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대홍수의 재앙을 겪은 마을에서의 촬영
촬영지를 강타한 허리케인의 재앙

영화의 무대가 되는 헤이븐은 현대의 대도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이웃간의 정이 각별하고 신앙심이 돈독한 곳이다. 보수적인 기독교 원리주의 신도가 많은 남부의 이른바 ‘바이블 벨트’에는 외부와 고립돼 자신들의 믿음만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공동체가 있다.
영화에 어울리는 무대를 찾기 위해 제작진은 아름다운 건축으로 유명하고, 현대의 공간이면서도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을 주는 루이지애나와 세인트 프란시스빌을 촬영지로 선택했다.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빅토리아 풍의 가옥이 즐비하면서 쓰러져가는 농가, 늪, 습지가 있는 이 곳은 분위기상 촬영지로 완벽했다. 또한 제작진은 120년 전에 대홍수로 파괴되었던 마을의 실제 역사를 영화에 반영했다. 마을 박물관에는 물에 잠긴 당시 사진과 고지대로 살림을 옮겨 지내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렇게 힘든 시기였다면, 신앙심이 흔들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기반으로 세인트 프란시스빌의 역사를 영화에 고스란히 옮기게 되었다.
그러나 이곳 기후는 특히나 살인적인 여름 무더위였기 때문에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촬영을 진행하던 중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닥쳤다. 허리케인의 위협으로 총 120명이 대피했다가 경과를 지켜보며 촬영을 감행했다. 그러나 카트리나가 지나간 지 2주 만에 또 하나의 허리케인 리타가 촬영장을 흔들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허리케인은 금세 지나갔지만 마을은 두 번의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고 고통 당해야만 했다. 제작진은 신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현실에서도 신의 조화를 지켜보는 독특한 경험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필로 물든 강, 메뚜기 떼의 습격
재앙의 사실적인 표현

영화의 소재가 출애굽기의 재앙을 다룬 만큼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현실 세계에서 실감나게 재현하기 위해 뉴스 화면 같은 비주얼을 만들어냈다. 캐서린이 세상을 보는 시각인 포토 저널리즘 스타일로 접근하기 위해 영상에서도 리얼한 느낌을 냈다. 이렇게 촬영한 장면에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에 참여한 시각효과팀이 참여했다. 이들은 촬영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별도의 효과를 만들어 입히기 보다는 네거티브 필름을 그대로 사용하여 최대한 사진처럼 리얼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개구리, 파리, 병든 가축, 이, 종기, 메뚜기, 암흑, 우박과 마지막 첫째 아이들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재앙의 표현 역시 사실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첫 번째 재앙인 강이 피로 물드는 재앙에서는 강물은 단순한 붉은 색이 아니라 죽은 물고기와 거품 때문에 오염된 느낌이 나면서 화학 공장에서 폐수를 방류한 것처럼 보여야 했다. 또한 메뚜기 떼를 표현하는 데 있어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촬영한 뉴스 화면 같은 느낌을 살려 관객이 메뚜기 떼의 습격을 받는 듯 느껴지도록 렌즈에 메뚜기가 부딪히는 효과를 자연스럽게 내는데 꽤 오래 공을 들였다. 살아있는 메뚜기와 촬영하는 것은 모두에게 끔찍한 경험이었다. 메뚜기 떼 속에서 연기해야 했던 아역 배우 안나소피아 롭은 예외였다. 여러 마리의 메뚜기들과 친해져서 좋아하는 것들에겐 ‘빅 보이 밥’, ‘글로리아’, ‘엘비스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메뚜기가 무섭게 생기긴 했지만 사람이 양상추 같은 야채가 아닌 이상 우리를 해치는 일은 없단 걸 알았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의상
꼬박 하루가 걸린 문신 만들기

아카데미 의상상 후보에 오른 디자이너 제프리 커랜드는 세트에 맞춰 다소 우울한 분위기의 의상들을 제작했다. 전체적으로 절제된 색조를 사용하면서 고색창연한 분위기에 낡아서 닳고 바래진 느낌을 주었는데 이는 모든 것엔 과거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였다. 특히 힐러리 스웽크에게는 남성복 스타일의 평상복과 안나소피아 롭에게는 그 나이 대보다 어린애가 입을 법한 작고 조이는 오래된 옷의 느낌의 옷을 준비해 닷새간 숲에서 숨어 지낸 듯 때 묻은 느낌을 주었다.
이드리스 엘바가 연기하는 벤은 여덟 발의 총알에 치명상을 입었던 거리의 소년에서 독실한 기독교도로 거듭난 뒤 종교적 문신을 새겼다는 설정에 따라 문신의 위치와 모양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문신의 종류 역시 많아서 어느 것은 한 시간 반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다리를 건너는 예수의 모습은 꼬박 하루가 걸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