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순간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투모로우)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덧없이 짧은 만남을 기록한 영화다. 감독은 오바야시 노 부히코로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영화에서 상업물과 광고제작까지 손을 뻗 친, 주로 SF물과 청춘영화에서 소질을 인정받은 감독 중 한사람. 국내에 선 (체인지)의 원작인 82년작 (전교생)으로 잘 알려진 연출가다.어느 날 주인공 각자에게 짧은 메모 쪽지가 전달된다. 같은 날, 같은 장 소에서 만나자는 내용의 짧은 편지. 메모를 전달받은 사람들은 의심과 더불어 불안스런 기운을 느끼며 약속 장소로 하나둘 모여든다. 나이와 연령도 제각각인 주인공들은 각자 자동차와 배, 자전거 등을 타고 부푼 마음 을 안고 바닷가의 한적한 오두막으로 향한다. 그리고 밤 12시 정각, 사고로 침몰한 배가 바다 저편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연락선이 침몰하면서 죽음을 맞이했던 희생자들의 영혼이 사랑하는 애인과 가족들의 품으로 잠시귀환하는 것. 영혼들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시금 남아있는 생을 향해 굳세게 나아갈 것을 가슴에 새긴다. (투모로우)는 특수효과에 의지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의 힘만으로 구성된 영화. 전반의 느 린 호흡이 후반으로 가면서 힘을 얻고 있으며 스무명이 넘는 출연진의 연기가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은 (쓸쓸한 젊은이) (들가고 산가고 바닷가에 가고) 등의 작품에서 막연한 향수와 유려한 이미지의 조합으로 80년대 일본영화의 거목 중의 하나로 평가받았다.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면서 동화와 현실 사이를 오가며 가벼운 판타지의 세계를 부담없이 그려내는 것이 노부히코 감독의 스타일. (투모로우)는 80년대의 재기발랄한 감독의 면모와는 다소 변화한, 진중하면서 차분 한 색채를 지닌 영화다. 현재 일본영화의 흐름과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예리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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