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30일 밤, 대형마트 홈에버에서 일하던 500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은 상암 월드컵 홈에버 매장 계산대를 점거했다. 2007년 7월1일은 기간제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시행되는 첫날이었다. 이 법안을 회피하기 위한 사측의 무자비한 계약해지와 비인간적인 차별에 대한 그녀들의 분노. 하지만 예정된 1박2일의 매장점거는 510일간의 긴 파업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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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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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집을 오가며 직장 노동과 가사 노동을 하던 그녀들은 왜 생애 처음으로 외박을 하게 되었을까? 그 예사롭지 않은 외박이 그녀들에게 남긴 의미는 무엇일까? <외박>은 2007년 한국사회에서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홈에버 노조 파업 투쟁의 기록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안 시행을 하루 앞둔 2007년 6월 30일. 이 법안을 회피하기 위한 사측의 집단 계약 해지에 저항하여 500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이 홈에버 상암 월드컵점 매장을 점거한다. 다큐멘터리는 정확히 그날 밤 매장 계산대 사이사이 그리고 그 뒤로 누워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을 길게, 천천히 포착하며 시작한다.more
<외박>은 무려 510일이나 지속된 지난했던 투쟁의 과정을 담고 있다. 사회적으로나 본인 스스로에 의해서나, 가사를 돕기 위해 일을 하는 ‘아줌마’로 정체화 되던 그녀들은 그 투쟁의 과정을 통해서 자신들을 노동자로 주체화하고 현장에서 뜨거운 동지애를 공유한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는 또한 그 투쟁의 표면 아래에서, 투쟁 사이사이에서 벌어지는 것들, 그러니까 TV 뉴스가 보여주지 않는 순간순간을 주의 깊게 포착한다. 그녀들은 생애 처음으로 외박을 하고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고 유행가를 개사하고 동작을 익히고 흐드러진 춤도 춘다.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서 감독은 그녀들이 투쟁의 공간을 자신들의 틀에 박힌 삶과 일상에서 벗어나는 탈주의 공간으로 전화시켰음을 드러내 보여준다.
처음 점거농성을 시작할 때 노동자들이 순수하게 예측한 바와는 달리, 장기 외박으로 이어진 외롭고 고통스런 투쟁의 여정을 통해서 <외박>은 진보진영과 노동운동계 내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남근중심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영화의 중간, 일하는 내내 서서 웃음으로 ‘고객’을 맞이하던 매장에 엉덩이와 등을 붙인 채, 강제해산을 위해 투입된 경찰들에게 온 힘을 다해 저항하다 끝내는 끌려 나가는 여성노동자들의 생생한 표정과 목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뭉클한 감동을 전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