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데 뭐, 죽이는 일 없을까?
잘 안나가는 감독 구이도는 여관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정사 장면을 훔쳐보는 여관 종업원에 대한 이야기를 모티브로하여 음란한 세상에서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잘만 손질하면 흥행과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되찾을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영화사에서도 그 아이디어를 흔쾌히 받아들이긴 하지만 영화사에 전속된 삼류 여배우 말희를 주연으로 할 것을 조건으로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는 절대로 벗을 수 없다고 버티고 어쩔 수 없이 구이도는 벗는 장면에서는 대역을 쓰겠다는 조건으로 말희를 설득한다. 그 과정에서 동네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하는 춘자를 대역으로 정하게 되고 구이도는 점점 춘자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 연민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그런데 여기에 영화사의 또 다른 남자 배우 하비가 끼어들어 섹스와 액션이 가미된 영화를 찍어야 한다면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는 영화를 은근히 강요한다. 구이도는 점점 자신이 만들 영화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갈등하기 시작한다. 음란한 세상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음란한 세상의 음란한 이야기로 되어가는데 그때 구이도는 자신이 묶는 여관 종업원이 몰래 손님들을 비디오로 찍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는 춘자가 찍혀 있음을 보고 놀란다. 마침내 구이도는 말희와 하비를 여관에 불러 그 둘을 비디오로 찍어 영화를 만들 음모를 꾸미게 되는데....
-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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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구이도(문성근) 감독의 이야기. 하지만 제작 단계서부터 진퇴양난이다. 여배우 말희(황신혜)의 압력과 깡패 같은 하비(이경영)의 요구 사이에서 자신의 영화를 잃어가는 구이도. 그는 춘자로 부터 위로를 구하면서 절규한다. 이건 내 영화야. 그러던 중 여관에서 몰래 카메라를 찍는 종업원에 연루되어 결국 구속되기에 이른다. 서울 동원관객 4만5천. '죽이는 이야기'도 또 하나의 '죽이는 이야기'였을까. 영화 속에서와 같이 여균동 감독은 삼류집단의 협박과 유혹에 시달리며 또 한편의 영화를 찍은 걸까. 결코 아니다. 삼류제작자라면 그처럼 예술과 실험이 종횡무진하도록 좌시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다면 여균동 감독은 앞으로 관객과의 의사소통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할 듯. 장점: 충무로 안팎에서 '고군분투' 하던 감독 자신의 강박관념을 솔직하게 다루었다. 자기 반영적 영화들인 펠리니의 '8과 1/2', '시네마천국'의 이미지 등을 차용하면서 여균동 감독 특유의 패러디와 풍자 정신이 엿보인다.
우리 영화판에 관한 이야기. 달동네에 사는 구이도 감독은 좋은 영화 만드는 것이 평생의 목표다. 그에게 다가오는 제작자들은 그에게 삼류를 원한다. 과연 구이도의 '죽이는 이야기'는 무엇을 죽이기 위한 것일까. 풍자와 비판 정신 모두를 추구하기는 했지만, 마치 한국의 영화판처럼 결말은 모호하기만 하다.
'세상 밖으로'. '맨?'에 이은 세 번째 작품에서 여균동 감독이 카메라를 들이댄 것은 달동네 단칸방에서 칸영화제에 나가는 꿈을 꾸는 실패한 영화감독의 남루한 삶이다. 그의 이름이 펠리니의 영화 '8과 1/2'의 주인공 귀도에서 따온 '구이도'인 것에 알 수 있는 것처럼, '죽이는 이야기'는 고뇌하는 영화감독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영화에 대한 영화이다. 구이도와 그 주변의 삼류 인생을 통해 이기심과 추잡한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구이도는 여관방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정사 장면을 훔쳐보는 여관 종업원의 이야기를 다룬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영화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영화사 사장은 구이도에게 자신의 정부인 삼류 여배우 말희와 한물간 액션 배우 하비를 소개시켜 주고 두 배우를 출연시키라는 압력을 받는다. 여기서부터 일은 꼬여가기 시작한다. 말희는 연기 변신의 기회라며 절대로 벗을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고, 하비는 자기가 깡패 두목으로 꼭 나와야 한다고 우기게 된 것. [씨네21 236호, TV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