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빠져든다...
‘그녀에게 빠지는 건 죄가 아니다’단란했던 예전과 달리 무너져만 가는 가족관계에 힘들어하던 캐서린(줄리안 무어)은 교수인 남편 데이빗(리암 니슨)이 어린 학생들과 외도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이에 그녀는 그 동안 지켜봐왔던 매혹적인 아이 클로이(아만다 사이프리드)에게 남편을 유혹하도록 부탁해 그를 시험하기로 한다. 클로이에게서 남편과의 관계를 듣던 캐서린은 자신이 질투하고 있음을 느끼지만, 그 감정이 누구에게로 향한 것인지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이내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클로이가 쳐놓은 위험한 거미줄에 걸려들었음을 알게 되는데...
지독하게 매혹적인 클로이의 유혹, 그녀의 치명적인 비밀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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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에 관한 감독 아톰 에고이안의 생각more
가장 먼저, 또 가장 우선적으로 <클로이>는 친밀함의 본질을 다룹니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는 우리가 관계 속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지, 타인을 바라볼 때 우리 스스로가 이렇게 보여졌으면 하는 방식으로 바라보지는 않는지, 또 타인이 혼자 있을 권리를 지켜주는지, 고독할 권리를 지켜주는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 영화입니다.
릴케가 말했듯이, 상대방의 고독을 지켜주는 것이 파트너로서의 역할입니다. 따라서 이 균형은 그렇게 고독을 지켜주든지 아니면 사람을 잃든지 하는 두 가지 사이에 존재합니다.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다시 말해 어떻게 우리가 우리 자신을 마음으로 그려내어 관계라는 것 속에 통합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관계라면 자신을 내던져야 합니다. 하지만 만약 상대방의 관심사를 명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다면 그 경사면은 정말로 위험해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영역입니다.
<클로이>는 결혼에 관한 보수적인 생각뿐 아니라 상대방에게서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추구하는 두 영혼 사이의 예상에 빗나간 결혼, 둘 다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이 영화는 자아를 창의적으로 해석해야 할 필요성과 그에 따르는 위험에 관한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인생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믿을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통제하는 데로 그 이야기가 전개해간다고 느낄 필요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수를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활동을 개시하는 모든 감정 요소를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룰 때는 언제나 변수가 따릅니다. 우리는 놀랍도록 복잡하고 예민한 영혼들이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관계라는 것이 한계에 의해서 제한된다고 생각할지라도 변수의 진화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랑에 빠질 필요가 있고 또 그런 곳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지만 또한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이해하여 스스로 채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응분의 결과가 반드시 따라올 것입니다.
-아톰 에고이안-
2010년 가장 치명적인 비밀을 가진 에로틱 서스펜스
의심에서 시작된 사랑과 배신의 변주곡
<클로이>는 한 여인이 남편에 대한 의심이 결국 자신은 물론 가족을 큰 위험에 빠뜨릴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에로틱한 음모라는 사건을 이용해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에로틱 서스펜스이다. 칸영화제 비평가상을 수상한 <엑조티카>를 비롯해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달콤한 내세> 등 매 작품, 치밀하고 섬세한 심리묘사와 관능적인 영상을 선보이는 에로틱 서스펜스의 거장 아톰 에고이안이 메가폰을 잡았다.
부유한 환경에 있지만 내면의 감정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캐릭터, 가족의 역동성, 겉모습과 실재의 차이, 진실의 상대성 등 에고이안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일련의 특징들은 <클로이>에도 역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클로이>는 에고이안이 만든 13편의 장편 영화 중 본인이 각본을 쓰지 않은 유일한 작품으로 내면을 파고 들었던 이전 작품들보다 직선적이고 명확하게 펼쳐지는 스릴러적인 특성을 가졌다.
<클로이>의 대본은 사장과 비서의 관계를 통해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조명하며 ‘그 해 가장 신선한 시나리오’로 평가 받은 <세크리터리>와 20세기 천재 사진작가 디앤 아버스의 기묘한 초상을 그린 <퍼> 등 신선한 감각을 인정 받은 에린 크레시다 윌슨이 맡았다. 그녀가 4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완성한 <클로이>는 인물들의 관계와 행위의 목적과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동시에 아이러니하고 특이한 에로티시즘을 선사하며 색다른 드라마를 완성한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해서 생긴 일’이라는 표면적인 현상만으로 드라마가 끝난다면 단순한 통속 드라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클로이를 고용하는 부인의 의도는 남편을 이해하고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방법을 찾으려는 것이며 클로이와 친밀함을 발전시키는 것은 사실 남편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때문에 친밀함의 본질과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또 얼마나 부담스러울 수 있는지에 대한 관객들의 판단을 유도하며 흥미를 자아내는 동시에 인생의 변화를 겪는 시기에 놓인 대부분의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것이다.
2010년 가장 기대되는 조합
세계적인 연기파 배우와 세계적인 기대주의 만남
<클로이>의 매력은 스토리뿐만 아니라 독특한 캐릭터에 생명을 부여하여 형상화해 낸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작진은 중독성 있는 스토리가 좀 더 폭넓은 관객의 반응을 불러 일으킬 수 있도록 대중적인 스타를 선별했고 이에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줄리안 무어와 리암 니슨, 세계를 강타한 <맘마미아!>의 신예 스타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캐스팅하게 되었다.
극의 중심이 되고 있지만 ‘거짓 없는 솔직함과 누구라도 빠져드는 성적 매력’이라는 캐릭터적인 과제 때문에 매혹적인 젊은 고급콜걸 클로이 역의 캐스팅은 어려움을 겪었다. 로스엔젤레스, 토론토, 런던에 이르기까지 수백 명의 여배우들이 오디션을 거쳤고 이 결과 ‘예측불허에 흥미진진한, 아주 희귀한 여배우’라는 감독의 평을 받은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발굴하게 되었다. 그녀는 줄리안 무어의 성숙한 관능미와 완벽하게 대비되는 설익은듯한 자연미와 순진한 얼굴, 내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가도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을 표출하며 에로틱 드라마에서 스릴러로 발전되어가는 영화의 스토리에 완벽하게 부합되는 이미지를 창출했다. 특히 오디션은 <맘마미아!>가 크게 성공하기도 이전의 일로 <클로이>는 유명세가 아닌 온전히 그녀의 재능으로 이뤄낸 결과이다.
줄리안 무어가 맡은 캐서린 역은 이미 시나리오 단계부터 줄리안 무어를 염두에 두고 만든 역할로 마치 맞춤옷을 입은 듯 ‘줄리안 무어만이 연기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대화가 단절된 아들과 점점 변해가는 남편과의 관계 등에서 느끼는 깊은 상실감, 통제불능이 되어버린 인생의 어떤 지점에 자신이 처해있다는 깨달음을 표현하는 특유의 지적이면서도 차분한 연기는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낼 것이다. 특히 연기인생 최초로 전라 열연과 아만다 사이프리드와의 동성 정사 장면까지 감행하며 이유 있는 노출을 선보인다.
사무엘 베케트 원작의 TV물 <에이 조오(Eh, Joe)>에서 아톰 에고이안과 함께 작업한 인연으로 영화에 가장 먼저 합류하게 된 리암 니슨은 특유의 지적이고 중후한 매력을 통해 <테이큰>의 강인한 아버지와는 또 다른 모양의 카리스마를 전한다.
캐나다 토론토 로케이션
캐릭터의 역할을 한 영화 속 장소들과 계절
<클로이>는 모두 캐나다 토론토에서 촬영했다. 아톰 에고이안 감독의 전작 <엑조티카> 역시 토론토를 배경으로 해 도심 곳곳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는 토론토라는 도시의 매력을 샅샅이 보여주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카페 디플로마티코나 리볼리 같은 레스토랑에서부터 윈저 암스, 페어먼트 로얄 요크 호텔, CN타워,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온타리오의 아트 갤러리, 알솝이 디자인한 온타리오 예술 대학 등 익히 볼 수 없었던 토론토의 명소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장소는 단순히 배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영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가족의 집은 건축가 드류 만델이 지은 토론토의 라빈 하우스로 주 침실만 크기를 키워 스튜디오에 다시 만들었을 뿐 모두 실제 장소에서 촬영되었다. 특히 유리가 든 큐브가 이어진 모양으로 숲의 협곡 위에 떠있도록 지어져 있는 이 집은 모든 것이 담겨 있지만 위태로운, 유리처럼 허약한 가족의 평온을 의미한다. 또한 캐서린의 병원으로 등장하는 토론토 요크빌의 호화로운 사무실이나 클로이의 활동 영역인 찻집과 레스토랑, 고급 호텔바는 각기 겉치레와 일종의 성적 매력을 암시하고 있다.
캐릭터의 역할을 하는 것은 장소뿐 아니라 영화 속 계절 역시 마찬가지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계절은 1년 중 겨울에서 벗어나 봄을 기다리는 시기로 이는 사람들이 잔혹한 외부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장소를 찾으려 애쓰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관계’라는 틀 속에서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는 영역으로 움츠리며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은 스토리 전체를 지배하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 이처럼 영화 속 계절은 피난처라는 느낌을 창조하면서 시각적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흥미로운 도구가 된 것이다.
거울과 유리의 이미지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의상
디지털 세계가 영화라는 왕국의 영토에 이미 확고하게 말뚝을 박은 시대에 <클로이>는 35mm 필름으로 촬영했다. 디지털로 작업할 수도 있었지만 필름만이 줄 수 있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필름 촬영을 선택했고 필름영화 특유의 풍부한 색감과 일정한 톤 터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캐서린이 거울을 통해 클로이를 처음 만나는 순간이라든지 유리창에 비친 인물들의 모습 등 거울과 유리에 비치는 이미지는 영화 내내 배경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많은 장면에서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거울과 유리를 다루는 일이 영상 미학적으로는 흥미로운 작업이었지만 실질적인 촬영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특히 영화 속 집인 라빈 하우스는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촬영 중인 스탭들의 모습이 비치지 않도록 피해 다니는 방법을 창의적으로 고안해낼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단계를 거쳐야 했다.
등장 인물들의 의상 역시 ‘거울이나 유리에 투영되는 영상’이라는 테마에 맞춰 거울에 비친 모양, 색상, 구조를 고려했다. 이중 클로이는 외부 환경과 연관된 색상과 패턴을 보여주는데, 온실에서 입는 코트와 나뭇잎이 수놓아진 코트는 외부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관객들이 알아차린다면 놀라운 의상의 비밀! 캐서린과 클로이의 의상은 극이 진행되면서 변화하는 인물들의 심리에 따라서 후반부로 갈수록 서로를 흉내 내며 비슷하게 변화되어 가는 미묘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