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이자 치유의 힘을 가진 한 어머니가 있고, 그녀와 오랜 세월을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던 아들이 있다. 모자 간의 이런 공간적, 심리적 거리는 아들의 어린 시절에 발생한 어떤 사건에서부터 연유한다. 어느 날 매부리가 되어 살아가던 아들에게 한 여기자가 찾아오고, 그녀의 출현은 모자의 재회로 이어진다. 어머니, 아들, 기자, 이렇게 세 인물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는 <하늘 높이>는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마치 베일에 가려진 듯한 분위기를 중반까지 가져가며,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각 인물의 사연을 수수께끼 풀 듯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는, 지극히 설명을 아끼는 영화다. 그렇기에 말미에 비로소 밝혀지는 내막은 더욱 크게 공명한다. <원스 오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 <페노미나>(1985)에서 꽃다운 소녀였던 제니퍼 코넬리(어머니 역)의 무르익은 연기, 광활한 대자연의 풍경, 쓰라린 인간사가 한데 어우러져 감동을 자아내는 영화로, 2009년 베를린 황금곰상에 빛나는 <밀크 오브 소로우 - 슬픈 모유>(2009)의 감독 클라우디아 로사의 세 번째 장편 극영화다.
(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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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