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섬에 가고 싶다.
바람피는 애인을 살해한 경찰관이 외딴 낚시터로 몸을 피한다. 그런데 이 낚시터는 그저 물고기 잡자고 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 아니다. 좌대에 자리잡은 사람들은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여자를 불러 찰라의 쾌락에 취하곤 한다. 이곳에 티켓다방 아가씨들을 배에 태워 좌대까지 안내하는 여자가 있다. 여자는 좌대에 틀어박혀 자살하려던 경찰관을 구해준 뒤 이 남자에게 집착한다. 발정기가 되서 몸을 떨고 침을 흘리는 동물처럼 둘은 하나가 된다.- 제작 노트
-
이야기에서 벌써 끈적하고 비린내나는 김기덕 감독의 취향이 드러난다. 이 영화는 물안개가 자욱한 낚시터를 무대로 낚시바늘을 삼키는 듯한 아픔을 전하는 영화다. 촬영은 경기도 안성 고삼저수지에서 1999년 11월 말까지 진행됐다. 순제작비 5억원이 안 되는 영화지만 조명과 세트만큼은 10억원 이상 투자한 영화들 못지 않다.more
감독은 동양화같은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사실 <섬>을 구상한 계기도 우연히 물위에 떠있는 낚시 좌대를 본 것이고 수평적 구도에 여백이 많은 화면은 격렬하고 자극적인 이야기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