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24시>는 제목 그대로 타이페이의 24시간을 8편의 단편으로 담아낸 옴니버스 영화다. 오전 6시 학교 가던 아이들은 나뭇가지에 걸려 꼼짝 못하는 고양이를 발견하고, 9시 한 소녀는 짧은 가출을 감행하고, 12시 점심시간을 틈타 두 이성친구는 러브호텔로 향하고, 오후 3시 보스의 여자를 감시하던 갱 조직원은 도리어 여자의 인질이 되고, 해질 무렵 아버지는 문제아 딸과 언덕에 앉아 담배를 나눠 피고, 저녁 8시 피곤에 쩔은 직장인이 별나라에서 튀어나온 듯한 꼬마에게 쫓기고, 자정 넘어 버스기사는 거리를 헤매던 딸을 자신의 막차에 태우고, 새벽 4시 커피숍에서는 작고한 무용수의 두 친구가 그녀를 회상한다. 대만의 신예 감독들이 모여 다채롭게 그려낸 대도시 타이페이의 인상은 우습고 가슴 떨리고 뭉클하고 쓸쓸하다. 특히 마지막 단편, 리캉셍이 연출하고 차이 밍량이 출연한 <회상>이 인상적이다. 차이 밍량은 여기서 3년 전 세상을 떠난 무용가 루오 만-페이를 떠올리며 눈물짓고 춤을 춘다. <구멍>(1996)의 안무로 인연을 맺은 세 사람은 오랜 친구였다. 그러니 여기서 흘린 차이 밍량의 눈물은 연기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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