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헬머는 시골의 외진 농장에서 병든 아버지를 수발하고, 양이나 소를 돌보는 게 일상의 전부인 중년의 독신남이다. 제목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영화의 주제는 ‘절대적인 고독’이다. 느린 리듬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뚜렷한 사건을 보여주지 않는데, 심지어 신년의 달뜬 흥분조차 조용하게 처리된다. 아버지와의 동거는 끊임없이 죽음을 환기한다. 사무치는 고독, 자연과 육체, 죽는 것과 살아있는 것 사이에서 헬머의 속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감독 나누크 레오폴드는 인물의 감정과 상태를 섬세한 필치로 묘사한다. 미묘한 움직임과 제스처, 고적한 시골 농장을 감싼 공기를 잡아내는 이미지들은 시적 감흥으로 충만하다. 나직한 음악을 배음으로 깐 채 묻힐 곳을 생각하는 동시에 ‘배가 고프다’고 투정하는 아버지의 존재는 모순적인 인간의 얼굴을 보여준다. 인생의 불가피한 요소로서의 고통과 고독을 무연히 수용하는 성숙한 시각을 보여주는 <모든 것이 적막한>은 촬영 직후 돌연 사망한 헬머 역의 배우 제로엔 윌렘스에게 헌정되었다. (장병원)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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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