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
죽은 프로이드를 흔들어 깨우다.

프로이드는 마음을 빙산에 비유하여 물 위에 떠 있는 작은 부분이 의식이라면, 물 속의 훨씬 더 큰 부분을 무의식으로 보았다. 그는 이 무의식을 찾으려고 시도했으며, 이것이 생명에 대한 하층 구조로서 인간의 사고와 행위를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 믿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세계는 의식, 전의식, 무의식으로 나누어지는데, 의식이란 자신의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에 곧 알아차릴 수 있는 정신세계를 말하고, 전의식이란 주의를 집중하고 노력하면 의식이 될 수 있는 정신세계를 의미하며, 무의식이란 전적으로 의식 밖에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 스스로도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정신세계를 의미한다.
즉, 프로이드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무의식적 욕구가 무엇인지, 그 내용을 영원히 알지 못할 수도 있으며, 억눌려 있던 무의식의 욕구가 충족되는 상태가 바로 행복이라는 것이다.
오는 2005년 11월 3일 개봉 예정인 영화 <스테이>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이론에 입각, 인간이 죽기 전 단 한번쯤은 행복해질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개봉 전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3일 후 공개적으로 자살을 예고하는 헨리 레썸과 그의 자살을 막으려 노력하는 샘 포스터, 그리고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샘의 연인 라일라 컬페퍼, 그리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뉴욕의 브루클린 다리.
이렇듯 분명해 보이는 캐릭터 설정과 명확한 시간적, 장소적 배경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테이>는 시종일관 어지럽기만 하다. 캐릭터들 중 어느 누구도 누군가로 보여지는지 확실하지 않으며, 영화 속에서 꿈은 현실이 되고 현실은 곧 환상으로 변하는 매우 복잡하고 난해하며, 미묘하고 섬뜩하기까지 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영화 속 현실과 환상, 그리고 모든 등장 인물들과 그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관객들은 기어이 헨리 레썸이 행복해질 가능성을 엿보게 되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고작 100분짜리 영화 <스테이>는 무려 70년 전에 죽은 프로이드를 보기 좋게 흔들어 깨운다.

<스테이>의 이완 맥그리거,
나오미 와츠의 다차원적 연기

금주 주말 미국 개봉에 이어 전세계 두번째로 11월 3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스테이>는 주연들의 다차원적 연기로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스테이>는 이완 맥그리거, <링>의 나오미 와츠, <노트북>의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아 생사의 경계에 도사린 충격적 초현실 세계의 비밀을 벗겨가는 연기를 한다.
<스테이>는 분명해 보이는 등장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누군가로 보여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때문에 다차원적인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연기자들을 캐스팅 하는 것이 영화 <스테이>의 중요한 핵심이었다.
자살을 하고 싶어 하는 환자를 구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의문에 쌓이게 되는... 겉으로 보기엔 유능한 정신과 의사인 샘 포스터 역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트레인스포팅>, <스타워즈>에서 오비완 케노비 역할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는 연기를 펼치고 있는 이완 맥그리거가 맡았다.
그는 여러 종류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는 그가 한번도 시도해 본적이 없는 스타일의 영화였다고 말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뉴욕은 아주 친숙한 세상이지만 영화 속에서 표현된 뉴욕은 매우 비현실적이며, 관객에게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꿈이 현실이 되는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체험을 아주 뛰어난 수준으로 끌어 올렸고, 매우 미묘하고 섬뜩하기까지 한 영화에요.”
예리할 정도로 민감한 화가이면서 치명적인 자살 시도를 했었던 여인이자 샘 포스터 가 사랑하는 여인인 릴리역은 <멀홀랜드 드라이브>, <프렌치 아메리칸> 등으로 알려진 나오미 왓츠가 맡았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느낌이 대단히 강력했어요. 스릴러물이지만, 지적이고 똑똑하고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거든요. 또 흥미로웠던 건 감독이 영화상에서 우리 모두가 전에 가졌던 데자뷰에 대한 느낌을 재창조하려고 애썼다는 것이에요. 영화의 틀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다 의미가 있죠. 색채와 무늬들이 반복되고 서로 맞물리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부분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 속의 릴라는 자신의 내면 세계의 어두운 부분과 마주하고 있다. 한때 자살을 시도하였고 회복단계에 이르면서 그녀는 남자친구가 헨리를 구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인해 스스로 그 사건에 깊이 개입하게 된다. 그녀 자신이 구원 받아야 하는 존재였지만 핸리를 구하려는 남자친구 샘을 도우면서 세상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샘과 릴라의 이면에는 공개적으로 자살을 예고한 인물, 헨리 레썸이 있다. 헨리 역은 영화 <노트북>에서 주인공 역할을 한 라이언 고슬링이 맡았다.
핸리에 대한 수수께끼는 똑똑하고, 전망도 밝으며, 겉으로 보기에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음에도 왜 그토록 죽음에 집착하느냐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헨리의 감정,사고,기억들은 영화 속의 현실을 구축해 나가는 기준이 되고 출연자 모두가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에서 실마리를 찾아내야 한다. 왜냐햐면 그들 모두를 만들어 낸 것은 사실상 헨리의 지각이기 때문이다.
“헨리에 대한 극본적인 진실은 그 자신을 구해줄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샘의 도움을 원하지만 돌이킬 수 없이 멀리 왔다는 것을 느끼고 죄책감과 후회로 가득차서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그를 살아 있도록 해주는 지에 대해 알지 못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를 찾길 원하고 있습니다.”

꿈처럼 초현실적인 정경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추상적인 이미지와 색채들은 영화의 스토리가 불안하게 전개됨에 따라 더 시각적으로 변해 간다. 그 이미지들은 생생하고, 스타카토 리듬을 가지며, 꿈 속의 노곤한 느낌으로 펼쳐진다.
관객들은 섬뜩할 정도로 반복적인 요소들을 이야기 속에서 뿐만 아니라 엑스트라, 의상들, 소도구들의 사용을 통해서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은 이런 점층적인 효과를 표현함으로써 관객들 스스로가 현실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 일으키도록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 단지 영화를 보는 것에서 만족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화장면 하나 하나를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이 영화의 테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의 작업이 감독 자신의 상상력에 의존을 하였지만 영화의 영감을 얻기 위해서 포스터는 최근의 심리학적인 스릴러물을 넘어서 1960, 70년대의 거칠고, 정신적 혼란에 빠진 색을 가진 편집증적인 스릴러물과, 색채와 플래쉬백의 추상적이고 환각적인 배경을 사용하기 위해서 리처드 레스터의 <페툴리아>를 참조 하였다.
감독은 영화<스테이>의 장면 장면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기 위해 <몬스터 볼>과 <네버랜드를 찾아서>에서 함께 작업을 했던 스텝들과 다시 작업을 하게 된다.
촬영 감독인 로베르토 쉐터는 배우들의 연기와 융합되는 시각적인 효과들이 많았기 때문에 근복적으로는 스릴러물이지만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심리적인 요소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대본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장면 하나 하나를 꼼꼼히 훑어 보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등장 인물들이 경험하는 감정들에 맞추어 빛과 여과 효과를 내고, 카메라의 각도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때로는, 특정한 장면이나 디자인이 단지 몇몇의 관객들 만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미묘할 지도 모르죠. 하지만 영화 속에서 진행되는 많은 것들이 눈에 보이는 행동보다 더 심오한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초현실성 안의 미묘함 이라는 규칙을 따르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상 또한 그들의 심리 상태를 표현해 주고 있다. 의상을 담당한 프랭크 플레밍은 샘과 헨리가 처음 만날 때, 그들은 비슷한 재킷을 입고 있습니다. 무늬와 구성은 다릅니다. 하지만 색조는 가깝게 느껴지죠. 색을 통해서 그들은 그들 자신을, 또는 서로를 보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이 영화의 스토리가 시작되고 끝을 맺는 브룩클린 브리지에서의 장면은 영화의 가장 중심이 되는 시각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영화 전반에 걸쳐 보여지는 브룩클린 브리지 디자인 모티브의 특징들이 종종 잠재 의식으로 표현되는데 배경으로 언뜻 보여지기도 하고, 창문을 통해서 보여지기도 한다. 이는 현실과 꿈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브룩클린 브리지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것은 <스테이>의 가장 큰 사업상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뉴욕시와의 몇 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제작진은 맨하탄으로 가는 차선에서 밤10시부터 새벽 5시 까지 10일 동안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허락 받았다.
촬영을 위해, 조명팀은 강력한 투광 조명기들을 설치하고, 부가적인 효과를 위해 다리의 탑들과 케이블에 목걸이처럼 조명등을 걸어 놓았다.
다리 위의 반 정도만 실제로 브룩클린 다리에서 촬영되었고, 나머지 촬영분을 위해서 미술 감독인 케빈 톰슨은 100피트 정도의 다리를 브룩클린의 Marcy Avenue Armony에 위치한 사운드 스테이지에 실물과 똑같이 복제해 놓았다. 이 다리의 양쪽 끝에는 지금껏 본 적이 없는 2개의 커다란 스크린이 있고, 그 위에 시각 효과 팀이 나중에 밤 전경을 연출하게 되었다.
감독에게 있어서, 세트들이 진짜와 똑같다라는 것은 자유롭게 그 것들을 사용하고 표현 함으로써 더 나아가서 관객들이 전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영화 속의 사물들을 보고 영화 속 현실을 왜곡하고, 뒤집고, 의문을 제기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