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한 사랑을 위해 오늘 그의 표본이 된다”
“ 이 구두 항상 신고 있을 거라고 나와 약속 할 수 있어? ”21살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리스’는 어느 날 일하던 음료공장에서 실수로 약지 끝을 잘리는 사고를 당한 후 일을 그만둔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낯선 항구 도시에 도착한 그녀는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들어선 숲 속에서 표본실 조수를 찾는 구인공지를 보고 운명처럼 그 곳에서 일을 시작한다.
묘한 분위기의 표본실 원장은 “매일 신어주길 바래.. 내가 보지 않을 때에도, 항상.. 알았지?”라며, 마치 그녀가 신고 태어난 것처럼 발에 딱! 맞는 구두 한 켤레를 선물한다.
구두를 신은 뒤부터 그녀는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급속도로 원장에게 빠져들고, 구두를 벗지 않으면 구두에 구속될 거란 구두닦이의 암시에도 불구하고 구두를 벗지 못한다.
잊고 싶은 모든 것들을 표본으로 만들면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하나 둘 표본실을 찾아 오는 가운데, 어느 날 얼굴의 화상을 표본 하기 위해 찾아온 소녀는 지하 표본실로 간 뒤 사라져버린다.
낡은 표본을 정리하던 ‘이리스’는 자신의 구두와 같은 구두를 신은 한 소녀의 사진을 발견하고, 마침내 몸의 일부와 같은 구두를 벗어둔 채 그녀의 약지 손가락을 표본 하기 위해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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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오가와 요코’ 원작「약지의 표본」
압도적인 정적과 독특한 기운으로 가득 찬
그녀의 세계를 영상으로 만나다!
우리에게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작가로 유명한 ‘오가와 요코’는 1988년 <상처 입은 호랑나비>로 1988년 ‘가이엔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했다. 1991년 <임신 캘린더>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고, 2003년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제55회 요미우리 문학상 소설상, 제1회 서점대상을 수상했다. 2007년에는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를 받았다.
1999년 <약지의 표본>은 프랑스에서「L'ANNUIRE」(약지)라는 제목으로 ACTES SUD 출판사에서 출판되었고, 그 해 발간된 가장 훌륭한 소설 20에 선정 되었으며, 독일「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지에서는 ‘오가와 요코’를 "일본 문학계에서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새로운 세대의 작가"라 호평한 바 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세대를 초월한 인물간의 순수한 감정과 사랑으로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던 ‘오가오 요코’. <약지의 표본>에서는 몽환적 세계인 표본실과 꿈속의 인물인 듯한 주인공의 야릇한 시선과 미세한 감정 변화를 눈에 보이듯 묘사하면서 전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약지의 표본>을 연출한 프랑스 여류감독 ‘디안느 베르트랑’은 여주인공 ‘이리스’가 표본실 원장에게 빠져들었듯 원작을 읽자마자 몽환적 분위기로 가득 찬 이야기에 매료되어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표본실이라는 낯선 공간, 기억의 봉인이라는 독특한 소재,
그리고 은밀하고도 신비한 사랑이야기!
약지 손가락 끝을 잃은 뒤 새로운 일을 찾던 ‘이리스’가 우연히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표본실은 숲 속에 위치한 낡은 기숙사 건물로 고요와 정적만이 감도는 곳이다. 이름 조차 알 수 없는 표본실 원장이 운영하는 이곳은 방마다 먼지와 표본들로 가득 찬 공간은 다소 음산하기까지 하다. 혼자 근무하던 ‘이리스’는 숨소리까지 메아리 칠 것만 같은 고요한 정적과 현기증을 느낄 만큼 더운 날씨 때문인지, 종종 웃으면서 샤워하는 소녀들의 환상과 환청을 경험한다.
하루에 두 번, 항구에서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숲 속의 표본실에는 과거의 아픈 기억과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하는 의뢰인들이 하나, 둘 찾아오고 표본실 원장은 의뢰인들이 원하는 대로 그들의 ‘상처’를 시험관에 담아 표본으로 남긴다.
어느 날, 온통 모든 것이 비밀스러운 표본실 원장이 선물한 구두를 신은 ‘이리스’는 발목을 조이는 신발끈처럼 그에게 육체와 영혼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 혼란스럽지만 그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들만의 비밀스런 공간에서 나누는 은밀한 사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숨죽이게 만든다.
신비로운 음악,
호기심을 자극하는 관음적인 시선이 만들어 낸 <약지의 표본>
<약지의 표본>은 눈과 귀 그리고 배우의 의상까지 모두 은밀하고 비밀스럽다.
특히 ‘베스 기븐스’(Beth Gibbons)의 음악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비밀스럽게 읆조리는 듯한 그녀의 음악은 표본실이라는 공간과 표본실 원장을 더욱 비밀스럽고 몽유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알랭 듀플랑 티에르(Alain Duplantier) 촬영 감독은 표정 없는 원장과 시험관 유리처럼 투명한 여주인공 ‘이리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심리적 교감을, 마치 관객들이 표본실 모퉁이에 숨어 숨죽이고 지켜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섬세한 영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의상감독인 파스카린느 샤반느(Pascaline Chavanne) 역시 표본실 원장을 점점 사랑하면서 고조되는 ‘이리스’의 감정을 수수한 듯 하지만 모던한 디자인과 에로틱한 느낌의 소재로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