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시선, 위대한 앵글 그리고 은밀한 사랑
사진사인 남편을 도우며 살아가던 ‘디앤’(니콜 키드먼)은 평온하지만 갑갑한 하루 하루를 보낸다. 거대 모피상인 아버지 덕에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나 화려한 상류층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그들은 마치 아버지의 모피처럼 생명력 없이 거들먹거리는 부류일 뿐, ‘디앤’은 왠지 살아가는 일이 답답하기만 하다.그러던 어느 날, ‘디앤’이 살고 있는 아파트 윗 층에 신비에 싸인 한 남자가 이사를 온다. 기이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 ‘라이오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아찔한 호기심과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 ‘디앤’. 사실 ‘라이오넬’은 선천성 다모증으로 인해 전신이 긴 털로 덮여 있는 특별한 사람. ‘디앤’은 그를 만나기 위해 이웃들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핑계로 윗 층을 찾게 되고 차츰 ‘라이오넬’과 그의 기이한 친구들과도 가까워 진다. 그녀가 마주친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디앤’은 한 없이 다정하고 독특하며 예술적인 ‘라이오넬’에게 차츰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라이오넬’ 역시 자신을 기이한 괴물이 아닌 특별한 한 남자이자 사람으로 대하는 ‘디앤’을 영혼으로부터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선천적인 특이함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디앤’은 마침내 생명력 없이 그녀를 구속하기만 했던 상류 사회와 남편에게 이별을 고하고 ‘라이오넬’과 함께 할 결심을 한다. 또한 ‘라이오넬’은 ‘디앤’과의 마지막 여행을 몰래 계획하며 그녀에게 건넬 선물을 준비하는데…
동영상 (1)
- 제작 노트
-
The Secret of a Moviemore
“금지된 세계’를 탐닉한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dds)” 디앤 아버스
그 몽환적이고 특별한 세계의 비밀이 열린다!
20세기 서양 사진예술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며 새로운 사진예술의 한 장을 연 디앤 아버스(Diane Arbus). 특히 미국의 사진예술이 그녀로 인해 영원히 바뀌어 버렸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디앤의 앵글은 독특하고 기이한 세계를 여는 열쇠였다.
1924년, 부유한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나 14살에 가난한 사진작가였던 남편 알렌 아버스와 사랑에 빠져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18살에 결혼한다. 생계를 위해 남편의 촬영을 도우며 ‘마리끌레르’, ‘보그’, ‘하퍼스 바자’, ‘글래머’ 등의 패션 화보를 찍었다. 그러다 그녀는 30대 후반에 여류사진작가 리제트 모델(Lisette Model)에게 사사하고 리차드 아베돈(Richard Avedon), 알렉스 엘리엇, 아티스트 마빈 이스라엘(Marvin Israel)등과 교류하며 예술가로서의 천재성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남편과의 이혼, 마약과 섹스 중독, 지독한 우울증에 빠져있던 아버스는 1971년 7월, 뉴욕의 아파트에서 손목을 그은 채로 발견된다.
아버스는 스승과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강력하게 찍고 싶은 것’을 찾아 ‘자신만의 사진’을 ‘모호하지 않게’ 표현하였다. 그녀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뒷골목의 기인이나 기형아, 성전환자들을 필름에 담아냈다. 아버스는 더럽고 추하며 악한 것을 탐닉한 것이 아니라 ‘금지된 것’을 간절히 욕망했다. 이런 비정상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인물사진들은 ‘정상’과 ‘비정상’,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녀의 독특한 작품관을 구축해 낸다. ‘제대로 보면 모든 형태가 아름답다 - 괴테’는 말은 그녀의 사진을 통해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퍼>는 디앤 아버스의 일대기를 그리지도, 역사적인 사실만을 다루지도 않았다. 다른 전기 영화와는 달리 평범한 주부였던 디앤 아버스가 신비로운 체험을 통해 잠재되어 있던 천재성을 일깨워가는 초기과정을 상상 속의 등장인물과 사건으로 다듬어 내었다. 스스로는 ‘위대하고 슬픈 사진가’를 꿈꿨지만 ‘유령을 담는 사진가’, ‘기형인들의 사진가’, ‘퇴폐적 우아함을 지닌 착취적 나르시시스트’라는 별명을 달고 천재와 괴물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았던 작가이자 아름다운 여인 디앤 아버스. 과연 신비롭고 몽환적인 상상 없이 그녀를 그릴 수 있었을까? 영화 <퍼>는 한 천재사진작가의 생애를 영화적으로 접근한 새로운 시도일 뿐 아니라 남편과 아이들 틈에서 자아를 발견할 기회를 찾지 못하던 1950년대 여성의 심리와 은밀한 욕망까지 그려낸 매혹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헐리우드 최고의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니콜 키드먼’
천재 예술가의 숨겨진 욕망과 비밀, 그리고 아찔한 사랑을 그리다!
<디 아워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단연 헐리우드 최고의 여배우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니콜 키드먼이 비운의 여류 사진작가 디앤 아버스 역을 맡았다. 그녀는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나 완벽한 엔터테이닝 영화의 대형 스타였으나 어느새 ‘다양한 연기’라는 자유로움에 몸을 던졌다. 기존의 오락영화 범주에 갇히지 않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실험적인 영화 <도그빌>에서 충격적인 역할을, <디 아워스>에서는 버지니아 울프 역을 맡아 알아보지 못할 만큼의 분장연기에 도전하기도 하였다. 이제 <퍼>를 통해 니콜 키드먼은 또 한번 천재였기에 짜릿한 흥분과 행복, 고통과 불행을 오갔던 사진 예술가 디앤 아버스에 도전하여 그 빛을 발휘한다.
니콜 키드먼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났지만 기묘하고 낯선 세계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과 동경, 모험심을 가슴 깊이 숨기고 있었던 디앤 아버스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겉으로 보이는 한 꺼풀(fur)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세계에 몸을 던지게 된 한 천재 사진작가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흥분과 설렘, 두려움, 혼란과 결단 같은 감정이 니콜 키드먼을 통해 매혹적으로 그려진 것이다. 또한 신비한 매력으로 ‘금지된 세계’의 문지기가 되었던 라이오넬(로버트 다우닝 분)을 향한 아버스의 기묘한 사랑의 감정이야말로 니콜 키드먼이 아니라면 소화하지 못했을 정도로 묘한 흥분을 불러 일으킨다. 니콜 키드먼을 캐스팅한 스티븐 셰인버그 감독은 “ 니콜은 이 캐릭터에 필요한 모든 섬세한 감정과 부드러움, 신비로움을 전부 갖추고 있었다. 니콜은 아버스에 대한 모든 것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이 역할에 자신의 모든 열정과 감정을 쏟아냈다.”라고 말하며 그녀에 대한 감탄과 숭배를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2007년 우리는, 그녀를 통해 한 천재작가의 기묘한 세계에 대한 흥분에 빠지게 될 것이다.
<세크리터리>의 스티브 셰인버그 감독, 에린 크레시타 윌슨 각본
<매트릭스>시리즈의 빌 포프 촬영감독이 탄생시킨 아름다운 충격!
<퍼>는 <세크리터리>에서 보여준 셰인버그 감독 특유의 기묘한 것에 대한 감각과 작가 윌슨의 자유로운 상상력, <매트릭스>시리즈의 암울하지만 아름다운 영상의 주역 빌 포프 촬영 감독의 놀라운 조합의 결과물이다. 이들이 탄생시킨 천재 사진작가의 한 시절은 아름답고 짜릿한 충격을 던져준다.
아버스가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1958을 배경으로 한 <퍼>는 동화와 심리학 연구, 역사극, 그리고 러브 스토리까지 다양한 색깔을 가진 작품이다. 또한 무엇보다 이 작품은 한 예술가에 대한 셰인버그의 개인적인 평가와 애정 어린 시선을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스티브 셰인버그 감독은 세기의 천재를 손쉽게 평가하거나 규정짓지 않기 위하여 깊이 고심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전기 영화의 방식 대신 셰인버그 감독과 작가 윌슨은 아버스의 실화와 그녀의 예술가적인 영감을 조합한 판타지에 가까운 내러티브를 선택하였다. 팩트와 픽션을 뒤섞어 아버스의 상상 속 이야기를 담기로 한 것이다. 감독과 작가가 선택한 이런 방식과 그 과정은 디앤 아버스가 새롭게 열어낸 사진의 역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셰인버그 감독과 윌슨의 방식은 전기에 대한 영화적 접근이라는 새로운 시도였다. “아버스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뒤틀린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상상력이다. 그것이 바로 그녀의 세계관이기도 하다.”(스티브 셰인버그)
패트리샤 보즈워스의 책 <디앤 아버스: 전기>를 원작으로 한 <퍼>는 역사 속의 실존인물의 생애를 영화적으로 접근한 새로운 시도일 뿐 아니라 남편과 아이들 틈에서 자아를 찾을 기회를 찾지 못하던 1950년대 보통 주부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험과도 같이, 흥미로운 전율로 가득한 감동을 선사하는 자아 발견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천재 사진 작가의 시선에 잡힌 일상과 기묘한 세계, 매혹적인 혼동 등을 담고 있는 영화니 만큼 <매트릭스>시리즈의 빌 포프 촬영 감독은 흑백사진의 깊고 아름다운 명암과 콘트라스를 스크린에 재현이라도 하는 듯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영상을 완성시켰다.
천재 사진 작가 “디앤 아버스”의 일화들
▼ “디앤 아버스”의 대표작 Idential Twins
이 작품은 최근 한 경매에서 27만 달러(약 2억 5천 만원)에 팔려 나갔다.
이 사진은 스탠리 큐브릭의 공포 영화 <샤이닝>에 영감을 준 작품이기도 하다.
▼ 1972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과 이어서 미국전역과, 캐나다, 일본에서 열린 순회전에는 7백25만 명이라는 경이적인 숫자의 사람들이 몰려 들어 그녀의 사진을 보았다.
▼ “디앤”이라는 그녀의 이름은 영화 <제7의 천국>의 원작인 브로드웨이 공연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그녀의 어머니인 거트루드가 다이앤을 임신했을 때 이 공연을 봤는데, ‘너무나 상처받기 쉽고 동시에 강인한 처녀 다이앤’의 캐릭터에 깊은 감동을 받아서 주인공과 같은 이름을 지어주었다
▼ 48세의 나이로 자살하기 전까지 “디앤 아버스”는 겨우 세 번의 사진 그룹전에 참여했고 출간한 사진집도 없었다.
▼ “디앤 아버스”는 미국 사진가로는 처음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받았다
▼ “디앤 아버스”는 그 기묘한 작품세계를 통해 미국 사진예술계의 판도를 바꾸고 천재적인 사진작가로 인정받아 연구되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작품을 세상에 알린 것은 미술관을 습격해 “아버스”의 작품 위에 침을 뱉고 난리 법석을 부린 ‘안티 아버스’들이었다.
▼ 당시 아버스의 인물 사진은 보수적인 세상의 잣대로는 인정받을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작품활동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들어 그야말로 가난에 허덕이는 천재작가의 길을 걸어야 했다.
자격 있는 영화의 안정적인 상영기간 확보 위한 첫 시도!
국내 최초 서울지역 예술전용 극장의 로드쇼 개봉!
<퍼>는 서울지역 예술전용 극장의 합의 하에 예술영화의 새로운 배급형태를 선보인다. 바로 국내 최초의 ‘서울지역 예술전용 극장 로드쇼 사전 확정’이다. <퍼>는 광화문 미로스페이스(1/17~23), 광화문 씨네큐브(1/24~30), 스폰지하우스 중앙(1/31~2/5)에서 총 3주간의 로드쇼 형태로 개봉된다. 이는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배급형태로서 예술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 대한 상영기간 보장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상업오락영화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영기회와 예산 등으로 국내개봉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수익의 증대를 조금이라도 기대할 수 있는 배급형태이기도 하다.
이런 배급형태는 예술영화를 수입하고 배급하는 영화사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상영기간 사전 확보로 인해 좀더 여유로운 예산과 마케팅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예술전용 극장의 입장에서는 1주일 상영이라는 부담스럽지 않은 상영일정과 예술영화 쿼터를 위한 작품 확보, 그리고 해당영화의 마케팅과 홍보에서 미리 상영일정노출과 극장 홍보를 겸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이번 <퍼>의 로드쇼 상영에 참여한 예술전용극장인 미로스페이스, 씨네큐부, 스폰지하우스의 결단과 예술영화시장의 어려움을 타파해 보려는 관계자의 의지가 빚어낸 이번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로드쇼의 성패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자체만으로도 예술전용극장과 예술영화를 수입,배급하는 영화사들에게 한 발짝 더 나아간 고민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용기를 주게 될 것이다. 물론 예술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도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