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떠나는 당신, 든든하게 먹이고 보내고 싶었습니다.
죽은 자들이 마지막으로 들른다는 섬 미륵도. 이곳엔 먼 길 떠나기 전 이승에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전하는 떡을 찧는 노인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에 커다란 폭풍이 몰아치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섬에 찾아 온다. 그러나 쌀을 빻을 절구통이 부숴지고, 우물의 물이 썩어 더 이상 떡을 만들 수 없게 되는데...동영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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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섬에 한 노인이 살고 있다. 이 섬은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장소이고, 바다에서 죽은 자를 극락으로 인도하기 위해 씻김굿이 벌어지는 공간이다. 노인은 떡을 만들어 망자들을 대접하는 일을 하고, 자연의 법칙과 인간의 질서 사이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을 지키며 참선한다. 그런데 섬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바다에서 빨간 캐리어 가방과 버려진 보트가 발견되고, 전화벨이 계속 울리는가 하면, 바다 건너에서 사이렌이 울려 퍼지기도 한다. 그리고 떡을 찧는 절구지가 망가져 떡을 만들어 망자들을 배웅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또한 섬에서 어린 소년 소녀들이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more
자파리필름의 오멸 감독이 만든 <눈꺼풀>은 고립된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세월호를 기억하고 애도한다. 영화는 자연 풍광의 광활함과 숭고함을, 그리고 인간의 시각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다양한 생명체의 움직임을 근접한 거리에서 담아내며,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비통한 감정을 담아낸다. 이것은 영화만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차원의 감정이다. 이런 면에서 <눈꺼풀>은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행위이다. 그리고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다짐이다. 또한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그리고 그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여전히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약속이다.
최혁규/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