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민며느리가 된 여성이 있다. 그녀의 친정은 넉넉하지 못한 형편인데 시집 어른들을 위해 씨암탉 등을 틈틈이 챙겨야만 한다. 나이 어린 신랑은 신부와 친구처럼 지내지만 주변인들 속을 썩이는 말썽을 부린다. 하지만 신부가 곤란을 겪을 때면 나서서 변호해주고, 어른스럽게 챙겨주기도 한다. 시어머니의 횡포에 맞서서 신부를 보호하는 경우도 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하인을 부리듯 독하게 대한다. 시어머니 성화를 견디지 못한 며느리는 결국 시댁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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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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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는 해방 후 우리 영화사에서 가장 굵은 줄기를 형성했던 여배우이다. 100편이 훌쩍 넘는 작품에 출연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상’으로 자리 잡았던 최은희는 한국의 근대와 여성사를 몸으로 체현하는 배우이자, 한국영화사에서 몇 안 되는 여성감독으로도 족적을 남겼다. 그녀는 남편인 신상옥 감독의 신필름 하에서 감독으로 데뷔하게 되는데 바로 1965년 작 <민며느리>라는 작품을 통해서이다. 이 작품 <민며느리>는 한 여성의 힘든 시집살이, 친정과 시집사이에서 일어나는 묘한 갈등을 보여줌으로써 당시 여성들의 삶과 위치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이 작품 <민며느리>는 ‘어린 신랑 vs 조숙한 신부’를 모티브로, 고부간 갈등구조를 꼼꼼하게, 때로 섬뜩함이 배어날 정도로 사실적으로 포착하여 호평을 받았다. 신상옥 감독 역시 한 인터뷰에서 ‘감독으로서의 최은희는 꼼꼼하기가 자신보다 한 수 위였다’고 치켜세우고 있다.more
영화 <민며느리>는 신필림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스텝들이 모여서 만들어 낸 작품이기도 하다. <민며느리>는 <장희빈>, <인목대비>로 널리 알려진 이서구의 라디오드라마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최은희씨가 직접 연출, 주연한 이 작품은 사운드 필름 중 1권이 유실되어 그동안 대중에게 상영되지 못하던 것을 2000년 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하기 위해 최은희 감독자신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비롯해 유실된 부분을 재녹음하여 복원한 작품이기도 하다. 최은희는 이 영화를 통해 제5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제10회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출품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