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박정희를 쏘았는가.
숯과 얼음 같았던 두 사람이 어떤 해후를 하였을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김재규는 죽음 순간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도 목숨을 구걸하지 않겠다며 변호인들의 변호를 거부했고
사형 직전 일체의 종교 의식도 거부한 채 오래전 어머니가 건네준 산복숭아씨 단주를
굴리며 쓸쓸히 홀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갔다.
오로지,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자유를 만끽하십시오’ 였다.
아무도 그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