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19살 팸은 여덟 살 난 동생 티모시,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고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 사우라와 함께 살고 있다. 사우라는 사라진 젊음과 사랑에 대한 상실감을 어린 남자 친구 웬델에게 집착하면서 회피하려고 하지만, 그 고통을 잊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팸의 유일한 친구인 스콧은 미국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 입양된 한국인 입양아. 게이인 그는 부모에게 커밍아웃하지만 보수적인 기독교인인 부모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스콧에게 의존하던 팸은 그가 자신의 사랑에 집중하는 동안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팸의 가족들이 아슬아슬하게 일상을 유지해 가던 어느 날 웬델이 팸에게 접근하면서 그 유리알 같았던 평화는 산산조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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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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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의 삶>은 AFI를 졸업한 아시아계 미국인 제니퍼 팡의 첫 번째 장편영화다. 영화는 전지구적 차원에서 홀연히 출몰하는 폭력적 사건들과 이유가 불분명한 이상 자연 현상들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러한 기운은 안온하게 보이는 캘리포니아 근교 마을과 그 속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휘감고 있는데, <반쪽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떠맡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대기의 아우라 그 자체다. 제니퍼 팡은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각기 심리적으로 상실감과 불안함을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포, 연민, 갈망, 도피욕구 등을 섬세하게 배려된 시각적 뉘앙스를 통해 전달한다. 매혹적인 색감과 화면구도, 주인공들의 불안과 소망의 판타지를 구현하는 애니메이션과 컴퓨터그래픽의 대담한 사용, 배경을 통한 인물화 등은 근래에 보기 힘들었던 진정한 젊은 재능의 출현을 눈으로 확인하게 한다.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