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EU에 빠르게 편입되면서 신자유주의 체제가 확산되고 있지만 슬라바코프 감독은 불가리아가 이런 격류에 급하게 몸을 던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듯하다. 영화에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두 중년부부가 나온다. 화면에서는 황량한 벌판 너머의 서민 아 파트촌, 중간 지점에 설치되곤 하는 임시 놀이공원, 그리고 최고급 자재와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두 커플의 호화저택 등 이미 자본주의가 정착된 사회에서는 보기 힘든 이질적인 공간들이 부조화를 이루며 기묘한 풍경을 구성한다. 두 커플은 힌드미스 광고제품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며 자신들의 우월성을 과시하려 하지만 서로를 의식하면 의식할수록 생활양식과 패션까지 같아지면서 치명적인 결말에 도달한다. 영화에서 놀이공원의 회전그네와 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블랙코미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주변인물들은 악순환 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가리키는데, 그래도 살아남은 자들은 쓴웃음을 지을 망정 새 출발의 의지를 다진다. 1인2역을 담당한 두 주연배우와 천민자본주의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