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가리발디 장군 동상의 내레이션으로 문을 연다. 로마시 곳곳에 있는 동상들의 코멘트하에 황새와 교감하는 소년, 유령과 대화하는 아버지, 놀고먹으며 슈퍼에서 도둑질하는 집주인, 가난한 예술가 등 로마인들의 천태만상이 펼쳐진다. 이탈리아 작가 실비오 솔디니의 열네 번째 장편은 상상력 넘치는 코미디다. 영화 초반 이탈리아 대 통일을 이룬 가리발디가 굽어보는 로마인들의 삶은 한심하고 염려스럽기까지 한 것으로 제시된다. 시인 자코모 레오파르디,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자랑스러운 이탈리아인들이 보기에 현대 이탈리아는 위태롭기 그지없다. 다행히(?)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이런 세상사에 찌든 범인들과는 좀 거리가 있다. 동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우리의 인물들은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 있긴 하나 소중한 그 무엇을 잃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황새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는 마지막 부분은 감독의 따뜻한 시선으로 빛난다. (2012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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