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마다 만나는 가난한 연인인 허욱과 지연은 커피값이 없어 흙먼지 이는 공원에서 하루를 보낸다. 지연은 임신사실을 알리고, 허욱은 중절비용을 얻기 위해 서울을 헤맨다. 그리고 의사는 그들이 아이를 낳고 싶다고 해도, 아이가 너무 허약한 상태라고 말한다. <휴일>의 서울은 삭막하고 황량하다. 사람들은 위선적이거나 절망적이다. 이곳에 구원이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전체를 짓누르는 절망감은 화면 밖의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염된다.
영화는 원래 한강에서 인양된 한구의 시체와 그 시체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고, 마지막은 친구들도 알아보지 못하는 부패된 시체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고 한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정부의 지시로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쳤던 <휴일>은 완성된 후에도 검열을 통과하지 못해 영화의 처음과 끝을 삭제해야 했다. 그러나 영화는 결국 세상과 만나지 못했다. “암울하고 퇴폐적인 정서”를 이유로 상영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창고 안에 묻혀있던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이만희의 전성기 시절의 완숙함과 영화적 실험정신이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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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원래 한강에서 인양된 한구의 시체와 그 시체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고, 마지막은 친구들도 알아보지 못하는 부패된 시체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고 한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정부의 지시로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쳤던 <휴일>은 완성된 후에도 검열을 통과하지 못해 영화의 처음과 끝을 삭제해야 했다. 그러나 영화는 결국 세상과 만나지 못했다. “암울하고 퇴폐적인 정서”를 이유로 상영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창고 안에 묻혀있던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이만희의 전성기 시절의 완숙함과 영화적 실험정신이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