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부모 밑에서 늘 먹을 것을 걱정하며 사는 소년 아푸의 이야기다. 아푸의 가난한 삶에도 훗날 아름다운 추억거리가 될 만한 일이 일어나지만 아푸는 제대로 된 성장기를 보낼 만큼 행복한 환경을 얻지 못했다. 아푸는 누나의 죽음을 계기로 세상의 잔인함과 죽음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하고 살던 곳을 떠나 갠지스 강변의 도시로 이주한다. <길의 노래>는 동시대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을 떠올리게 하는 주제와 스타일을 보여주지만 진정으로 꾸며지지 않은 화면을 보는 것 같은 이 영화의 힘은 새로운 리얼리즘의 출현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길의 노래>는 레이가 이후에 줄곧 보여주게 될 장중한 인간기록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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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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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가 서구에서 일본영화를 대표했듯이 사티야지트 레이는 인도영화의 상징이었다. 레이의 첫 장편 <길의 노래>가 칸영화제에서 최우수 인간 다큐상을 받았을 때 세상은 동양에서 온 명상적이며 동시에 사회비판적인 이 색다른 영화의 깊이에 감탄했다. <길의 노래>는 네오리얼리즘 영화와 장 르누아르와 존 포드를 존경했던 레이의 영화적 취향을 반영하는, 고전적이면서 사실적인 형식의 깊이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서구영화의 짜여진 스타일과는 달리 끊임없이 화면을 열어놓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호흡으로 깊은 인상을 줬다. <길의 노래>에 이어 레이가 연출한 <불굴의 사람> <아푸의 세계>는 주인공 아푸가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아푸 3부작"으로 불렸으며 인도영화의 제작방식에 큰 영향을 끼쳤다. 표면적으로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의 감정을 파고들어가는 듯한, 레이의 영화형식에는 관찰자와 시인의 눈이 함께 깃들어 있는 듯한 힘이 있었다.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