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만 파고 살던 선량한 사람들. 이념갈들의 실체도 모르는 그들은 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땅, 생활의 전부를 잃는다. 단지 치유할 수 없는 상황만을 남겨놓고 전쟁이 끝나가고 있을 즈음, 눈덮인 산등성이에 자리한 한 채의 초가집. 산등성이를 울리는 몇 방의 총성은 두명의 남자를 차례로 이 초가로 쫒겨오게 만들고, 홀로 초가를 지키던 여인은 이들에게 전쟁의 피난처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초가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신념도 없이 오직 생존의 본능만을 간직한 그들은 이 초가를 치열한 생존의 전쟁터로 만든다. 초가의 주인이자 욕망의 대상인 여인을 차지하는 자가 승리자가 되는데, 결국 동란중에 가족을 잃은 노인이 여인과 아방을 차지함으로써 최초의 승자로 군림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인민군 청년의 등장으로 노인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엄동설한의 날씨 속에서 몸을 녹여줄 땔감 한 다발과 건강한 청년의 육체는 여인으로 하여금 청년에게 향하게 하고, 안방으로 밀려난 노인의 발악도 청년의 힘에 밀려 자신의 비참함만 더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승자와 패자의 구별도 잠시, 길을 잃고 찾아든 한 젊은 색시의 등장은 이 초가에 또 한차례 태풍을 몰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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