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중국 4세대 감독이자 5세대 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우티안밍 감독의 유작. <불사조의 노래>는 우티안밍 감독이 지속적 관심을 가져왔던 전통과 현대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그가 한 세대를 대표하면서 새로운 젊은 세대가 부상할 수 있도록 이끈 역할을 한 만큼 이 주제는 자전적이기도 하다. 영화는 태평소 연주자 우티안밍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혹독한 훈련을 거쳐 전수를 받았지만 정작 티안밍이 단장의 자리를 물려받아 악단을 이끌 시기가 오자 중국사회는 더 이상 전통음악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현대화되고 도시화되는 중국의 변화 속에서 불러주는 곳이 없자 티안밍은 연주를 계속 하겠다는 사부와의 약속조차 지킬 수 없게 된다. 안정된 연기와 연출로 사제 간의 강한 멜로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이 영화는 현대화의 강력한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사그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극한다. 그러나 반드시 향수적이지만은 않다. 사부의 무덤 앞에서 티안밍이 태평소를 연주하는 에필로그는 쓸쓸함보다는 현대화의 흐름 속에서도 가치 있는 전통을 보존해야 한다는 다짐과 주장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조혜영/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