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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스 월드

In This World In This World

2002 영국 15세이상관람가

드라마, 다큐멘터리 상영시간 : 90분

개봉일 : 2005-07-08 누적관객 : 8,316명

감독 :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 자말 우딘 토라비(자말) 에나야툴라(에나야트) more

  • 씨네218.67
  • 네티즌8.00

이 길의 끝에는 파란 내일이 있을까?

파키스탄에서 런던까지 6400km
희망을 찾아나선 이들의, 목숨을 건 여행이 시작된다!


파키스탄의 아프간 난민 캠프에서 태어난 자말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주변 벽돌 공장에서 일해서 받는 1달러도 채 안되는 일당으로 어린 동생까지 책임지고 있는 12살 소년가장. 어느 날 친척의 결혼식에서 사촌형 에나야트를 런던으로 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과 배고픔에서 헤어날 수 없는 이곳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자말은, 영어를 못하는 에나야트의 통역을 맡겠다고 나서 그의 런던행 밀입국에 동행이 된다. 환전꾼까지 밀입국 육로여행의 위험을 재차 경고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찾는 이들에게 이 길은 유일한 선택! 두 사람은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위험천만한 여행을 향한 첫 발을 내딛는다.

그러나 여행의 흥분과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들이 직면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냉혹하고 잔인한 세상! 낯선 땅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데만 관심이 있다.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에서는 자말과 에나야트같은 밀입국을 시도하는 아프간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고 뇌물을 요구하는 부패한 관료에게 소중한 워크맨을 빼앗기는가하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기로 한 브로커는 돈만 챙겨 달아나버린다. 심지어는 이란에서 검문에 걸려 파키스탄으로 되돌려 보내지는데, 두 사람은 세찬 모래바람에 휘청거리며 황토빛 사막을 맨몸으로 걸어서 다시 이란에 도착하는 고생까지 감수한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사람들 틈에서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지쳐가면서도 서로를 다독이는 자말과 에나야트. 추위와 눈보라를 이겨내야하는 야간산행에 성공하면서 또 하나의 국경을 넘어 무사히 터키에 도착하는데, 이번엔 밀입국 브로커가 두 사람을 공장에서 실컷 부려먹고는 인신매매하는 마피아에게 팔아넘긴다! 영문을 모르는 자말과 에나야트는 이제 곧 런던에 도착할 것이라고 믿으며 컨테이너 박스 안에 가둬지고, 터키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배에 실린 컨테이너의 문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열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하나 둘 질식해 쓰러져 가고. 끔찍한 죽음의 공포 속에서 자말은 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울부짖는데...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잔인한 세상 속에 던져진 자말과 에나야트!
과연 이들은 이 지옥 같은 여행을 끝내고 런던에 도착할 수 있을까?
런던은 과연 이들이 그토록 꿈꾸던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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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3명참여)

  • 8
    박평식위로와 평안, 응징이 필요한 세상. 이 풍진 세상!
  • 8
    황진미이주노동자의 눈으로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월드’를 보라
  • 10
    유지나삶의 진정성에 접속한 이런 영화가 희망일 거야!
제작 노트
About Movie

파키스탄에서 런던까지, 눈물의 실크로드를 따라서
90분 내내 찢어지는 마음으로 보게 되는 영화!


<인 디스 월드>는 희망을 찾아 목숨을 건 밀입국을 시도하는 자말과 에나야트, 두 아프간 난민의 가슴 아픈 여행을 담아낸다. 불모의 땅 파키스탄을 떠나 희망의 땅 런던으로 가는 길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매복경찰들, 군인들의 삼엄한 경비를 피해 숱한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비인간적인 처우를 감수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말과 에나야트는 바람막이도 없는 트럭 뒤에 실려서, 과일 상자들 속에 웅크리고 숨어서, 더러운 가축들 틈에 끼어 짐짝처럼 운반된다. 처음 가본 낯선 땅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신기할 법도 하지만 두 사람은 그것을 즐길 여유도 없다. 언제 정체를 들킬지 모르기 때문에 아프간 말을 쓸 수도 없다. 세상은 온통 의지할 데 없는 이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뿐이니 누군가를 함부로 믿을 수도 없다. 검문에 걸려 어렵게 온 길로 되돌려 보내지는가 하면 국경수비대의 무차별 폭격이 생명을 위협하는 가운데 눈 덮인 산을 넘어가고, 급기야 마피아에게 팔아넘겨져 밀폐된 컨테이너의 어둠 속에서 죽음의 순간과 직면하는 두 사람! 질식한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져갈 때 결국 이 여행은 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여행이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더욱 끔찍한 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죽은 사람을 애도하고 슬퍼할 여유도 없다는 것이다. 아직도 여행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옥 같은 컨테이너 안에서 살아남은 자말은 이탈리아에서 팔찌를 팔면서 앵벌이를 하고 급기야 다른 사람의 핸드백을 몰래 훔쳐 프랑스로 갈 여비를 마련한다. 프랑스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자말은 양심의 가책을 느낄 여유도 없다. 영화는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 소박한 믿음도 차갑게 외면한 채, 끝이 보이지 않는 시련과 고통 속에 던져진 이들의 여행을 묵묵히 따라간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 선택한 길이지만
가진 것은 모두, 최소한의 자존심도 포기해야 하는 잔인한 여정


파키스탄에서 런던으로 가기 위해 자말과 에나야트는 그들이 가진 전 재산을 바친다. 그렇게 어렵게 떠난 길을 중간에 포기할 수 없는 두 사람은 그때그때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나마 값진 소지품이나 숨겨뒀던 비상금까지 털어놓는다. 검문에 걸렸을 때 자말이 군인에게 뇌물삼아 주고 마는 워크맨 하나도 실은 가족들에게 받은 소중한 선물이기에, 물건을 빼앗긴 에나야트는 한동안 토라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행이 계속될수록 이들이 치러야 하는 댓가는 단순한 금전적인 부담을 넘어선다.
행여 무비자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아프간 난민이라는 것이 들통날까, 평생 걸쳐왔던 전통의상과 모자를 쓰레기처럼 던져버려야 한다. 화도 내보고 입었던 옷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저항도 해보지만 결국 무력하게 새로운 차림을 하고 허수아비처럼 나란히 서 있는 자말과 에나야트. 위장을 해야만 한다는 설득력 있는 이유도 이들의 설움을 해소해주지는 못한다. 앞으로의 그들의 삶이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을 부정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또렷하게 일깨워주는 에피소드다.

탈출구 없는 상황이 만들어낸 절박한 시도!
죽음을 각오하고 떠나는 밀입국 여행


매년 좀 더 나은 미래를 찾아 100만 명 이상의 아프간 난민들이 전문 밀매업자들의 손에 운명을 맡기고 유럽으로의 밀입국을 시도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시 되돌려 보내지는 이 위험천만한 여행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도박처럼 자기 생명을 내거는 것은 현재 머무는 곳이 더 이상 나은 삶을 결코 꿈꿀 수 없는 불모의 땅이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의 아프간 난민 캠프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12살 소년 자말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 벽돌공장에서 하루 종일 일해도 단돈 1달러도 벌 수 없는 구조적인 빈곤의 악순환 속에서는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은 삶을 개척할 수 없다. 아프간 난민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멸시와 냉대, 차별과 배제는 더욱 이들의 미래를 가로막는다. 그렇다고 모국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911 이후 미국의 폭격, 탈레반 정권의 폭압적인 지배, 그리고 오래된 가뭄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생활환경은 파키스탄보다 훨씬 더 열악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프가니스탄으로 되돌아갈 수도, 파키스탄에서 계속 살 수도 없는 이들에게 런던 행은 유일한 선택이 된다. 검문에 걸려 가다가 되돌아오고, 때 이른 죽음을 맞더라도 이들은 이 여행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가공되지 않은 슬픔을 고스란히 전하는 정교한 연출로
리얼리티와 호소력을 갖춘 새로운 차원의 로드무비!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에 실제 아프간 난민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그들과 긴 여정을 실제로 함께 하면서 만들어낸 <인 디스 월드>는 가공되지 않은 슬픔과 감동을 전해준다. <인 디스 월드>는 진실에 뿌리를 두고 아프간 난민들이 처한 비극적 현실을 한 치의 타협도 없이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꿈과 낭만, 모험과 성취로 이루어진 로드무비의 전형적인 내러티브에서 벗어난 아주 특별한 차원의 로드무비다. 이 작품이 어떤 정치적인 수사로 무장한 영화보다 더 큰 진정성과 감동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영화는 사실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다큐멘터리와도 다르고 가공의 사건을 마들어내어 감동을 조작하는 픽션도 아니다. <인 디스 월드>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에서 조작하지 않은 삶의 리얼리티를 정교한 영화적 구성을 통해 전달하고 있으며, 감독과 프로듀서는 이 영화를 기계적으로 다큐멘터리와 비교하는 것을 매우 불쾌하다고 언급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자말의 여행!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가슴이 미어지게 만드는 엔딩!


런던에 있는 회교사원을 찾아 기도를 하고 있는 자말을 비추는 영화의 인상적인 결말은 영화 속 현실과 영화 밖 현실의 경계를 허물면서 영화의 감동을 세상 밖으로 확장시킨다. 그의 기도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화면에는 영화 촬영이 끝난 뒤 자말이 파키스탄으로 되돌려 보내졌다는 사연과 그가 다시 이 여행을 시도하여 성공했고, 현재 런던에 살고 있다는 내용의 자막이 흐른다. 그러나 자말의 난민신청은 거부되었고 한시적으로 18살까지만 런던에 머무를 수 있다. 이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 자말을 연기한 실제 자말의 이야기다. 관객들은 마지막 자막을 통해 영화가 마무리되는 것을 확인하지만 현실에서 자말의 여행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며 그가 여전히 이 세상을 떠도는 난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것은 영화 속의 이야기가 단순히 스크린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Into the Movie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명장면 둘!
이란-터키 국경의 야간 산행,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컨테이너에서의 40시간


국경수비대의 검문을 피해 이란에서 터키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밤을 이용해 눈 덮인 험준한 산길을 넘는 것 뿐. 혹독한 추위와 험난한 산세로 말들조차 술에 취하지 않고서는 넘을 수 없는 이 길은 이미 바흐만 고바디의 영화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에서 주인공 아윱이 취한 말을 이끌고 걸었던 그 길! 코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안간힘을 다해 한 발, 한 발을 내딛는 자말과 에나야트 앞으로 취한 말들과 밀수꾼들이 지나가면서 국경수비대가 근처에 있음을 경고한다. 잠시 후 시작되는 국경수비대의 무차별 위협사격. 이 위기일발의 순간에 영화는 거칠게 요동치는 화면으로 산을 넘어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내었다. 거친 입자의 영상은 이들이 처한 긴박한 상황과 살아남기 위한 절박함을 극적으로 전달해, 보는 이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가장 슬픈 대목은 밀폐된 컨테이너 씬. 터키에서 마피아에게 넘겨진 사람들은 컨테이너 속에 꼼짝없이 갇혀 이탈리아로 향하는 배에 실린다.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조금만 있으면 런던에 도착할 것이라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사람들, 그러나 문은 좀처럼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밀폐된 공간에서 40시간이 넘어가면서 사람들은 점차 공기가 희박해지는 것을 느끼며 고통으로 몸부림친다. 죽음의 문턱에서 사람들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며 울부짖는데, 너무 끔찍해서 한바탕 악몽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이 장면은 자말에게 평생 잊지 못할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인 디스 월드>의 관객들에게도 가장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아 가혹한 현실의 슬픔을 되새기게 할 것이다.

지옥 같은 여정에서 만나는 벅찬 감동의 두 축!
경이로운 대자연의 풍경을 담아낸 영상과 슬프도록 아름다운 음악


자말과 에나야트가 처한 비극적인 현실과는 모순적일 정도로 영화 속의 장면들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어떻게 이토록 잔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라는 통탄이 저절로 새어나온다. 끝이 보이지 않는 파키스탄의 황토빛 사막은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그 속에서 흉포한 뙤약볕과 모래바람을 헤치며 수 백 km를 걸어가야만 하는 이들에겐 힘든 현실의 일부일 뿐이다. 오렌지 상자 속에 파묻힌 채 트럭으로 실려가는 길에서는 지평선 끝 하늘과 맞닿은 곳에 신비스러운 먹구름이 드리워져 그 사이로 천둥 번개가 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천지창조의 한 순간을 엿보는 것 같은 기적 같은 감동을 전해주는 감격적인 순간이지만 그 순간 주인공들은 온갖 불편함을 참고 견디며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이 영화의 벅찬 감동의 다른 한 축은 영화음악이 맡았다. 아프간 전통 음악에 관현악 편곡을 가미함으로써 전통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 영화의 음악은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영화 전체에 서정적인 아우라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여행을 떠나기 직전, 버스를 타는 자말과 에나야트 그리고 이들을 배웅하는 친척들 사이로 흐르는 음악은 앞으로 시작될 여행에 대한 기대와 흥분, 그 환희에 찬 순간을 감격적으로 연출한다. 또한 여행의 고비 고비에서 흐르는 구음으로 이루어진 영화의 메인 테마는 자말과 에나야트의 고난과 역경을 위로하고 감싸 안으며 동시에 관객이 이들과 동일시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Production Note

밀입국을 시도하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질식사한
58명의 중국난민들의 실화를 토대로 한 이야기


<인 디스 월드>는 911사태 훨씬 이전에 아프간 사람들이 처한 곤경을 알리기 위해서 기획되었으며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2000년 6월, 58명의 중국 난민들이 밀입국 과정에서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질식사한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며 유럽 땅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난민들의 비극은 날로 심화되었지만, 난민에 대한 적대감을 증폭시켜 정치적 이익을 맛보려는 술수를 쓰는 정치인의 행태는 2001년 영국의 총선 기간에 더욱 고조되었고 이에 대한 환멸은 마이클 윈터바텀과 제작진에게 <인 디스 월드>를 만드는 기폭제로 작용하였다.

영어학원, 시장에서 만난 아프간 난민, 자말과 에나야트
실제 상황에 던져진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연기


캐스팅 디렉터 브래징튼은 수많은 아프간 사람들을 만났다. 대규모 오디션을 열어보기도 했지만 아프간의 네 부족 중에서도 신앙심이 깊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기로 소문난 파슈툰 족을 캐스팅하려던 제작진은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결국 전직 아프간 방송국 PD를 코디네이터로 삼아 아프간 난민들의 시장을 찾아간다. 이곳에서 에나야트는 특유의 해맑은 미소와 친화적인 성격으로 제작진을 매료시켰고 즉시 캐스팅되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나이 어린 주인공을 찾기 위해서는 근처 영어학원이 제격이었고 자말은 수많은 학생들과의 경합 끝에 최종 선발되었다.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썼으며 <인 디스 월드>는 많은 부분, 두 사람의 삶을 그대로 옮겨왔다. 영화에서처럼 자말은 난민캠프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에나야트는 가족이 운영하는 전자상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영화 속 에나야트의 가족들 역시 진짜 그의 가족들이다. 두 배우는 이전에 연기를 해본 적도 없고, 파키스탄을 벗어나 본 적도 한번도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표현했다. 제작진들은 그들을 낯선 환경 속에 밀어 넣으면서 실제로 경험한 모든 것을 영화에 담았다. 프로듀서 앤드류 이튼은, “영화를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의 신뢰와 유대가 단단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실제로도 에나야트는 정말 자말의 형인 것처럼 굴었다”고 말했다.

비자를 받기 위해 서류위조, 뇌물공략도 불사하고
인질로 잡힐 경우 대처법까지 배워둔 용감무쌍 제작진!


캐스팅 이후에도 제작과정은 산 넘어 산.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아프간 난민인 두 배우의 비자를 따내는 것이었다. 파키스탄, 이란, 터키 어느 나라에서도 합법적인 여권을 인준해주지 않는 상황. 모두가 영국비자를 우선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제작진은 최대한 정직하려고 애를 썼지만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서류를 위조하고 밀입국을 하고 뇌물을 주는 수밖에 없었다.
파키스탄에서 런던까지 6400km를 가로지르는 험난한 여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인 디스 월드>,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한 이 영화의 보험료는 무려 전체 예산의 10%를 차지했다. 보통 영화 제작의 경우 1,5~2% 정도의 예산이 보험금으로 사용되는데 비하면, 이 작품의 촬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비상시에 헬리콥터를 동원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3만 달러의 비상금을 따로 떼어두는가 하면, 특수부대 출신의 프로에게 인질로 잡혔을 경우의 대처법을 배워 두기도 했는데 프로듀서 아니타 오버랜드는 그 바람에 오히려 겁에 질려버렸다고 털어놓았다.

다큐보다 생생한 픽션 만들기!
수많은 난민들의 실화 + 제작진의 여행에피소드까지 영화화


시나리오 작가 그리소니는 불법이주민들에 대한 수 백 개의 수기들을 읽었고 몰래 난민캠프에 잠입해 수많은 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모두 기꺼이 자기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했지만 여행의 디테일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별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짐짝처럼 실려 트럭으로 보트로 운반되고 자기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 어느 곳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던 그 여행은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길고 힘겨웠기 때문이다.
윈터바텀 감독과 제작진은 그들의 체험을을 온 몸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촬영 전에 직접 이 길을 여행했으며, 이때 겪은 일들을 실제 영화의 에피소드로도 반영하였다. 일례로 에나야트가 워크맨을 빼앗기는 장면은, 시나리오 작가가 검문에 걸려 짐 수색을 당하고, 군인에게 볼펜 한 자루를 어이없이 빼앗겼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검문에 걸려 짐을 수색 당할 때였다. 군인 한명이 내 펜을 들더니 좋은 펜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맞다, 그리고 그것은 내 펜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내 말은 건성으로 들었는지 계속 좋은 펜, 자기 펜이라고 말했다. 나도 계속 내 펜이라고 대꾸했다. 옆에 있던 마이클(감독)이 나를 보고는 “토니, 그에게 그 빌어먹을 펜을 줘버려!”라고 소리치기 전까지는!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땐 정말로 그가 내 펜을 가지고 갈까봐 화가 났었다! 이 경험은 자말과 에나야트가 워크맨을 뺏기게 되는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직접적인 아이디어를 주었다. 정말 싸고 흔한 볼펜이었는데도 내가 그렇게 화가 났는데, 에나야트는 어떠했으랴! 그의 분노가 철없이 느껴졌다면 그건 정말로 당해보지 않아서 그렇다!“ - 작가, 토니 그리소니

세 가지 제목에 얽힌 사연
실크로드, M 1187511, 인 디스 월드


초기에 <인 디스 월드>는 <실크로드>라는 제목으로 기획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 파키스탄에서 런던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수많은 난민들의 여행길이 고대에는 아시아의 부자들이 유럽으로 무역하러 가는 길이었던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제목. 비행기로는 8시간만에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난민들이 훨씬 위험하고 지루한 육로를 택하는 이유는 절대적으로 싼 비용 때문이다. 환전꾼마저 위험하다고 만류하는 이 길은 현재 자동차 부속품, 석유, 아편, 담배와 같은 밀수품들이 비밀리에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운반되는 전문적인 밀수길이기도 하다.
영화 촬영 이후 파키스탄으로 돌려보내졌던 자말이 실제로 이 여행을 반복하여 영국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건조하고 애매한 느낌의 제목 이 후보에 올랐다. 이것은 이민국 관료에 의해 자말이 받게 되는 번호로 자말의 여행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의미심장한 표현이었다.
결국 제목으로 선택된 <인 디스 월드>는 자말의 마지막 대사 에서 따 온 것. 이 말은 여행의 비극적인 결말을 표현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를 묻는다. 지금 이 영화가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며, 자말과 에나야트는 이 세상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임을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Behind the Story

아프간 난민의 현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 모든 자료와 숫자는 상대적이고 근사치이다. 숫자에 따르면, 1992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의 인구는 2천만명이었다. 지난 20년간 250만 아프간 인들이 살해당하거나 사망했다. 원인은 군사 공격, 기아, 의료설비 부족이었다. 다른 말로 매년 12만 5천명, 혹은 매일 340명, 시간당 14명, 5분당 1명이 살해당하거나 사망했다.
아프간 난민들의 숫자는 더 충격적이다. 비교적 정확한 통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이외 지역, 즉 이란이나 파키스탄에서 살아가는 아프간 난민의 수는 630만 명이다. 이 숫자를 일년, 하루, 매시간, 매분으로 나누면 지난 20년간 일분당 한 사람이 난민이 되었다. 이 숫자는 내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북부에서 남부로, 남부에서 북부로 쭃겨다니는 사람들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어느 나라도 사망으로 인구의 10퍼센트가 감소하고, 탈출로 인해 30퍼센트가 감소하고, 그러면서도 세계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예를 알지 못한다. 살해당하거나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사람의 전체 숫자는 팔레스타인 전체 인구와 맞먹는다.
국민의 30퍼센트가 자기 나라를 떠난다는 것은 미래에 희망을 잃었다는 뜻이다. 남은 70퍼센트 사람중 10퍼센트는 살해당하거나 사망하고, 나머지 60퍼센트는 국경을 넘지 못하거나 만약 넘는다해도 이웃 나라들이 그들을 아프가니스탄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책 <칸다하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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