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쥐 팥쥐>에 비해 앞서 제작된 작품이기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캐릭터와 움직임 등 여러 면에서 미흡한 수준이지만 고전을 형상화하는 데는 성공한 작품이다. 특히 판소리 중심의 사운드 구성은 고전의 분위기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콩쥐 팥쥐>에서 사용된 동물들의 코러스 등 여러 표현이 이미 이 작품에서 시도되었다.
고전을 형상화하는데 있어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는 장면이 전적으로 가상의 공간으로서, 마치 만화의 공백과 같이 설정된 경우에 그것을 전체 분위기와 색깔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형상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는 제비가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 왕을 만나는 장면이 그 예이다. 영화는 이 부분에서 흥부에게는 ‘금과 옥의 보물’을, 놀부에게는 ‘호랑이, 곰 등의 재앙’을 박에 담는 것으로 묘사하여 고전에서 느끼는 것 이상의 현장감을 제공,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빨이 빠진 듯 드문드문 전개되는 움직임의 연출은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강태웅 감독의 처녀작이며 한국 최초의 장편영화임을 고려할 때 결코 폄하할 수 없는 수준의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출처 : 부천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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