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일간의 간절한 약속, 8천km의 잔인한 엇갈림
131일 간절한 약속, 8천km 잔인한 엇갈림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7년, 북한 함경도 탄광마을의 세 가족 아버지 용수, 어머니 용화 그리고 열 한 살 아들 준이는 넉넉하지 못한 삶이지만 함께 있어 늘 행복하다. 어느 날, 엄마가 쓰러지고 폐결핵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간단한 감기약조차 구할 수 없는 북한의 형편에, 아버지 용수는 중국 행을 결심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 끝에 중국에 도착한 용수는 벌목장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으지만, 불법 현장이 발각되면서 모든 돈을 잃고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간단한 인터뷰만 해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아무것도 모른 채 용수는 인터뷰에 응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족과 완전히 헤어지는 길이 될 줄은 모른 채 …
한편 용수가 떠난 뒤, 2달여가 지나자 용화의 병세는 점점 더 악화되고, 마침내 용화는 세상을 떠난다. 이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열 한 살 준이, 무작정 아버지를 찾아 떠난다. 그리고, 한국에 도착한 용수는 브로커를 통해 준이의 행방을 알게 되고, 다시금 헤어졌던 준이와 용수의 불가능해 보였던 만남이 시도된다! 하지만, 아버지 용수와 아들 준이, 그들의 간절한 약속은 안타까운 엇갈림으로 이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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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국 비밀 로케이션! 한,중,몽골에 이은 8천km의 대장정more
기획, 제작 4년의 기간 동안 철저히 비밀리에 준비된 영화 <크로싱>은 작품의 특성상 비공개는 물론이고, 실제 탈북 경로를 담아내기 위해 중국, 몽골의 해외촬영이 필요했다. 우선, 영화 <크로싱>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위해 제작팀은 한국 영화 최초로 몽골의 고비사막으로 날아갔다. 고비 사막은 중국과 몽골에 걸친 아시아 최대사막으로 고도가 높고, 날씨 변화가 커 장비사용과 이동의 어려움이 많았고, 험난한 곳이었다. 어려운 촬영여건의 날들이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고비 사막과 초원, 현지마을의 풍경, 더불어‘울란바토르’국제공항의 촬영을 허가 받는 등, 이제껏 어떤 한국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케일과 영상미를 선사한다. 또한, 준이와 용수의 탈북 여정을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 중국의 ‘요녕성’부근에 있는 드넓은 옥수수 밭, 대규모 벌목장과 현지 기차 안 풍경 등을 담아내어 새로움을 더했다. 한국, 중국, 몽골을 오가며 총 8천km의 대장정을 펼친 <크로싱>. 고된 촬영을 견딘 제작진 덕분에, 관객들은 광활한 로케이션이 안겨주는 압도적인 영상미를 만끽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순박한 시골마을을 완벽하게 재현하다!
북한의 현재를 다룬 영화 <크로싱>에서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평양의 거리가 아닌, 북한의 보통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함경도의 시골 마을에 대한 재현이었다. 실제 북한 마을에서의 로케이션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므로, 제작진은 치밀한 사전 조사를 통해 북한의 마을을 몽골과 강원도로 옮겨 재현했다. 각종 자료와 영상물뿐만 아니라, 최근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을 재현해 나갔다. 강원도 영월 ‘마차리’에 제작된 ‘북한 마을’ 오픈세트에서는 북한시골마을의 대문, 창문, 외벽 등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한 미술 작업이 진행되었으며, 나무 울타리와 옥수수 밭을 만들고, 포장 길을 흙으로 교체하는 등, 영화 속 준이 가족의 행복했던 배경이 되는 준이집, 미선이집, 마을 동네길, 용수와 준이의 자전거길, 마을잔치와 개울가 장면 등이 촬영되었다.
또한, 몽골 사람들의 분위기와 생김새가 북한주민들과 묘하게 닮아 있어, 제작진은 상당부분 북한주민이 등장하는 장면을 몽골에서 촬영하기로 결정한다. 몽골의 ‘비이요’ 마을을 북한의 시골로 변화시켰고, 허허 벌판이던 몽골 ‘울란바토르’ 근교 공터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모든 미술, 소품 장비를 동원, 완벽하게 북한의 시골장터로 변모됐다. 덕분에, 영화 속 북한의 시골 장터장면, 용수가 중국으로 떠나기 전 TV를 팔아 식량을 구입하는 장면, 준이가 처음으로 꽃제비 아이들 틈에서 국수를 얻게 되는 장면 등이 리얼하게 담기게 되었다.
낯설지만, 정겨운 함경도 사투리
북한을 소재로 했던 대부분의 영화 속에 등장한 북한 말의 뉘앙스는 대부분 ‘평양’에서 쓰는 말이다. 그러나 영화<크로싱>은
현재 북한에서 가장 탈북자 수가 많고, 중국을 자주 오고 간다는 함경남, 북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리에게 북한말로 인식되어 있는 평양 말과는 또 다른 함경도 사투리는 배우들에겐 매우 까다로운 숙제였다. 미묘한 말의 차이를 알아가며, 사투리가 입에 달라붙도록 하기 위해 차인표, 신명철 두 배우는 촬영 전 뿐만 아니라 촬영 내내 두 명의 북한 말 선생님과 함께 지내며 모든 장면마다 억양과 톤 조절에 대한 조언을 받아 연기했다.
600:1의 경쟁률을 뚫은 ‘슛배우’신명철 탄생
영화 <크로싱>의 제작과정의 난관은 오직 ‘북한’만이 아니었다. 영화의 주인공 ‘준이’는 북한 아이들처럼 말라있는 외모를 가지면서도, 흡입력있는 연기를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5개월 동안 제작진은 영화, 드라마, CF 모델 등 모든 분야의 아이들을 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600여명의 아이들과 1대 1 면접 및 오디션 과정을 거쳤지만, 선택은 그 어느 누구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오디션이 계속 되던 어느 날, 김태균 감독은 유난히 지워지지 않는 얼굴 하나가 있었다. 무려 세 번이나 오디션에서 떨어진 ‘신명철’이란 아이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던 것이다. 곧바로, 김태균 감독은 ‘신명철’ 군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한다. 그날 명철이는 마지막 오디션 현장에서 진짜 ‘준이’가 되었다. 명철이가 준이로 결정되기 직전, 명철이가 선보인 가슴 아픈 눈물 연기로 오디션 현장은 뜨거웠고, 그런 명철이를 바라보는 김태균 감독의 눈가 또한 촉촉히 젖어 있었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명철이의 남다른 진심연기는 곧바로 현장으로 이어졌다. 말 수 적고 순박한 모습의 산골 소년이 촬영 내내 슛 사인만 떨어지면 완벽한 ‘준이’로 변신, 단 번에 OK를 받아내는 재능을 선보인 것. 스탭들에게 ‘슛배우’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흡입력 있고, 가슴 찡한 연기를 펼친 그는 영화 <크로싱>이 찾아낸 또 하나의 자랑이다.
따뜻한 아버지 차인표, 2년만의 스크린복귀
영화 <크로싱>을 통해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차인표. 현재 북한의 함경도에서 살고 있는 용수 역을 위해 그는 촬영 두 달 전부터 실제 함경도 탈북자 두 분에게 함경도 사투리를 배우는 것과 동시에, 그곳에서 살아간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며 북한의 분위기를 몸소 익혀 나갔다. 또한 용수를 좀 더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 모든 운동을 열 달 동안 중단, 몸의 근육을 줄이고, 몸무게도 4킬로그램 정도 줄였다. 평범한 아버지로 분한 차인표는 용수를 연기하는 동안, 가족을 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용수의 진심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뻗어나옴을 느꼈다고 한다. <크로싱>을 통해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평범한 아버지, 아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 차인표의 진솔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