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와 조지아 내 자치공화국인 아브하지아의 경계를 나누는 강에 작은 섬이 떠 있다. 이곳에서 늙은 농부는 십대 손녀딸과 함께 한철 옥수수 경작을 준비한다. 어느 날 부상당한 군인이 섬으로 떠내려오고 농부가 그를 숨겨주면서 섬은 성적이고 정치적인 충동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하늘, 강, 섬, 안개가 어우러진 싱그럽고도 장엄한 풍경과 그 속에서 들려오는 물, 바람, 새 소리가 새삼 대자연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영화. 시작한지 20분쯤 되어 첫 대사가 발화되기까지 우리는 그저 노인이 섬에 도달한 후 나무 기둥을 세우고 물고기를 잡는 등 뭔가 정착하려는 모습과 마주한다. 침묵 속 인간의 맨손 노동을 보노라면 옛날 신석기 시대로 되돌아간 듯하다. 간간이 등장하는 위험한 접경의 군인들과 그들이 암시하는 인위적인 국경은 이런 자연의 풍경과 기묘한 부조화를 이룬다. 마지막 장면은 대자연의 변덕과 위력을 보여주며, 계절의 순환에 맞춰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인간사의 무상함을 일깨운다. 카를로비바리영화제 대상에 빛나는 뛰어난 작품이다.
(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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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