각하게 생각한다. 과거 노예 제도의 역사가 미국인들에게는 큰 상처다. 대니 글로버가 이 역할을 수락한 건 대단히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여성운동가였지만 여성 의무고용에는 반대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얻었다는 말을 들어야 하니까. 성별이 아니라 능력으로 일을 얻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배우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늘 영웅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 정말 지겨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만덜레이>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백인 캐릭터들과 흑인 캐릭터들을 다르게 취급한 적이 없다.

Q.22 빅토리아 역을 맡은 영국 여배우 르웰라 기디언은 빅토리아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흑인 여성으로서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했는데.
누구든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건 문제다. 하지만 이건 연기일 뿐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배우들과 가까워지고 나처럼 여러 배우들을 등장시키면 연기할 때 힘든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쉬운 부분도 있고. 나쁜 행동을 하는 연기가 당연히 더 힘들다. 하지만 아이들을 때린다는 건 영화의 전체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Q.23 노예들이 해방된 뒤 심각한 범죄가 발생하자 거수를 통해 처벌 방법을 결정한다. 처음으로 함께 민주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 상황인데, 그들은 가장 원시적인 방법인 사형을 선택한다. 인류적 차원에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그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민주주의는 자발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무력으로 강제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다른 체제는 힘으로 강제하기가 훨씬 쉽다. 민주주의는 어렵다. 이라크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다. 민족과 국가가 함께 민주주의를 키워나가야 한다. 그게 낯설고 새로운 체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는 개인에 대한 가정과 사회의 최선의 교육을 필요로 한다. 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좀 어리석지만 자신들이 매우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모두 멍청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그래야 코미디가 된다.

Q.24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노예들 문제에 간섭하지 말고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내버려두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백인으로서 죄책감 때문에 노예들의 문제에 개입한다. 둘 중 누가 옳은가?
억압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백인들에게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모든 주요 도시에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있지만, 정작 미국에서 일어난 인종 차별에 대한 박물관은 단 한군데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책임은 ‘우리’에게 있지만 이 영화가 제기하는 질문은 자유를 얻은 노예에게 어떤 선택들이 열려있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사회가 그들을 열린 맘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그들에게는 동등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서서히 옳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중간적 사회를 찾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만덜레이>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취하는 태도는 불행하게도 매우 이기적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자신들이 가장 좋은 걸 차지하는 것인데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사회는 엉망이 될 것이다. 연대의식과 투쟁의식을 가지고 나서는 누군가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Q.25 미국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워싱턴>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고민 중인데 쉽진 않다. 만들고 싶고 좋은 아이디어도 있으니 기다려보자.

Q.26 그레이스가 <도그빌>에서 배운 것을 <만덜레이>에 옮겨왔듯이 <만덜레이>에서의 경험을 <워싱턴>에 옮겨올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보다 성숙한 그레이스가 등장할 것이다.

Q.27 니콜 키드먼이 다시 그레이스를 연기할 가능성도 있나?
지금 얘기 중이다. 각각의 작품에서 서로 다른 여배우가 그레이스를 연기하는 게 더 말이 되겠지만, 어쨌든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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