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서부개척시대의 현상금 사냥꾼 사일러스(마이클 패스벤더)는 숲에서 미국 원주민을 사냥하는 북부군으로부터 16살짜리 소년 제이(코디 스밋-맥피)를 구해준다. 제이는 아버지와 함께 서부로 떠난 여자친구 로즈(카렌 피스토리우스)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서부터 미 중서부인 콜로라도까지 머나먼 길을 혼자 찾아가던 중이다.
사일러스는 제이에게 돈을 좀 주면 여자친구에게 무사히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사실은 로즈와 그녀의 아버지에게 엄청난 현상금이 걸려 있고, 사일러스는 현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제이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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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러스는 제이에게 돈을 좀 주면 여자친구에게 무사히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사실은 로즈와 그녀의 아버지에게 엄청난 현상금이 걸려 있고, 사일러스는 현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제이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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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본 적 없던 새로운 서부극!
로맨스, 성장담, 로드 무비로 한정할 수 없이 스스로 확장해 가는 작품!
황금을 찾아 닥치는 대로 총을 쏘아 대는 총잡이, 전설적인 무법자와 이를 쫓는 보안관의 대결, 끝이 보이지 않는 황야를 질주하는 카우보이, 흙먼지를 일으키는 버팔로 떼와 인디언 무리… 갈색 옷을 입은 남자들과 끝없는 총성을 연상시키는 서부영화는 거의 100년간 관객들을 매료시켰고, 그 뒤로도 변주된 형태로 스크린에 펼쳐지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 이주해 살던 백인 식민지인들이 다른 유럽 국가들이 여전히 절대왕정이던 1776년 극적인 혁명으로 독립하고 국가를 세우며 있었던 혼란스러운 일들은 미국인의 정체성 형성과도 관련해 폭발적인 인기의 영화 소재가 되었다.
에드윈 포터의 <대열차 강도>(1903)부터 토마스 인스 등 초기 서부영화의 중요한 감독들이 있었고, 대공황기인 1930년대에는 잠시 주춤하다가 2차세계대전 이후 존 포드, 하워드 혹스 등의 서부영화가 다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다. 미국은 처음부터 참전하지도 않은 전쟁, 2차세계대전을 끝내는 데에 큰 역할을 하면서 강대국으로 자리잡았는데 그 자신감이 서부영화에서도 드러난다. 실제로 있었던 OK 목장에서의 결투를 다룬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존 포드의 <황야의 결투>, 하워드 혹스의 <붉은 강> 등은 서부영화의 고전으로서 남성 영웅 캐릭터를 확립한다. 포드의 영화들 속에서도 점차 다듬어지고 깊이를 더해가는 주인공들의 내면은 조지 스티븐스의 <셰인> 이후 프레드 진네만, 샘 페킨파 같은 감독들에 의해 더욱 발전한다. 진네만의 <하이 눈>은 서부영화의 기존 가치에 쓸쓸한 의문을 제기하는 걸작이다. 포드의 1956년작 <수색자>도 ‘인디언’이 존 웨인이 연기한 에드워드와 동등한 존재로 등장한다.
2000년대 이후에도 동명의 1957년 작품을 리메이크한 러셀 크로우, 크리스찬 베일 주연의 <3:10 투 유마>, 코엔 형제가 연출한 맷 데이먼, 제프 브리지스 주연의 <더 브레이브> 등 수정된 관점의 서부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마이클 패스벤더 제작, 신예 감독 존 맥클린 연출의 <슬로우 웨스트>는 한 제작자의 말처럼 “서부 영화의 가장 좋은 점들을 취하면서 유럽적인 향취를 더한 것이 재미있다.”(굵은글씨X) 감독 존 맥클린은 <셰인>, <붉은 강>, <하이 눈> 같은 걸작 서부영화의 구조를 연구했으며 더 현대적인 샘 페킨파와 로버트 알트만의 영화에서 서부영화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슬로우 웨스트>의 인물들은 고전 서부영화에서 봤던 남녀와는 다르다. 먼저 코디 스밋-맥피가 연기한 주인공 제이는 16살짜리 몽상가로, 서부영화와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상류 계층으로서, 돈과 황금을 쫓는 것이 아닌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그는 오로지 사랑하는 소녀를 찾기 위해 미국을 횡단하는 중이다. 맥클린 감독은 “젊은 사랑”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고 말했듯, 내러티브를 이끄는 제이의 더없이 순수한 면모는 동화 같은 색채를 부여한다.
<슬로우 웨스트>는 어린 소년이 주인공인 성장 영화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성장하는 것은 어린 제이가 아닌,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 사일러스다.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제이’의 성격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하지 않고 유지된다.” 이동진 평론가는 바로 이 점에서 <슬로우 웨스트>가 기존의 성장영화와는 결을 달리한다고 언급한다. 주인공은 자의나 타의로 원래 있던 곳을 떠나, 조력자를 만나고, 모험을 한 끝에 결여되었던 것을 얻고 귀환하게 되는데, ‘제이’는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냉소적인 인간이었던 사일러스가 제이로부터 살아남는 것이 삶에서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성장한다. 그렇다면 일관적인 악인 이아고가 오셀로의 변화를 두드러지게 하듯 제이는 사일러스의 변화를 비춰주기 위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이로 하여금 상사병을 앓게 만든 로즈(카렌 피스토리우스) 역시 영화 속에서 구출을 기다리는 낡은 캐릭터가 아니며 그렇다고 남성을 흉내내는 여성으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여기에 아메리카 대륙의 지정학적 통찰까지 은근하게 숨어 있는 <슬로우 웨스트>는 서부 영화의 색다르고도 경쾌한 변용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은 ‘신세계’가 아니었다
패스벤더: “<슬로우 웨스트>에서는 아메리카 대륙도 하나의 중요한 캐릭터”
학자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시기를 약 1만 4,000년 전 또는 1만 6,000년 전으로 추정한다. 15세기 말경 유럽인들이 처음으로 접촉했을 때 아메리카 대륙에는 이미 수천만 명이 살고 있었고, 지금 미국이라 불리는 지역에는 1,000만 명 정도가 살았을 것이라고 한다. 이 대륙을 ‘신세계’라 불렀던 유럽인들 때문에 이들 아메리카 원주민은 학살과 고통의 역사를 겪게 된다.
아메리카 문명과 유럽 문명의 접촉은 초기에는 때로 우호적이고, 때로 상호 이익이 되기도 했지만, 대개는 아메리카 원주민들(혹은 유럽인들이 부르는 바에 의하면 ‘인디언’)에게 재앙이었다. 원주민들은 유럽의 전투 기술을 따라갈 수 없었고, 유럽인이 가져온 질병으로 매우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이 옮긴 전염병으로 아메리카 대륙 여러 지역의 원주민 수가 격감했고, 이로써 유럽인들은 훨씬 수월하게 이 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다. 16세기 말경이면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 전체의 소유권을 주장했고, 실제로 대부분의 지역을 지배했다.
프랑스혁명보다 3년 앞선 1776년 미국의 독립 선언은 매우 이례적인 대사건이었다. 아메리카로 이주한 영국인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미국인이 아닌 철저히 영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영국의 아메리카 식민지에 대한 간섭이 심해졌고, 존 로크, 토머스 페인 등의 사상에 힘입어 백인 식민지인들은 “대표 없이 과세 없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급격히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으며 연합정부를 세웠다.
독립 직후 동부의 미국인들이 고대 로마적 혼합정체를 참고하며 복잡하고 독특한 정치체제를 꾸리는 동안 서부에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디언’이 소유권을 주장해 여전히 혼란이 일었다. 이로쿼이 인디언, 촉토 인디언, 치카소 인디언, 그리고 체로키 인디언 등이 자기네 영토로 이주해 들어오는 백인과 맞섰다. 1790년에 유명한 전사 ‘작은 거북’(Little Turtle)이 이끄는 마이애미 부족이 미합중국 군대에 맞서서 두 번의 중요한 전투를 치러 승리하기도 했다. 1795년에 연방 정부가 처음으로 인디언 부족의 통치권을 인정하는 그린빌 조약이 성사된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어렵게 얻어낸 확약도, 백인의 서부 팽창 압력을 막아내는 데에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보호 장치임이 이내 드러났다.
동부의 법이 미치지 않는 19세기의 미국 서부 콜로라도가 바로 <슬로우 웨스트>의 배경이다. 자신만만한 백인 영웅과 악랄한 인디언이 나왔던 초기와 달리 서부영화는 점차 인디언에게 온정적인 시각으로 변화하게 된다. <슬로우 웨스트> 역시 예전의 서부영화가 내걸었던 가치들에 대한 회의를 내비치며 풍자적이다. 패스벤더는 “이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땅에 대한 것이기도 하며 아메리카 대륙도 하나의 캐릭터가 된다”고 말해 미국의 역사에 대한 성찰을 암시한다. <슬로우 웨스트>는 한 청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지만 긴 설명을 배제한 채 몇 마디 간결한 대사만으로도 서구인의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반성과 비판을 드러낸다.
참고문헌: 앨런 브링클리, 있는 그대로의 미국사 1,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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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웃기고, 명백히 코엔적이다!-Variety
한 매거진은 <슬로우 웨스트>에 대해 “명백히 코엔적”(variety)라고 평했다. <슬로우 웨스트>가 첫 장편인 신예 감독에게는 대단한 찬사가 아닐 수 없다. 해외에서의 이런 평가는 <슬로우 웨스트>의 전반에 깔려 있는 분위기, 말 그대로 총을 맞은 상처에 소금이 끼얹어지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기 어려운 유머 때문일 것이다.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같은 코엔 형제의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이 간과한 것, 사소한 실수 때문에 점점 궁지에 몰리고 아이러니컬한 상황 속에 결국에는 피비린내를 풍기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동진 평론가가 적절히 지적했듯 <슬로우 웨스트>에도 오인의 테마가 반복되는데 아차, 아뿔싸 하고 알아차린 순간 이미 주인공의 운명은 바뀌고 만다. 제이는 사기꾼 베르너를 의롭다고 착각하고, 로즈의 아버지는 자기들을 노리는 현상군 사냥꾼에게 어이없이 로즈의 이름을 노출하며, 사일러스는 제이가 흥분해 무모한 짓을 하지 않도록 그를 나무에 묶어 두는데, 얼굴에 송진을 발라 햇볕으로 인한 화상을 막아줄지언정 묶은 밧줄이 너무 약하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무엇보다도, 누구보다 현명한 듯했던 로즈는 결정적인 순간에 제이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서부의 모든 것이 낯선 제이의 관점을 대변하듯 영화 전반의 부조리한 분위기는 제이의 사랑 플롯에서 보이는 신비롭고 예언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더없이 독특한 웨스턴 무비를 탄생시킨다.
한편 코엔 형제가 만든 서부영화 <더 브레이브>는 소녀와 여인의 중간에 있는 14세 소녀 매티의 성장담이다. 찰스 포티의 원작 소설 『트루 그릿』의 내용을 따르지만 은밀히 낄낄거리게 되는 코엔 형제 특유의 아이러니는 그대로다. 특히 매티와 은근하게 섹슈얼한 관계에 놓인 남자이자 용맹한 척은 혼자 다 하던 라 뷔프(맷 데이먼)가 총격전 중에 혀를 다쳐 한동안 어린애처럼 혀짧은 소리를 낸다는 설정은 실소가 터져 나오는 명장면을 탄생시킨다.
PRODUCTION NOTE
존 맥클린 감독과 제작자 마이클 패스벤더의
마치 영화 같은 만남!
<슬로우 웨스트> 프로젝트는 상당 부분이 작가/감독/뮤지션/뮤비 연출가인 존 맥클린과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의 관계에서 출발했다. 맥클린은 “패스벤더 때문에 참여했다”, 패스벤더는 “존 때문에 참여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사실 먼저 연락한 쪽은 패스벤더였다.
존 맥클린은 “마이클이 저와 카메라, 그리고 몇몇 친구들끼리 심심풀이로 사무라이 영화를 찍어본 것인데도 제 초기 작품들을 보고는 저에게 뭔가가 있다며 같이 일하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재빨리 단편 <맨 온 어 모터사이클>을 썼어요. 마이클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밖에 없었기 때문에, 제 친구 하나를 오토바이 배달원으로 분장해 일주일 동안 촬영하고 마지막에 헬멧을 벗는 순간 마이클의 얼굴이 나오는 식으로 찍었죠. 만드는 동안 정말 즐거웠고 결과물도 잘 나와서, 펀딩을 받아 다른 단편영화 <피치 블랙 하이스트>를 찍었어요. 마이클과 사흘간 찍은 이 작품도 성공적이어서 장편영화를 함께 찍기로 했습니다”라고 둘의 만남을 묘사한다.
“얼마나 즐거운 여정이었는지 새삼 되돌아보게 되네요”. 패스벤더도 말한다. “어렸을 때 하던 상상처럼 서부의 총잡이가 되어보다니 매우 좋은 경험이었어요”. 마치 영화 같은 이들의 만남이 다음에는 또 어떤 작품을 탄생시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작품 속 서부는 사실 모두가 뉴질랜드다!
뉴질랜드 로케이션 촬영과 명품 OST의 비밀!
19세기의 스코틀랜드와 미국 서부 콜로라도의 풍경을 재현하기 위해 <슬로우 웨스트>가 선택한 촬영지는 바로 뉴질랜드다. DMC 필름과 함께 <슬로우 웨스트>를 공동 제작한 시소 필름은 세계적으로 칭송 받는 제인 캠피온 감독의 TV 드라마 ≪탑 온 더 레이크≫의 뉴질랜드 로케이션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제작자 이언 캐닝은 미국 서부를 뉴질랜드로 대체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바로 뉴질랜드의 지리적 특성과 다양한 풍광 때문이죠. 뉴질랜드에서만 가능한 놀라운 기회들이 있습니다. 길 하나만 지나면 스코틀랜드가 나오고, 또 다른 길을 지나면 아일랜드의 풍광이 있습니다. 영국 데본도 찾아볼 수 있고요. 뉴질랜드 남섬에는 거주자가 없이 방대하게 펼쳐진 지역을 찾았는데 콜로라도를 재현할 수 있는 놀라운 풍경이 있었죠. 심지어 가까운 지역들 사이에서 계절까지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연말에 찍을 때도 그곳은 여름이었으니까요”
한편 감독 맥클린이 중요하게 여겼던 또 다른 요소는 음악이다. “당시 스코틀랜드에서 음악이란 매우 강한 존재감이 있는 것이었어요” 맥클린은 설명한다. “당시 스코틀랜드 음악은 미국 노래나 블루스나 가스펠과 비슷했어요. 그래서 서부는 음악의 면에서도 멕시코와 가깝기 때문에 켈트족 음악과 가스펠 색채를 넣으려고 했어요. 원래 있는 노래도 있고, 새롭게 쓴 곡도 있는데 예를 들면 패시 조는 전통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콩고 음악을 썼어요. 저도 두 가지 음악을 공동작곡했고요. <서바이벌 게임>의 음악과 비슷한 느낌으로 음악을 쓰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