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젊은 아티스트 미칼은 침대살이 부러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채 잠에서 깬다. 그 이유 때문인지 미칼은 TV와의 인터뷰도, 소원해진 남편과의 대화도 기억하지 못한다. 한편 경계를 넘어 이스라엘의 DIY 가구 공장에서 일하는 나딘은 침대 나사를 훔치다가 발각되어 해고당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분쟁의 경계에서 생면부지인 두 여성은 운명처럼 조우하고, 우연한 실수로 두 사람의 신분이 뒤바뀌면서 미칼과 나딘은 서로의 삶을 경험하게 된다. 2007년 <젤리피쉬>(2007)로 부산을 찾았던 쉬라 게펜의 두 번째 장편인 <셀프 메이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경계에서 마주한 두 여성의 일상을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묘한 분위기와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담아낸다. 극적 인과율에서 자유로운 초현실적 장면들은 오히려 종교와 민족, 국적 등이 개인에게 부여하는 정체성 바깥으로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개별 존재의 또 다른 측면을 부각시킨다.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비현실과 꿈을 통해 현실에 다가가려는 감독의 일관된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박진형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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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