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뉴욕까지... 가장 풍요로운 나라의 슬픈 우화!
빔 벤더스 감독이 들려주는 ‘가장 풍요로운 나라의 슬픈 우화’과대망상 애국주의자 삼촌, 천사표 이상주의자 조카의 방문을 받다!
언제 또다시 터질지 모르는 테러로부터 조국을 지키겠다는 망상 하에 매일같이 거리에서 의심스런 사람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녹음 기록으로 남겨 놓는 남자 폴. 그런 그에게 하나밖에 없는 혈육 라나가 찾아온다. 선교활동을 하는 부모를 따라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서 자란 라나는 어머니의 죽음 후 삼촌을 보기 위해 10년 만에 미국을 찾은 것. 이상주의자인 그녀는 홈리스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생명의 빵’ 선교원에서 일을 하며 폴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친구도 가족도 없이 광적으로 국가 안보에만 몰두하는 그와 잘 지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
LA에서 트로나로, 트로나에서 뉴욕까지 불안과 망상을 벗어 던지며...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우연히 한 중동인 살인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평소 그를 위험인물로 점찍어 놓았던 폴은 테러 용의자였던 피살자의 배후를 밝혀내려는 목적으로 조사에 착수하고 라나는 삼촌도 돕고 그의 가족을 찾아 시신을 전달해 주기 위해 사건 해결에 뛰어든다. 둘은 피살자의 고향인 트로나까지 찾아가고 그곳에서 폴은 자신이 가졌던 망상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데... 혼란스런 심정으로 그들은 다시 뉴욕까지의 긴 여정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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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의 시선
미국을 바라보는 전혀 다른 시선 하나
<랜드 오브 플렌티>는 ‘미국’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미국인’에 대한 영화이다.
빔 벤더스만이 만들 수 있는 ‘미국’에 관한 영화! <랜드 오브 플렌티>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한마디다. 어려서부터 미국 음악과 영화에 깊이 매료된 벤더스는 자신의 잠재의식마저 지배해버린 미국화에 대한 갈등을 끊임없이 영화 속 서브텍스트로 변주해 온 감독이다. 그에게 미국은 문화적 토양을 제공한 사랑스런 나라이자 극복해야 할 거대한 문화 권력이기도 했다. 이런 그에게 9/11 사건은 절대 지나칠 수 없는 ‘사건’이었다. 9/11이 일어나던 날, “앞으로 삶의 궤도가 전과 같을 순 없겠군.”이라고 중얼거린 그는 몇 주, 몇 달을 악몽 속에 시달리다 점차 내부로부터 영화 한 편을 구상하게 된다. 그것은 ‘미국’이 아니라 ‘미국인’에 관한 영화였다. 미국 정치권의 모순과 부조리를 폭로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과 같이 선동적 영화와는 달리 <랜드 오브 플렌티>는 미국에 남다른 애증의 감정을 가진 빔 벤더스 감독이 미국인들의 혼란과 고통, 망상과 상처를 안타깝고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이다. 이는 비록 9/11 사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화씨 9/11>과는 전혀 다른 시각과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임을 의미한다. 9/11 이후, 빈민 중동인이면 모두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의심하는 주인공 폴의 과잉불안은 정부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작된 애국심, 못 가진 사람일수록 그러한 정부의 술책에 헌신적이 되는 초강대국, 풍요의 나라 미국의 슬픈 이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랜드 오브 플렌티>에 냉소적 시선은 없다. 빔 벤더스 감독은 고통 받는 폴에게 순수한 영혼의 라나를 보냄으로써 희망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견한다.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성장한 라나는 미국을 대표하는 이상적 가치(‘자유’, ‘민주주의’ 등)에 대한 올바른 가르침만을 받은 채 현실의 뒤틀린 미국의 사회상을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미국인으로 삼촌에게 구원과 치유의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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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의 로드무비
길 위에서의 촬영 자체가 나에게 무한한 즐거움을 준다 – 빔 벤더스
LA에서 뉴욕까지 – 단 3주간의 촬영 기간 동안 담아낸 응축된 현대 미국의 풍경
로드무비 3부작인 <도시의 앨리스>, <잘못된 움직임>, <시간의 흐름 속으로> 등 이미 데뷔 초부터 로드무비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온 빔 벤더스 감독은 ‘길 위에서 생각이 형성되고 의미가 파생되는’ 과정에 주목하였다. <랜드 오브 플렌티>는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수상작인 <파리, 텍사스> 이후, 다시금 미국의 도시와 길풍경에 카메라를 고정한 작품이다. 벤더스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외면하고 있는 자국의 어두운 면인 ‘빈곤과 깊은 우울감’을 보여주려 <밀리언 달러 호텔> 촬영 당시 유심히 보아두었던 ‘배고픈 도시’ L.A와 <텐 미니츠 트럼펫>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트로나로 가는 12마일’의 오프닝에 잠시 등장한 ‘사막 속 작은 도시’, 트로나를 택했다. 이 두 도시는 화려한 미국의 이미지에 묵직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에는, 주인공 폴과 라나가 트로나에서 뉴욕까지 밴을 타고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여정을 레너드 코헨의 타이틀곡 ‘랜드 오브 플렌티’에 실어 5분간 응축하여 현대 미국의 풍경이 지닌 쓸쓸한 아름다움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L.A에서 뉴욕에 이르는 탁 트인 미국의 길 위에서 폴과 라나는 ‘화해’와 ‘치유’의 여정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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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의 음악
진정한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에서 천재 아티스트 데이빗 보위까지!
<파리, 텍사스>와 <폭력의 종말>에서 빔 벤더스와 함께 작업했던 뮤지션 라이 쿠더가 쿠바의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음악인들을 발굴해 만든 앨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비롯, 최근의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까지... 빔 벤더스는 매 작품마다 상당한 음악적 심미안을 보여주었다. <랜드 오브 플렌티>에서 그는 영화의 메인 테마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의 목소리를 불러 왔다. 제작 단계에서 ‘미국인의 불안과 소외’라는 가제로 작업을 진행하던 벤더스는 코헨의 ‘열 곡의 새 노래 Ten new songs’ 앨범에 수록된 ‘랜드 오브 플렌티’라는 곡을 수도 없이 되돌려 들었고 어느 순간 이 곡이 영화를 위한 완벽한 곡이라는 확신이 들어 코헨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다. 결국 코헨은 영화의 엔딩곡인 ‘편지’,를 포함하여 몇 곡을 벤더스 감독의 손에 쥐어 주었다. 굵고 허스키한 목소리 속에 깊은 무게를 지닌 코헨은 캐나다 출신으로 아홉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소설을 낸 진정한 의미의 음유시인이다. 1996년에 펴낸 소설 <아름다운 실패자들 Beautiful Losers>은 보스턴 글로브지로부터 “제임스 조이스가 살아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으며 1968년에 출판된 ‘시선집’은 캐나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Governor-General 상)을 수상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코헨의 음악적 최고 정점 시기에 발매하여 유럽 여러 국가에서 넘버 원을 차지한 전 세계적 히트곡인 <아임 유어 맨>으로 잘 알려져 있다. <랜드 오브 플렌티>에 삽입된 그의 곡들은 ‘풍요의 나라’ 미국의 정신적, 정서적, 정치적 방황과 그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풍요의 땅에서도 언젠가 진실은 빛나리’라는 가사는 <랜드 오브 플렌티> 작품 의도와 더 없이 일치하며 영화에 서정적 깊이와 영혼의 울림을 준다. 그 밖에도 영화 속에서 우리는 천재 아티스트 데이빗 보위를 비롯, 유럽 각국 최고의 펑크, 록 밴드들의 멜랑콜리하면서도 흥겨운 음악의 성찬을 즐길 수 있다!(7월 21일 소니 BMG 뮤직에서 O.S.T 발매되었음)
Production Note
“그날 이후, 우리 삶의 궤도가 완전히 틀어졌다!”
풍요의 땅이, 실은 얼마나 불안하고 아이러니 한 것인지...
14일 동안 써내려 간 다이어리, 단 3주 만에 훌륭한 옷을 입히다!
재정적인 이유로 <돈 컴 노킹>(2005년 칸 경쟁작)의 제작이 잠시 중단되자 오히려 빔 벤더스는 이것을 한 편의 영화는 너끈히 만들 만한 여유로 받아들이고, 그 당시 그에게 가장 중요한 테마를 찾았다. 망설일 것도 없이 스토리가 떠올랐고 2주만에 아웃라인을 적어 내려갔다. 이야기는 동시대 미국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었다. 9/11 사건 이후 불안과 망상에 시달리는 미국인들의 슬픈 영혼을 두 가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 보는 것이다 : 나라에 대한 지극하고도 맹목적인 애정을 지닌 전직 특공대원의 눈과 미국인이기 이전에 휴머니스트이자 이상주의자인 젊은 여성의 시선으로.
벤더스는에서 눈여겨봐둔 마이클 메레디쓰에게 각본을 부탁했고, 4주만에 초고가 완성되었다. 예산이 제한되어 있었기에 영화는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되었다. 덕분에 거의 대부분 장면을 핸드 헬드로 촬영할 수 있었으며 이는 배우와의 근접 조우를 허락해 연기의 즉각성이나 현실성, 진실 등이 더 잘 포착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미적인 성취보다는 모든 것이 배우의 연기에 집중되었고, 배우들은 오히려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5MM 디지털 카메라는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적은 예산으로 가능케 한 것이다. 촬영은 3주 만에 모두 마쳤고 이는 보통 영화의 워밍업 기간에 불과한 일수였다. 정교한 ‘빛’의 활용에 힘입어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한 이미지를 담는 데 성공했으며 스크린에 옮긴 영상 또한 훌륭했다. 이 모든 게 디지털 카메라가 허락한 작은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