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1938년 2월 아르메니아 출생. ‘간격 몽타쥬 Distance Montage'의 창안자이자 가장 중요한 러시아 다큐멘터리 감독 중 한 명인 펠레시안 감독은 1963년에서 1968년까지 모스크바 영화학교(VGIK)에서 공부했으며, 학생 시절에 만든 <민중의 땅 The Earth of People>(1966)과 <시작 The Beginning>(1967)으로 오버하우젠 단편영화제 그랑프리를 비롯해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감독 자신이 촬영한 장면과 아카이브 풋티지(footage)를 사용한 인터 컷, 빈번한 망원 렌즈 사용, 사운드 효과와 이미지의 절묘한 조합 등으로 특징 지어지는 펠레시안의 영화는 일견 세르게이 에이젠슈쩨인, 지가 베르토프 등의 러시아 몽타쥬 감독들의 작품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감독 자신은 끊임없이 몽타쥬를 파괴하는 작업을 수행했다고 말함으로써, 몽타쥬를 통한, 그러나 몽타쥬를 넘어서는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펠레시안은 자신의 영화에서 개별 이미지 조각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의미생산 측면에서의 몽타쥬를 거부하고, 직관과 정서를 통해 의미의 정서적 측면을 창조해 내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펠레시안의 작품은 14편에 불과하다.

러시아 혁명을 소재로 한 <시작 The Beginning>, 자신의 고향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담아낸 <우리 We>, 동물들의 움직임을 역동적이고 아름답게 담아낸 <서식 동물 The Inhabitants>, 문명화에 대한 낙관과 비관을 담아낸 <우리 세기 Our Century>, 그리고 예외적으로 강렬한 컬러 화면에 삶의 갖가지 측면을 강렬하게 담아낸 <생명 The Life>까지 펠레시안의 모든 작품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미지와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그의 영화는 수많은 영화 작가와 비평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으며, 특히 고다르는 펠레시안을 일컬어 ‘영화의 신’이라고 칭하면서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작품 활동 이외에 펠레시안 감독은 1988년 자신의 작품에 관한 『나의 영화 My Cinema』와 같은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현재 부인과 함께 모스크바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 수많은 영화제에서 꾸준히 상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