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이곳에서 나를 구해줘.
한밤중의 교통사고크리스마스를 앞둔 파리의 어느 외곽. 실업자가 된 두 친구는 설상가상으로 어둠 속에서 길 건너던 사람을 치고 만다. 음주에 과속, 행인은 즉사라는 엄청난 비극에 절규하려 할 때, 사내들은 죽은 이의 곁에서 200만 유로가 든 가방을 발견한다. 꿈도 못 꿀 거액, 목격자도 없다! 양심과 돈 사이에서 갈등하던 두 친구는 마침내 유혹에 굴복하는 길을 택한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한 쌍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음을.
납치되는 소녀들
다음날 사고 현장 근처 창고에선 ‘멜로디’라는 맹인 소녀의 시신이 발견된다. 인형처럼 곱지만 섬찟한 미소를 지으며 죽어 있는 소녀. 경찰은 소녀가 납치된 후 살해되었으며, 몸값을 인출해 오던 소녀의 아버지도 사라졌다고 발표한다. 풀리지 않는 의문 속에서 또 한 명의 소녀가 납치당한다. 이 소녀는 주기적으로 인슐린을 맞지 않으면 목숨마저 위태로워지는 당뇨병 환자. 앞으로 40시간 내에 그녀를 구해야 한다.
범인과 형사의 기묘한 공감
쌍둥이를 키우는 싱글맘이자 미모의 열혈형사인 루시가 사건에 투입되면서 수사는 활기를 띤다. 뛰어난 재능과 열정으로 사건에 몰입하는 루시.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녀는 범인의 심리에 동조되다 못해 범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기이한 모습까지 보인다. 그런 그녀와 함께 일하며 동료 이상의 감정을 느끼는 파트너 모레노,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잔인한 사이코패스, 악마의 시험에 걸려든 두 친구까지, 어느새 얽혀버린 이들의 운명은?
과연 루시는 이 죽음의 카운트다운을 멈추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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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적인 스릴러로 프랑스 영화의 자존심을 이어간다!more
국내에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 스릴러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볼거리에 치중하는 할리우드식 스릴러와 달리, 이야기의 흡인력이라는 장르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 최근에 돋보이는 성과는 단연 피에르 모렐 감독의 <테이큰>(Taken, 2008). 뤽 베송이 각본과 제작을 겸한 이 영화는 오랜만에 나온 슬리퍼 히트작(sleeper hit :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히트작)으로 단숨에 흥행 고지를 점령하며 상반기 스릴러 열풍을 주도했다. 기욤 까네 감독의 <텔노원>(Tell No One / Ne le dis à personne, 2006)도 영화 포털에서 높은 평점을 자랑하며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미개봉 화제작이다.
탄탄한 시나리오 뒤엔 쟁쟁한 원작 소설이 있었다!
전직이 컴퓨터 엔지니어였던 프랑크 씰레즈의 원작소설 ‘망자의 방’은 2005년 출판되어 20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양들의 침묵’에 대한 오마주를 영화에 삽입할 만큼 토마스 해리스의 팬인 알프레드 로트 감독이 이 소설을 읽고 영화화 결정을 내린 것은 다름아닌 캐릭터의 진정성 때문. 감독은 원작자로부터 100%의 자유를 보장 받고, 루시의 엄마, 모레노, 라파엘을 소설보다 부각시켰으며, 소설에선 마음 속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살인자도 현실적인 캐릭터로 바꾸었다. 영화를 통해 원작에서 풀리지 않았던 의문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려 한 것이다. 이러한 감독의 의도는 2008 Lumière Awards에서 Best Writer 상으로 보답 받을 만큼 성공적이어서 일반적으로 각색영화에 실망하게 마련인 원작자조차 흡족해 했다는 후문.
사건이 사건을 낳는, 세 가지 관점의 입체적 스릴러
<멜로디의 미소>는 범죄를 둘러싼 흥미로운 구성과 매력적인 인물들로 관객 기대에 부응한다. 엽기 잔혹 스릴러의 외형을 갖고 있지만, 여기에는 트라우마, 유괴, 살인, 박제라는 민감한 소재들이 치밀하게 얽혀있다. 유괴범, 유괴범을 쫓는 형사, 유괴된 아이의 아버지를 치고 달아난 두 남자라는 세 가지 관점의 이야기가 숨 돌릴 틈 없는 긴장감과 짙은 연민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쫓는 단선적인 구도가 아닌, 사건이 또 다른 사건을 낳아, 영화가 끝난 후에야 이 모든 관계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되는 입체적인 구조의 <멜로디의 미소>는 미국에서도 리메이크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