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기울면>은 인종적, 종교적, 계급적으로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두 여성의 사랑 이야기이며 성적 눈뜸에 대한 욕망의 우화적 이야기이다. 바로 까밀이 서커스단의 문지방을 건널 때 그녀는 짜릿한 미지의 세계, 즉 판타지의 세계, 육체와 감각적 세계로 진입한다. 한편 그 모험은 마틴의 안정성과 페트라의 사랑과 위험, 이성애와 동성애, 의무와 충족, 관습과 실험간의 갈등과 선택의 문제를 동반한다. 패트리샤 로젬마는 이 사랑과 성에 대한 모험과 환상을 아름다운 화면 속에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고 매혹적으로 그리면서 이성애적 판타지와 의식 밖의 영역에 내재해 있는 동성애적 판타지의 갈등과 경합을 보여준다. 전작에서 보여준 마술적인 리얼리즘적 요소들은 이 영화에서 한층 더 명백해지는데, 특히 해질 녘 달을 배경으로 한 헹글라이딩 장면이나 매직랜턴을 이용한 퍼포먼스 등 서커스단 여성들의 퍼포먼스 장면들은 일상으로부터 미묘하게 환상적인 세계로 이동하면서 여성들에게 묘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동시대 토론토 근교에서 촬영했지만 사실적이라기 보다는 유쾌하게 초현실적이다.

한편, 이 영화의 명백한 레즈비어니즘은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으며, 미국 개봉 시에는 동성애적 장면 때문에 등급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진정으로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장면을 원한다면 본 영화가 끝난 후 마지막 크레딧을 놓치지 말고 꼭 보기 바란다. 권은선/ 서울여성영화제 프래그래머 [씨네21 19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