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에 능욕을 당한 엄마젖을 먹고 두려움이 옮은 파우스타는 혼자서는 길을 걷지도 못하는 겁많은 처녀.
돌아가신 엄마를 고향에 묻어드리겠다는 마음 하나로 세상을 향한 날갯짓을 시작한다.
페루의 수도 리마 근교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파우스타는 자신이 ‘슬픈 모유’병에 걸렸다고 믿고 있다. 내전의 참혹한 시기에 테러범들에게 강간을 당한 임산부들이 아이를 낳으면 그 모유를 통해 어머니의 공포가 아이에게 전염되어 그 아이들은 영혼이 없이 태어난다는 게 바로 ‘슬픈 모유’병이다. 혼자서는 길을 걷지도 못해서 누가 꼭 데려다 주어야만 하며, 툭하면 코피를 흘리고 기절해 버리는 파우스타는 강간을 예방하기 위해 자기 몸을 지키는 방법으로 질 속에 감자를 넣고 있다.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엄마의 시신을 고향 땅에 묻어드리기로 결심하는 파우스타. 장례비를 마련하기 위해 리마 시내의 대 저택에 살고 있는 피아니스트의 집에 하녀로 취직한다. 괴팍한 성격의 피아니스트는 우연히 파우스타의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듣게 되고, 노래 한 번 부를 때마다 진주를 한 알씩 주겠다고 약속한다. 진주를 판 돈으로 엄마를 고향으로 모실 수 있을 거라 믿었던 파우스타, 그러나 이야기는 약속대로 흘러가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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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엄마를 고향에 묻어드리겠다는 마음 하나로 세상을 향한 날갯짓을 시작한다.
페루의 수도 리마 근교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파우스타는 자신이 ‘슬픈 모유’병에 걸렸다고 믿고 있다. 내전의 참혹한 시기에 테러범들에게 강간을 당한 임산부들이 아이를 낳으면 그 모유를 통해 어머니의 공포가 아이에게 전염되어 그 아이들은 영혼이 없이 태어난다는 게 바로 ‘슬픈 모유’병이다. 혼자서는 길을 걷지도 못해서 누가 꼭 데려다 주어야만 하며, 툭하면 코피를 흘리고 기절해 버리는 파우스타는 강간을 예방하기 위해 자기 몸을 지키는 방법으로 질 속에 감자를 넣고 있다.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엄마의 시신을 고향 땅에 묻어드리기로 결심하는 파우스타. 장례비를 마련하기 위해 리마 시내의 대 저택에 살고 있는 피아니스트의 집에 하녀로 취직한다. 괴팍한 성격의 피아니스트는 우연히 파우스타의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듣게 되고, 노래 한 번 부를 때마다 진주를 한 알씩 주겠다고 약속한다. 진주를 판 돈으로 엄마를 고향으로 모실 수 있을 거라 믿었던 파우스타, 그러나 이야기는 약속대로 흘러가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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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OVIE 1more
실화에 바탕한 충격적인 스토리 –
페루 내전 시기 유린당한 여성들의 참혹한 기록
메타포와 시적 은유로 그려낸 비극의 역사
‘밀크 오브 소로우-슬픈 모유(Milk of Sorrow)’라는 영화의 제목은 스페인어 원제로는 ‘La teta asustada’, 직역하면 ‘두려움에 떠는 젖가슴’이라는 뜻이다. 페루에서 전해져 내려 오는 민간전설의 일종으로, 전쟁 중에 임신한 채로 능욕을 당한 엄마들이 아이를 낳으면 그 엄마들의 두려움이 젖을 통해 아이에게 옮겨져서, 그 아이들은 영혼이 없는 아이들로 태어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영혼이 두려움 때문에 땅속으로 꺼져버렸다고 믿는 것. 여주인공 파우스타도 그 병을 앓고 있다고 본인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사람이 믿고 있다. 이 영화는 1980년대부터 20여 년 동안 페루 정부군과 게릴라의 전투 와중에 성폭행 당한 여성의 이야기와 남겨진 세대의 트라우마를 이러한 민간 전설을 통해 생생하고도 가슴 아프게 그려내고 있다. 2001년 설치된 페루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내전 중에 7만명이 살해되고 수없이 많은 여성들이 납치•강간당했다..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안데스 산지의 원주민들이었다.
이 영화를 만든 클라우디아 요사 감독은,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루의 문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조카이기도 하다. 권력 구조 지도와 개인의 저항, 반란, 패배에 대한 강렬한 작품을 남긴 숙부와 마찬가지로, 요사 감독 또한 조국 페루의 현실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여전히 억압된 나라, 그 안에서 부와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통해 공인된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진짜 페루 민중의 모습을 축제와 노래라는 구전문화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슬픈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지만 영화는 또한 유머와 흥겨움, 동화적인 따스함이 가득한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이다. 에밀 쿠스투리차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이 영화의 떠들썩한 결혼식은 유머와 소박한 행복으로 가득한, 말 그대로 삶을 찬미하는 축제이다.
파우스타의 출생과 성장 과정 자체가 이미 비극적인 역사로 인해 남겨진 세대의 아픔으로 점철되어있지만, 파우스타가 피아니스트의 집에서 겪는 일 또한 정치사회적인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상류층의 여성으로서 음악가로서 창작능력이 고갈된 피아니스트는, 파우스타의 음악적 재능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발견하지만 결국 부당하게 자기 것으로 이용한 후 정당한 대가조차 지불하지 않는다. 자신의 권력과 파우스타의 힘없는 상황을 이용한 일종의 사회적 폭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처사에 대해 파우스타가 마지막에 저택에 몰래 숨어들어가 진주를 훔쳐내오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밖에 없던 상황은, 구조적으로 왜곡된 사회의 폭력에 대해 자신의 어머니 세대가 당한 대로 피해자로만 평생을 살지는 않으려는 젊은 세대의 저항의 몸짓이면서, 더 나은 인생을 추구하려는 한 인간의 본능적인 몸부림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회현실 안에서는 극도로 겁이 많고 사회와 동떨어진 삶을 살았던 한 소녀조차 정치사회적인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결단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이러한 깨달음과 성장의 과정을 거치며 두려움에서 자유로움을 향해 떠나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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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가 담고 있는 여성 수난사 :
여성 수난사, 여성 인권 유린의 역사는 전쟁과 침략을 겪은 우리 영화의 역사에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변영주 감독 (<낮은 목소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등이 꾸준히 조명해 온 아시아 여성 수난사와 더불어, 8월 15일 개봉하는 영화 <그리고 싶은 것>은 위안부 할머님들 소재의 영화로서, 기억하지 않으면 진실은 사라지고 만다는 메시지를 담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위안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드니 빌뇌브의 <그을린 사랑>이나 사이러스 노라스테의 <더 스토닝> 등, 역사와 문화가 여성의 삶에 남긴 상처를 따라가는 영화들은 <밀크 오브 소로우-슬픈 모유>와 공명하고 있다.
2.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세계 문학계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라틴아메리카 문학이 20세기 중반 이후 붐을 일으키며 세계 문학계의 중심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후,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멕시코의 까를로스 푸엔떼스 등과 함께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역량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가이다. 제3세계 작가로서 강한 정치ㆍ사회적 비판의식을 보여주는 소설로 세계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래,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인 저항작가로 꼽히며 기법적으로도 다양한 실험정신을 선보여 많은 문학적 성과를 거둔다. 1994년 스페인어권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세르반테스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에는 미국의 <포린 폴리시>와 영국의 <프로스펙스> 잡지가 함께 뽑은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100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 소개 ABOUT MOVIE 2
가혹한 현실과 삶에 대한 희망을 연결해주는 매개 –
축제와 노래의 힘
세 번의 결혼식과 마침내 한 번의 장례식 - ‘축제’로 되짚어 보는 인생, 삶과 죽음의 연결고리
페루 출신인 요사 감독에 따르면, 페루와 같이 억압된 나라는 전설, 공포, 트라우마 등 집단 무의식을 통해서만 자기표현이 가능하며, 이런 나라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바로 구성원의 ‘몸’이다. 몸을 통해 기록된 고통스러운 과거를 기억함과 동시에, 강요된 공식적 역사에 의해 억압된 구전문화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특히 표현의 수단으로서 노래를 부르는 것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 영화는 우리에겐 낯선 나라인 페루, 그 안에서도 매우 신비로운 근원에 속하는 안데스 산지의 잉카 원주민들의 언어와 문화를 담아내고 있어, 우리에게 더욱 신선하고 순수한 정서를 전달하고 있다. 안데스 산지의 사람들에게 축제와 의식, 노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억압된 기억을 보존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 영화에서 제시되는 인생의 중요한 축제 두 가지는 바로 결혼식과 장례식이라는 만남과 헤어짐의 의식들이다.
좋은 사람들과 떠들썩한 축제가 주는 치유와 위안
잔잔하면서도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이 유려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이 영화에서 슬픈 운명을 타고난 겁많은 비둘기 같은 이미지의 파우스타를 감싸고 있는 것은 좋은 사람들과 떠들썩한 축제가 주는 행복감, 그로부터 오는 치유와 위안의 이미지이다. 가족을 사랑하고 파우스타를 격려하는 삼촌, 꽃들을 통해 지혜의 말을 들려주는 정원사 노에, 웨딩사업을 운영하는 소란스럽고 다복한 친척들은 파우스타가 자기 날개로 세상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소중한 행복의 근원이다.
어머니의 죽음은 한 순간에 벌어지는 이별이 아니라, 어머니가 노래를 멈추는 모습으로, 서서히 빠지는 머리카락으로, 시신에 오일을 바르고, 마치 웨딩드레스를 입히듯 염을 하고, 파우스타가 엄마의 시신을 업고 사막을 지나 바다를 보여주게 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 전체를 따라가며 단계적으로 이어진다. 이 영화 전체가 하나의 긴 장례의 의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치유와 이별, 새로운 인생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이기도 하다.
피아니스트의 괴팍한 성격에 의해 창밖으로 던져져 파괴된 피아노가 불에 태워지는 장면은 또 다른 장례식의 은유가 된다. 권력자에 횡포에 의해 폭력적으로 죽임을 당한 피아노의 모습은 역사에 희생된 불쌍한 민중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죽어서도 노래하며 또한 아름다운 파편을 남기는 피아노의 모습은 파우스타의 엄마의 모습과 겹쳐진다. 파우스타에겐 고통스러운 역사의 흔적으로 몸에 묻혀 있던 감자의 이미지 또한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진다. 흙에 묻힘으로써 꽃을 피우는 감자의 은유를 통해, 죽음은 곧 새로운 생명으로 끊김 없이 이어진다는 희망의 알레고리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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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케추아(Quechua) :
영화에서 파우스타와 엄마가 부르는 노래는 스페인어가 아닌 케추아어로 되어있다. 또한 리마 시내의 대저택, 파우스타의 세계와는 아주 다른 ‘스페인어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녀의 언어인 케추아어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정원사 노에이다. 그들은 같은 근원을 공유한 같은 세상의 사람들인 것이다. 케추아어는 남미 토착민들의 언어로서, 잉카 제국이 공용어로 채택한 이래 남미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었으며 볼리비아와 페루에서는 스페인어와 함께 공용어로 지정되어 있다. 안데스 산맥 고지대에 살면서 케추아어를 사용하는 남아메리카 인디언을 ‘케추아족’이라고 부른다. 16세기에 스페인이 잉카 제국을 정복하면서 케추아족은 스페인 문화 중심의 남미사회의 주변부로 소외되었으나 구전문화 등을 통해 그 전통의 면면이 계승되고 있다.
2. 임권택 감독의 <축제> :
삶과 죽음을 잇는 축제로서의 장례를 이야기한 또 다른 작품의 예. 이청준 원작,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에서 삶과 죽음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으며, 죽음은 장례를 통해 축제로 만들어지고 이 과정은 영화에 삽입된 동화적 상상력으로 현실성의 힘을 얻는다. 이 영화는 삶과 죽음의 슬픈, 혹은 기쁜 진혼이 담겨있다. 즐거운 장례식의 기록이다. 전통의 의식을 충실하게 복원하면서도 삶과 죽음의 근원적 슬픔을 깊이 있게 담고 있다. 전작 <서편제>를 통해 작가 이청준은 <사는 일이 곧 한을 쌓는 일이며 한을 쌓는 것이 곧 사는 일이다>라는 맺힘과 풀림으로서의 한을 말한다. 궁극적으로 죽음은 한을 쌓는 행위와의 작별을 의미하며 가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의 연장선에서 벗어남을 뜻한다. 풀림으로서의 한인 것이다. 죽음은 온갖 번뇌의 시간에서 완전한 무의 세계로 나아감이다. 죽은 자에게도 죽음은 축제다. 그리하여 지금도 인간은 어느 상갓집에서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을 대비한 축제를 벌인다.
작품 소개 ABOUT MOVIE 3
역사는 기록하고 문화는 꽃 피운다 –
남미 문화의 힘, 마술적 리얼리즘
베를린 국제 영화제 뿐 아니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된 것을 비롯, 몬트리올 뉴시네마 영화제 퀘벡비평가협회 최우수 작품상 및 여우주연상 수상, 스페인의 아카데미상인 고야상에서 최우수 스페인어 외국영화상 노미네이트, 멕시코 과달라하라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및 여우주연상 수상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수상기록에 빛나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충격적인 스토리와 더불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페루 안데스 산지의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마법 같은 영상미로 심사위원과 관객을 동시에 매료시켰다.
한편의 시, 한편의 음악극과도 같은 서정성
과장된 멜로디를 강조하기 보다는 마치 시를 읊듯 노래하는 파우스타의 신비롭고 슬픈 노래들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영상과 어우러져 이 영화에 마치 한 편의 음악극과도 같은 시적, 음악적 서정성을 부여한다. 꽃과 감자 등의 식물들, 진주와 인어의 모티브, 색깔 고운 사탕, 떠들썩한 결혼식의 풍경과 날아오르는 면사포와 비둘기 등의 소재들은 동화나 메르헨을 연상시키는 따스함으로 영화 전편을 수놓는다. 이러한 서정성은 그 이면에 참혹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로테스크한 현실을 담고 있는 가운데, 사회 비판적인 리얼리즘과 몽환적인 상상력이 결합한 ‘마술적 리얼리즘’을 완성하고 있다. 이러한 특색은 또한 라틴 아메리카의 독특한 미학의 한 축을 이루는 특성으로서, 작가 보르헤스와 마르케스, 화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와 같은 예술가를 배출한 대륙의 원초적인 매력과 열정, 전통에 뿌리를 둔 환상과 현실의 매혹적인 만남을 이 영화를 통해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로 대표되는 ‘마술적 리얼리즘’은, 리얼리즘이라는 말이 내포하는 역사성과 재현성, 그리고 마술적이라는 단어가 표현하는 작품 특유의 실험성을 내포한다. 그의 대표작 <백년동안의 고독>이 마술적 리얼리즘을 표방하는 예인데, 그 문체를 주도하는 것은 ‘구전문화의 전통’이다. 그는 여덟살까지 외가에 살면서 천부적인 이야기꾼 외조부모로부터 까리베 지역의 특이하고 경이로운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고 이 때 들은 이야기가 그의 소설 세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그의 외할머니는 그 지역의 신화, 전설, 민담 등을 통해 그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환상적이고 기괴한 것들을 실재와 결합시키는 독특한 서사 방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이렇듯 역사적 현실의 생생한 재현을 감싸고 있는 신비스러운 구전문학의 힘은 <밀크 오브 소로우-슬픈 모유>에도 그 특유의 색채를 발휘하고 있다.
오감(五感)으로 느끼는 고통과 치유
페루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포착한 시원한 원경과, 인물의 마음까지 들여다보일 것 같은 섬세한 클로즈업,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의 영화와도 다른 강렬하고도 이국적인 라틴 아메리카의 색감과 풍광을 담아낸 영상은 눈을 황홀하게 한다. 듣는 사람에게 최면을 거는 듯한 애상적이고 몽환적인 기타의 선율, 안데스 원주민의 언어와 리듬, 정서를 담아낸 케추아어 민요와 파우스타의 노래는 잊을 수 없는 청각적 체험이다. 파우스타의 육체가 기록한 고통의 대물림의 기억은 몸 안에서 싹을 틔우고 있는 감자의 존재와 함께 관객의 촉각을 날카롭게 자극하며 고통을 전이시킨다. 이미 시신이 되어 누운 엄마에게서 나는 슬픔의 냄새를 지우기 위해 파우스타는 엄마의 옷을 깨끗하게 빨아준다. 감독은 감각을 자극하기 위해 인위적인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삶과 자연의 면면 그대로를 포착하는데, 그 생생함은 놀라울 정도이다. 특수효과를 통해 감각을 인위적으로 자극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테크놀로지에 익숙해져 있던 관객들에겐 눈과 귀에 가장 자연스러운 즐거움을 돌려주는 신선한 경험임과 동시에 몸과 마음의 힐링의 경험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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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술적 리얼리즘 (마술적 사실주의) :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제대로 드러내면서도 특유의 문화적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방법을 모색하던 라틴아메리카 소설가들은 역사적•문학적으로 큰 혼란을 겪어온 라틴아메리카만의 독특한 문학적 산물인 '마술적 사실주의(Realismo mágico)'를 고안해 낸다. 이는 현실 세계에 적용하기에는 인과 법칙에 맞지 않는 문학적 서사를 의미한다.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용어는 독일의 예술 평론가 프랑크 로(Frank Roh)가 1920년대 종래의 사실 표현을 뒤엎는 화가들을 이르기 위해 처음 만들어냈다. 오늘날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용어는 특히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 대해 쓰이는데 이 뜻으로는 비평가 우슬라르 피에트리(Uslar Pietri)가 1948년에 처음으로 이 용어를 사용하지만, 노벨 문학상 수상자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가 자신의 소설들이 마술적 사실주의 양식을 사용한다고 정의한 후로부터 널리 쓰이게 되었다.
'마술적 사실주의'는 사실과 환상, 사실과 허구가 초현실주의적 수법으로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는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좁게는 리얼리즘의 한 유형, 넓게는 세계 인식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마술적 사실주의가 억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독재 사회에서 자주 나타나며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표현이 순화되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충분히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현실을 실제의 삶보다 더욱 폭넓게 수용하는 라틴아메리카에게 현실이란 개인 심리적 •사회적 •수평적 •역사적 •외면적 측면뿐만 아니라 집단 심리적 •민화적 •미신적 •환상적 •추상적 •수직적• 탈시간적• 내면적 측면까지 포함한다. 바꾸어 말하면, 죽음의 세계는 삶의 세계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고, 부재와 현존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동시적 속성이며, 환상과 실제 사이에는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현실은 불가시적 세계로 둘러싸인 포괄적인 전체를 뜻하기 때문에, 소설 속의 수많은 에피소드가 일상적인 것을 환상적으로, 환상적인 것을 일상적으로 구사하는 문체와 서사적 관점을 교묘하게 융합시키고 있다. <밀크 오브 소로우-슬픈 모유>에 초자연적인 현상은 일어나지 않지만, 등장인물들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의사나 현대문명이 인정하지 않는 전통과 신비로운 것들에 대한 믿음이다.
2. 남미 영화
열정, 신비, 음악, 춤, 역사, 고대문명, 정치사회적 혼란, 영웅과 민중. 낯설고 멀게 느껴지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대륙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와 영화는 세계 영화 지형도의 어느 곳과도 닮지 않은 독특함과 생동감으로 관객들을 매혹하고 있다.
체 게바라의 위대한 여정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를 비롯, 최고의 라틴 재즈 다큐멘터리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역작 <바벨>, 신이 버린 도시의 충격적 실화를 그린 브라질 영화 <시티 오브 갓>, 조니 뎁과 하비에르 바르뎀의 명연기를 만날 수 있는 <비포 나잇 폴스>, 베르너 헤어조그의 전설적인 걸작 <아귀레, 신의 분노>, 아르헨티나 감독 에두아르도 미뇨냐가 그려낸 애틋한 자매의 이야기 <작별> 등,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받은 남미 영화의 유산은 그 풍성함이 돋보인다.
또한 최근 남미 영화는 새로운 조명을 받으며 세계 영화계의 중심부로 접근하고 있다. 2008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황금곰상을 브라질 영화 ‘엘리트 스쿼드’(조제 파딜라 감독)가 받은데 이어 2009년 페루 영화인 <밀크 오브 소로우-슬픈 모유>가 차지함에 따라 베를린의 남미 강세가 계속된 것이 그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이다. 아카데미도 예외는 아니어서, 2010년 82회 아카데미는 아르헨티나 영화인 <엘 시크레토-비밀의 눈동자>가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의 영예를 안았다.
<밀크 오브 소로우-슬픈 모유>는 관객에게 기존의 남미영화의 매력에 더한 섬세한 연출과 몽환적 영상미, 그리고 음악적 아름다움으로 남미 영화, 페루 영화의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 소개 ABOUT MOVIE 4
이야기보다 먼저 음악이 있었다 –
외침으로서의 노래, 은유로서의 음악
“많은 페루인들은 이 영화가 뮤지컬 영화라고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이 영화에서 음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건 사실입니다. 음악이란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입니다. 케추아어로 된 이 영화의 노래들은, 소멸하기를 거부하는 이 문화의 외침과도 같습니다”
- 클라우디아 요사 감독 인터뷰 중에서-
이 영화의 중심에는 파우스타가 있다. 그리고 그녀의 세계, 그 외롭고 동떨어진 세계를 음악이 채우고 있다. 그녀가 지어 부르는 노래, 민속음악, 그리고 음악감독이 작곡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들이 다양한 층을 이루며 이 영화의 음악적 풍경을 구성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장면은 파우스타가 지어서 부른 ‘인어의 노래’를 들은 저명한 음악가인 아이다가 그대로 표절하여 자기 연주회에서 발표하여 박수갈채를 받는 부분이다. 이 노래는 요사 감독이 가사를 쓰고 음악감독인 셀마 무탈이 만든 멜로디라인으로 마갈리 솔리에르가 아카펠라 버전을 만들었으며, 그 이후 무탈이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것이다. 요사 감독은 영화의 스토리에 맞춰 노래 가사를 쓰면서, 이 목소리에 음악적, 혹은 선율적 센세이션을 덧입히고자 했다. 그녀는 그것을 일종의 ‘대화로 이루어지는 오페레타’라고 말한다. ‘인어의 노래’는 강렬한 곡이어야 했다. 고통으로 상처입은 소녀의 내면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저명한 작곡가가 표절하고자 할 만큼 아름다운 곡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구슬픈 기타소리의 애상적이고 치유적인 멜로디
또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음악적 기억은 바로 듣는 사람에게 최면을 거는 듯한 몽환적이고 애상적인 기타 음률일 것이다. 이 기타 소리는 영화가 끝나도 오랫동안 관객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클라우디아 요사 감독의 2006년 작 <마데이누사>에서 이미 함께 작업한 바 있는 프랑스 출신의 여류 작곡가 셀마 무탈이 만든 이 곡은,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마누 블랑의 섬세한 기타연주를 통해 명상적이면서도 감각적인 화면과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셀마 무탈과 작업했던 이전작 <마데이누사>에서 테마 위주의 접근을 했던 요사 감독은 <밀크 오브 소로우-슬픈 모유>의 음악을 의뢰하면서는 ‘테마’보다 ‘사운드’를 먼저 고민해달라는 부탁을 무탈 음악감독에게 전했다고 한다. 작곡가로서 무탈은 그러한 감독의 요청이 매우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한다. 인물을 위한 소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작곡자가 그 인물을 진정으로 내면으로부터 포착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미니멀하면서도 극의 섬세함을 가장 잘 살려 줄 악기로서 음악 감독 셀마 무탈이 선택한 사운드는 단 두 가지, 기타와 피아노뿐이다. 그 중에서도 기타는 극의 초반부터 이 영화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애상적인 분위기에 걸맞게 마치 천천히 걷는 듯한 느낌의 주법을 시종일관 유지하며 멜로디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데, 특히 사촌의 결혼식 후 피아니스트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흐르는 ‘파우스타의 테마(Fausta corre / Fausta final)’’는 그 개별적인 멜로디들이 마침내 하나의 결론에 이른 듯이 대단원의 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곡이다. 무탈 감독은 이 영화의 음악을 통해, 흘러가는 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조금씩 흐르는 시간에 따라 조금씩 전개되는 이야기, 마지막에 다가올 거대한 하나의 문장을 향해 작은 문장들이 계속 이어지는 듯한 이미지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요사 감독은 특히 이 작품에서 음악은 ‘열쇠’와도 같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관객들이 선뜻 파우스타에게 공감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파우스타는 현대 의학이 인정하지 않는 병을 앓고 있다고 확신하며 자기를 지키기 위해 몸 속에 감자를 넣어둔 인물이다. 그녀는 표현하기 힘든 지속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무탈 감독은 에고 (ego)가 배제된 미니멀한 음악들을 통해 관객과 파우스타에게 공감의 연결고리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준다.
요사 감독은 작품의 음악을 의뢰할 때 어떤 작곡가 풍, 어떤 곡 풍으로 해 달라고 주문하는 대신 은유적인 이미지를 준다고 한다. 전작 <마데이누사>에서는 ‘물방울’의 이미지였고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할 악기로 무탈 감독이 고른 악기는 하프였다. <밀크 오브 소로우-슬픈 모유>에서 요사 감독이 주문한 이미지는 ‘말(馬)’의 이미지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이 영화 특유의 천천히 걷는 듯한 기타의 사운드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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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미영화와 음악 :
남미영화만큼 풍부하고 축복받은 음악적 전통을 보유한 지역은 세계에도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다. 쿠바 음악으로 전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던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필두로, 독특한 민속음악을 보존하여 ‘탱고’라는 그들만의 음악을 자양분으로 성장한 아르헨티나의 음악은 영화뿐 아니라 이 나라의 문화 전반을 관통하고 범세계적인 영향력을 획득하기에 이른다.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은 우리 시대 문화의 전반에서 들을 수 있는 고정 레퍼토리가 되었으며, 카를로스 사우라 (<탱고>), 왕가위 (<춘광사설>)를 비롯한 수많은 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남미 최고 규모의 음악시장(세계 11위)을 가진 보사노바와 삼바의 나라 브라질의 정열적인 음악 또한 <흑인 오르페>로부터 <비니시우스> 등으로 이어지는 풍부한 계보를 자랑한다.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빈민가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주고 가족과 지역사회까지 변하게 한 기적의 음악학교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지난 14일 막을 올린 제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는 남미를 대표하는 저항 가수 메르데세스 소사의 일대기를 그린 ‘메르세데스 소사:남미의 목소리’(감독 로드리고 빌라)가 초대되어 이미 매진사례를 빚고 있기도 하다.
<밀크 오브 소로우-슬픈 모유>의 배경이 되고 있는 페루는 볼리비아와 함께 안데스의 본령이라 할 수 있다. 안데스 음악은 바람의 서정미를 담고 있는 음악이다. 악기들을 봐도 바람을 이용하는 악기들이 주를 이룬다. 안데스 음악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데 큰 역할을 한 노래는 'El Condor Pasa'이다. 안데스 음악의 섬세하고 고운 원형을 담은 이 곡은 사이먼 & 가펑클의 노래로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바 있는데, 고대 잉카제국의 멸망을 애달파 하듯 듣는 이의 가슴을 잔잔하게 물들인다. <밀크 오브 소로우-슬픈 모유>에서 파우스타와 그 엄마가 들려주는 구슬프고 섬세한 노래들은 이러한 안데스 음악의 섬세함과 애상으로 관객의 마음을 적실 것이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