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사랑이었던 남자로부터 잊혀지자 복수를 꿈꾸는 한 여자. 이제 바닷가에서 호텔을 경영하게 된 남자의 삶을 파멸시킬 계획을 세운다. 현실에 대한 오해가 악을 유발시키는 상황이 이어진다. 종이에 그려진 바다가 실제 풍경으로 바뀌면서 막을 여는 이 영화는 휴가철 해변가 호텔을 배경으로 주인장 부부와 천태만상의 투숙객들, 그리고 등대에서 이들을 관찰하는 ‘악의 세력’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원색조가 지배적인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비현실성이 전제하는 가능성들을 십분 활용하는 감독의 무한한 상상력이다. 영화 초반 불길한 전조였던 정체불명의 녹색 수액이 기묘한 음악을 타며 퍼져가는 동안 ‘악의 세력’의 공작 또한 치밀해지고 호텔은 아수라장이 된다. 리듬은 크레센도로 절정을 향해 달리며, 폭소 유발 장면들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윌로씨의 휴가>를 바탕에 깐 채 비현실적인 동화풍의 세트 속에서 영화사의 대가들을 인용하는 품세가 탁월한 포복절도 코미디다.
(이수원_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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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_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