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빠져버리고 싶다..
# 외과의사인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며 도시를 떠돈다. 유일하게 위안삼던 여자도 떠나고 혼미한 어둠 속을 헤매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온기와 희망을 빨아들이는 구멍 속으로 점점 더 깊이 가라앉을 뿐이다. 구멍, 의식의 블랙홀이다. (구멍)은 93년 최인호의 소설 (허수아비)(99년 (구멍)으로 재출간)를 각색한 영화. 배창호 감독의 조감독으로 오랫동안 연출수업을 한 김국형 감독은 장르영화의 틀을 버리고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모험"을 했다. 불안과 광기가 지배하는 음울한 일상 속에서 자신을 떠난 여자가 보내온 녹음테이프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영화는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없이 "나"의 목적없는 방황을 거듭 보여주고 고독과 허무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관객들에게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었다.포인트: "나"의 불안과 공포에서 오늘, 우리의 음울한 모습을 발견한다. / 씨네21 229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