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서울 끝자락의 둔촌주공아파트.이곳에서 길거나 짧은 시간을 보낸 주민들이 서로 다른 형태의 애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미뤄진 재건축이 현실로 다가오기 전, 평소와 같은 아파트 단지와 집 안의 풍경이 조용히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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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의도]more
재건축을 앞둔 집에 대해 실제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돈과 숫자에 대한 소식과 아파트에 대한 애정은 자주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추억이 많음에도 재건축이 잘 되길 바랄 수도 있고 녹물 때문에 지긋지긋하면서도 아파트의 녹지를 사랑할 수도 있다. 모든 집이 그러하듯이 그곳엔 다양한 형태의 시간과 애정이 있다. 곧 사라지게 될 공간이 주민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평소와 같은 집과 동네의 풍경, 그리고 소리가 남았다.
<집의 시간들>은 어느 집의 거실에서 시작해서 둔촌동 주공아파트 단지에서 끝을 맺는다. 햇살이 비치고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낮과 해가 지고 아이들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주민들이 귀가하는 밤을 채우는 것은 물리적 공간 곳곳에 고여 있는 시간의 흔적이다. 감독은 세밀하고 꼼꼼하게 기록한 카메라의 끈질긴 탐색과 경청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구성한다. 집안과 아파트 복도, 우거진 나무들과 샛길, 단지 주변으로 확장되는 공간과 한 가족이 어떻게 집과 공존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것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덧대어놓은 사적인 목소리이다. 실내와 바깥으로 나뉜 공간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낮과 밤이라는 시간을 탐색하고 때로는 오래도록 공간을 응시하던 카메라의 시선이 한 축을 이룬다면, 다른 쪽은 한 가족이 집과 어떻게 공존해왔는지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다. 집과 거주의 의미는 가족의 관계와 나에게 연결되고 재개발과 이주는 자신의 삶과 감정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차분하게 들려주는 거주민들의 목소리와 감독의 카메라가 향한 곳곳에서 진행 중인 삶의 다양하고도 사소한 일상이 대화하듯 배치되기 때문일까. 철거되기 전, 사람들을 통해 불려 나온 기억을 지닐 수 있을 때, 집들이 스스로 견뎌내고 있는 시간과 중력이 살아 있는 생명처럼 느껴진다. [박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