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먼저 찾아온 이별
사랑을 알기도 전에 이별이 찾아왔습니다…아빠와의 행복한 데이트를 보낸 진희는 내일이면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날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다음 날 아침, 아빠는 진희를 보육원에 맡긴 채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라는 말만 남기고 떠난다.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진희는 말도 안하고 밥도 먹지 않고 보육원을 벗어나려 저항도 해보지만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진희는 조금씩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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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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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밀양>의 이창동 감독, <여행자>의 프로듀서로 나서다!more
“어떤 이야기는 만들어지지만, 어떤 이야기는 운명처럼 태어난다.
<여행자>의 시나리오를 처음 보았을 때, 우리 모두의 운명 같은 이야기라 생각했다”
- 이창동 감독
<오아시스>, <밀양> 등 만드는 영화마다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는 동시에 관객과의 대중적 소통에도 성공한 이창동 감독이 <여행자>의 시나리오에 반해 직접 제작자로 참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밀양>의 프랑스 개봉 당시 우연한 기회에 이창동 감독을 알게 된 우니 르콩트 감독은 <여행자>의 초고 시나리오를 이창동 감독에게 건넸다. 이창동 감독은 시나리오를 읽고 우니 르콩트 감독에게 “아주 단순하지만, 인생에 대해 매우 많은 것을 담고 있다”며, 직접 제작자로 이 영화에 참여하기를 결정했다. 어린 시절 프랑스로 건너가 줄곧 그곳에서 자란 우니 르콩트 감독의 기억 저편에 희미해진 이야기들은 제작자 만이 아니라 공동각본가로도 함께 참여한 이창동 감독과 만나면서 작은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극적 긴장감이 넘치는 특별한 영화로 재탄생 했다.
<여행자>의 탄탄한 시나리오, 천만 국민 배우의 마음을 사로잡다!
<해운대>의 설경구, <괴물>의 고아성 출연!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매료되었다.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큰 욕심이 났다.
이전까지의 연기에서 더 넓은 세계를 만난 듯, 나의 연기경력에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 배우 고아성
<실미도>와 <해운대>로 천만 기록을 두 번이나 달성하며 국민 배우로 입지를 굳힌 설경구, <괴물>로 데뷔와 동시에 천만 배우로 우뚝 선 국민동생 고아성, 그리고 한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 문성근이 탄탄한 시나리오에 반해 <여행자>에 출연을 결심, 감초 같은 연기로 극에 맛깔스러움을 더한다.
특히 설경구와 문성근은 적은 출연 분량에도 까메오가 아닌 ‘출연’으로 영화에 합류, 열 살의 어린 배우 김새론과 호흡을 맞추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케 했다. 한정된 프레임 내에서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몸으로 절제된 연기를 선보여야 했던 설경구는 <여행자>에서 주인공 진희의 얼굴 위에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의 근원으로 극을 끌어가는 전반적인 정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설경구와 함께 문성근 역시 진희의 애절함을 돋보이게 하는 조력자로 김새론과 최상의 연기호흡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또한 고아성은 몸이 불편하지만 첫사랑으로 고민하는 17세 소녀의 감성을 디테일하게 표현해내며, ‘괴물’에게 잡혀갔던 어린 동생이 아닌 한국영화계를 이끌어 갈 성인 연기자로 관객과 평단의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여행자> 열풍 중!
2009년 칸느와 토론토에 이어 부산과 도쿄, 베를린까지!
“거의 모든 장면에서 감정적으로나 미학적으로 흡입력 있는 작품” _ Variety
“우니 르콩트 감독의 호소력 짙은, 인상적인 데뷔작” _ Screen International
“진정한 감동을 선사하는 탁월한 영화” _ Toront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09년 5월, 칸느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특별상영으로 전세계에 처음 공개된 <여행자>는 관객들과 평단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후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섹션, 도쿄국제영화제 윈즈 오브 아시아 섹션에 연이어 초청되며 <여행자>에 대한 세계 무대의 끝없는 호평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국내에서 진행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여행자>는 두 번의 상영 모두 매진을 기록했으며, 상영 이후 진행된 Q&A 시간에는 대부분의 관객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1시간이 넘도록 GV에 참여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여행자>는 내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역시 공식 초청되며, <똥파리>에 이어 특별하고 인상적인 작품성을 선보이는 대한민국 대표 영화로 세계 무대를 뒤흔들 최고의 작품임을 다시 한번 입증해 보이고 있다.
당신의 첫 이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아홉 살 소녀의 첫 이별 이야기를 담은 감성 드라마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어린 시절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던 인형을 잃어버린 적이 있을 것이고, 부모님과 외출해 그만 손을 놓쳐 길을 잃은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다른 이들보다 조금 빨리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내게 되는 경험을 한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첫 이별의 경험은 이후에 겪게 되는 어떤 헤어짐보다도 가장 아픈 시간으로 기억된다. 마음에 남아 쉬이 지워지지 않는 첫 이별의 아픔은 앞으로 남겨진 오랜 세월 동안 마음 속 깊고 단단한 굳은 살로, 그리고 성숙한 영혼에의 충전의 시간이 되어 우리를 한층 자라게 한다.
<여행자>는 그런 이별의 감성을 아홉 살 소녀의 시선을 통해서 이야기 한다. 여행을 가자며 아빠가 사준 새 옷, 새 구두, 그리고 커다란 케이크는 진희에게 평생의 가장 특별한 선물이 되어버렸다.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은 아홉 살 소녀에게 참으로 믿기 힘든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진희 역시 아빠가 없는 낯선 세계에 적응해가며 이별 혹은 마음의 상처와 마주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아빠를 떠나 잠시나마 의지가 되었던 친구들 역시 하나 둘씩 보육원을 떠나면서 이별의 시간은 또다시 찾아오고, 진희는 매번 다른 방식의 이별들과 만남들을 알아가며 흐르는 시간 속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방법들을 깨우치게 된다.
아빠와 헤어지게 된 뒤 웃음을 잃었던 진희는 영화의 말미, 보육원을 떠나기 직전에 다시 한번 활짝 핀 강렬한 웃음을 보여준다. 진희가 되찾은 웃음은 아빠와의 영원한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내일을 향한 스스로의 다짐을 보여주는 웃음이기에 더욱 애잔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낯선 땅에 첫 발을 내딛는 진희의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눈망울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을 위로하며 더욱 당당하게, 그리고 더욱 당돌하게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걸어가길 희망하게 된다.
<여행자>는 아홉 살 소녀의 첫 이별 이야기를 통해 사랑하는 것을 잃는다는 것에 대한 보편적인 슬픔,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새롭게 배우는 삶의 관계와 감정들을 세밀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같지만 매번 다르게 다가오는 이별의 감정 속에서 ‘헤어짐과 새로운 만남’의 반복이라는 우리네 인생을 은유하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섬세한 부드러움 속에 숨겨진 강단 있는 연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구성
<여행자>는 우니 르콩트 감독이 아홉 살이었을 때,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되기 전 가톨릭 수녀들이 운영하는 서울의 성 바오로 고아원에서 보낸 1975년에서 1976년까지 한 해 동안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한 우니 르콩트 감독은 본인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여행자>의 전반적인 구성을 세운 뒤, 극적 긴장감을 유도하는 장치나 구체적 상황을 살로 덧붙였다. 예를 들어 의사와 면담 시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실제 감독의 경험에서 바탕이 되었지만, 도형 안에 색을 칠한다거나 자신이 보육원에 온 이유를 설명하는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만들어진 픽션인 것이다. 이렇듯 기본 토대를 이루는 생생하고 탄탄한 틀 덕분에 영화는 더욱 섬세한 구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한편의 좋은 문학작품을 읽은 듯한 느낌과 여운을 주는 <여행자>는 이별 앞에 있는 아홉 살 소녀의 아픈 감정을 예민한 듯하면서도 부드럽고 강단 있어 보이는 ‘진희’라는 캐릭터를 통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빠와 함께 할 때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모습으로 웃을 수 있었지만,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진희는 보육원 탈출을 시도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진희가 돌아갈 곳은 자신이 버려진 곳인 보육원 밖에 없다. 절망적인 상황을 깨달을 때마다 진희는 선물로 온 인형을 갈기갈기 찢기도 하고, 급기야 자신이 철저히 버려졌음에 대한 사형선고라도 하듯 땅에 스스로를 파 묻기도 하는 등 무례하고 거친 행동들을 통해 절망과 분노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감독의 섬세한 스토리 구성은 진희를 비롯한 각 캐릭터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몸이 불편해 입양되지 못하고 성숙한 나이가 되도록 보육원에 남겨진 아이, 좋은 곳에 입양되기 위해 다른 아이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아이, 부모가 자신을 데리러 올 거라 굳게 믿으며 아무데도 가지 않으려 하는 아이, 그리고 보육원에서 엄마처럼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 등 생동감이 넘치는 캐릭터는 감독이 보육원에 있던 짧은 시절 동안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 속 파편들로 더욱 구체적으로 체계화 되었다. 그리고 캐릭터마다 각각의 색깔 있는 사연들을 입히며 더욱 풍성한 이야기와 감정들을 만들어 냈다.
<여행자>는 아이마다 지닌 각기 다른 형태의 이별과 슬픔, 그리고 사랑의 결을 통해 ‘각자가 안고 있는 상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아닌 “슬픔 앞에서 어떻게 생을 계속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칸느도 반한 차세대 신인배우의 탄생!
‘진희’ 역의 김새론, 수줍음부터 무례함까지 팔색조의 매력을 선보인다!
신인 배우 김새론은 첫 데뷔작 <여행자>로 평단과 관객들의 놀라운 주목을 받고 있다. 오디션 때부터 남다른 면모를 보였던 김새론은 <여행자>로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여배우의 탄생을 알렸다. 김새론은 <여행자> 촬영이 시작된 후에도 부모와 갑작스레 이별을 경험하게 되는 ‘진희’의 감성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제작진의 기대에 200% 부응했다.
우니 르콩트 감독과 분위기와 눈매가 쏙 닮은 김새론은 ‘감독님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촬영 당시 진희의 상황에 따라 그 감정에 완벽하게 이입하며 놀라운 재능을 보였다. 특히 영화의 초반과 말미,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를 직접 부른 김새론은 진희의 감정에 따라 아빠와 함께한 외식 자리에서는 사랑 고백이라도 하듯 수줍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애정이 듬뿍 담긴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자신이 보육원을 떠나기 전, 더 이상 아빠를 만날 수 없음을 알고 있는 진희는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듯 이별에 대한 아픔을 눈물 머금은 구슬픈 노랫자락으로 들려준다. 이 컷들만으로도 미세한 감정 변화를 완벽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한국영화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뉴페이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질적으로 영화의 80% 이상을 혼자서 이끌어가는 <여행자>의 히로인 김새론은 지난 5월 최연소의 나이로 칸느국제영화제에 진출,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당당하게 해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수줍음부터 무례함을 거쳐 분노까지 주인공 진희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라는 극찬을 하기도 했다. <여행자>를 먼저 만난 국내의 관객들 역시 김새론을 “한국의 ‘다코타 패닝’이다”,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를 이을 세계적 스타의 발굴”이라는 등 도저히 10살의 어린 소녀가 보여주는 연기임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고 풍부한 표정 연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불 영화 공동제작 협정 체결 이후 최초의 합작영화
제작비 10억 원, 한국에서 올 로케이션 진행
그간 한국-프랑스의 합작영화는 간간이 있어왔지만, <여행자>는 한-불 영화 공동제작 협정 체결 이후 최초의 합작영화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한국의 자본과 프랑스의 자본이 더해져 만들어진 <여행자>는 프랑스인 감독과 한국인 스탭 및 배우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후반 작업 역시 한국, 프랑스 양국의 기술이 합쳐져 국내 최초의 정식 합작영화가 탄생하게 되었다.
총 제작비 10억 원으로 제작된 <여행자>는 감독의 의도에 따라 촬영만큼은 한국에서 올 로케이션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감독은 <여행자> 시나리오 작업 단계부터 촬영지는 한국으로 생각했다. 프랑스 현지 배우와 함께 작업을 할 수도 있었지만, 한국을 떠나기 직전까지의 이별 감성을 담고자 했던 감독은 배우들이 조금이라도 외국의 문화를 알고 있다거나 접해본 경험이 있다면, 자신이 전혀 모르는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부모와의 헤어짐이라는 정서 속에 녹아있는 특유의 한국적인 감성을 완벽하게 담아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영화의 배경에 따라 촬영이 2008년 겨울부터 2009년 봄까지 진행된 <여행자>는 경기도 가평에 영화의 주배경이 되는 보육원 세트를 지었다. 이 역시 70년대의 감성을 살리기 위해 감독이 도시 아이들보다는 보다 순박하고, 세상의 이치에 덜 밝은 시골 아이들의 출연을 원했기 때문이다. <여행자>의 시대배경이 1970년대인 만큼 보육원 아이들로 등장할 배우들과 함께 세트 역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제작진은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청평성당 별관에서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를 찾아내었고, 그곳에 세트장을 지었다.
성당의 별관이 되기 전 한약방으로 쓰였다는 50년 된 건물은 어린 ‘여행자’들이 사용하기 위한 시설로 거듭나기 위해 증축과 개축이 반복되면서 영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공간인, 가톨릭 수녀들이 운영하는 보육원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보육원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담들을 허물고, 정문 역시 형태만 남은 채 보육원장의 별채 사무실로 통하는 입구로 변신했다. 그리고 마당의 더 앞쪽에 보육원의 새로운 정문과 담이 세워졌으며, ‘성 바오로의 집’이라는 낡은 나무 간판이 붙으면서 보육원 건물은 완성되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비워져 있던 공간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온기의 흔적을 만들기 위해 제작진은 앙상한 나무들을 구해서 한나절이 넘도록 언 땅에 맨손으로 나무를 심어야 했으며, 건물에는 담쟁이 덩굴을 연결해 지붕과 외벽을 덧댔다. 이렇게 <여행자> 속 ‘성 바오로의 집’이 탄생되었다. (‘성 바오로의 집’이라는 시설의 이름 역시 감독이 1975년부터 1976년까지 가톨릭 수녀들이 운영하는 서울 성 바오로 고아원에 기원한 것이다.)
이창동 감독, 제작만이 아니라 공동 각본가로 참여!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 등 70년대 정서 불어 넣으며 영화에 활기를 더해!
우니 르콩트 감독은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여행자>의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한다. 이보다 훨씬 전에 아빠를 잃어버린 어린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던 감독은 어느 날 책장 깊숙이 잊고 지냈던 이 짧은 이야기를 보게 되었고, 그 속에 자신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자>의 시나리오는 2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 작업에 이창동 감독이 합류하면서 <여행자>는 더욱 풍성한 결을 가진 이별 이야기로 거듭나게 되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여행자>의 시나리오는 당시의 시대감성을 재현하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니 르콩트 감독은 어린 시절 프랑스로 건너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을 잊고 지냈던 것. 게다가 이미 서구의 문화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우니 르콩트 감독이 한국의 정서를 완벽하게 재현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에 함께 각본가로 참여한 이창동 감독과 이정화 각색가는 당대 최고 히트곡이었던 가수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의 삽입을 제안하며 노래가사의 의미를 우니 르콩트 감독에게 전달했다. 노랫말이 진희의 감정과 꼭 닮아있음을 느낀 감독은 제안을 흔쾌히 수락, 영화 내 진희의 대표곡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배경이 70년대 중순부터인 만큼 보육원 아이들은 모두 귀밑 일자 단발머리를 하게 되었다. 뒤늦게 보육원에 들어오게 된 진희 역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보모 아줌마에게 짧은 단발을 당하고 여느 아이들과 같은 헤어스타일이 되었다. 머리 길이 하나부터 노래 선곡까지 우니 르콩트 감독의 희미한 기억의 빈 곳은 한국 스탭들이 꼼꼼하게 채워주는 공동 작업을 통해 사소한 소품 하나하나까지 점점 70년대라는 시간 속으로 완벽하게 재배치되며 영화에 풍성한 감성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 누구보다 시대와 사람들을 이야기 하는데 타고난 재주를 보여주었던 이창동 감독이 있었다.
<여행자>라는 한국 제목 역시 이창동 감독이 손수 지었다. 프랑스어 원제로 ‘아주 새로운 삶’을 뜻하는 Une Vie Toute Neuve, 영어로는 A Brand New Life인 영화의 제목은 한국인 정서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것. 이에 이창동 감독은 “한 아이가 외국에 가기 전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진희는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내면의 여행을 하는 것이다.”라며 ‘여행자’라는 제목을 제안했고, 감독과 스탭들 역시 이에 동의해 국내 개봉 제목은 <여행자>로 결정되었다.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으로 발탁!
<여행자>의 히로인, 진희 역의 김새론부터 고아성까지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
주인공 진희 역의 김새론부터 아역 배우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예신 역의 고아성까지 진희 아버지와 보육원 원장, 그리고 수녀들과 보모 이렇게 몇몇 성인 연기자를 제외하고 모든 배역은 오디션을 통해 발탁되었다.
아역 중에서도 다소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한 성수 역의 문학진과 예신 역의 고아성 역시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 확정되었다. 예신 역의 고아성의 경우 이미 <괴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매우 유명한 스타였기에 저예산 영화였던 <여행자>의 제작진에게 다소 부담스러움이 있었으나, 고아성은 출연 제안에 당당히 오디션을 거쳐, 예신 역을 확정지으며 이후 촬영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연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뮤지컬 계의 유망주 박도연은 ‘숙희’ 특유의 발랄함과 긍정적인 성격이 본인과 쏙 빼닮아 큰 무리 없이 배역을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극을 이끌어갈 ‘진희’역을 맡을 아역배우였다. 1000: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던 주인공 캐스팅은 무려 5개월 간의 오디션 기간을 거쳐도 그에 딱 맞는 배우를 찾아내지 못한 채 제작진이 지쳐갈 무렵, <여행자>의 히로인 김새론이 나타났다. 매번 주어진 상황마다 깜짝 놀랄 만큼 높은 집중도와 몰입도를 보이며 본능적으로 연기를 해냈던 김새론은 월등한 실력으로 진희 역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새론 역의 오디션에 참가했던 아이들 중 뛰어났지만 아쉽게 탈락한 몇몇 아이들은 보육원 아이들 중 주요 역할로 <여행자>에 함께 하게 되었다.
나머지 보육원 아이들은 경기도 가평과 청평 일대의 어린이들을 현지에서 직접 섭외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과 나머지 배우들의 도움으로 이 아이들의 스크린 데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