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무대는 1차 세계대전 말이고, 프랑스 공군 마레샬과 장교 보엘디외는 비행기가 추락하여 그만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이 포로수용소에는 여러 나라의 군인들이 잡혀 있었고, 수용소장은 귀족 출신인 폰 라우펜슈타인이다. 그는 제네바 협정에 따라 신사적으로 포로를 대하지만, 포로들은 탈출을 계획한다. 그리고 프랑스 장교 보엘디외의 희생 덕분에 마레샬과 유대인 로장탈은 탈출에 성공한다. 두 사람은 천신만고 끝에 영구 중립국인 스위스 국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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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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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영화가 리얼리즘과 형식주의 사이에 놓여 있다면, 그건 미장센(mise-en-scene)과 몽타주의 역사로 다시 서술될 수 있을 것이다. 미장센은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크다는 변증법적인 몽타주와 반대로 시간과 공간의 현실적 반영 위에 놓인 전체의 시스템이 부분의 합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리얼리즘은 카메라가 현실을 기계 복제할 때 어떻게 모순을 보존하고 반영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믿어져 왔다.more
영화의 무대는 1차 세계대전 말이고, 프랑스 공군 마레샬(장 가방)과 장교 보엘디외는 비행기가 추락하여 그만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이 포로수용소에는 여러 나라의 군인들이 잡혀 있었고, 수용소장은 귀족 출신인 폰 라우펜슈타인(<그리이드>의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 감독)이다. 그는 제네바 협정에 따라 신사적으로 포로를 대하지만, 포로들은 탈출을 계획한다. 그리고 프랑스 장교 보엘디외의 희생 덕분에 마레샬과 유대인 로장탈은 탈출에 성공한다. 두 사람은 천신만고 끝에 영구 중립국인 스위스 국경을 넘는다.
장 르누아르는 이 영화를 ‘전쟁 장면이 하나도 없는 전쟁영화’라는 전무후무한 원칙을 갖고 연출한다. 그것은 평화에 대한 그의 희망이자신념이었다. 하지만 포로수용소에 모인 수많은 인간들의 모순에 찬 모습은 그러한 꿈을 또 다른 전쟁으로 이끈다. 거기에는 귀족과 노동자 또는 자본가 사이의 계급 모순, 유대인의 민족 모순, 국가간의 모순, 종교 모순이 서로 충돌하고, 편견에 차서 증오를 드러내고, 미워하고 맞선다. 그것을 르누아르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장시간의 이동 카메라와 편집 없는 롱 테이크, 그리고 딥 포커스를 이용한 공간적 깊이를 통해 고전적인 현실 모순의 리얼리즘으로 담아낸다. 르누아르는 전쟁 아래서의 자유와 평등, 전쟁과 박애의 관계를 준엄하게 묻고 있는데, 그의 질문은 주제와 형식의 일치를 통해서 보기 드문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사에서 유명한 마지막 장면.
“이제 곧 전쟁이 끝나겠지. 그러면 다시는 전쟁이 없을 거야.”인터내셔널한 단결을 꿈꾸는 노동자 출신의 마레샬이 이렇게 말하자 유대인 은행가 로장탈이 대답한다. “그건 자네의 커다란 환상일세.”그리고 두 사람은 눈 덮인 스위스 국경을 넘는다. 이 영화는 1937년 6월 4일 개봉되었고, 그로부터 2년 뒤에 예언대로(!) 2차 대전이 발발하였다.
나치의 선전상 괴벨스는 <커다란 환상>을 ‘영화의 적 1위’라고 부르며 모든 프린트를 소각하라고 지시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전후 이 영화의 프린트가 발견된 곳은 1946년의 뮌헨이었다. 그 뒤 수많은 시네마데크의 노력으로 1972년에야 비로소 우리가 볼 수 있는 ‘완전판’이 복원되었다.
-정성일 영화평론가, <세계 영화 100>(한겨레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