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성공을 거머쥔 남자, 청순함과 섹시함을 겸비한 여자의 운명적인 만남
미도리(마츠야 요코)와 아사미(미우라 아츠코)는 20대 초반의 배우 지망생으로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미도리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힘든 도시 생활에도 불구하고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꿈을 간직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반면 아사미는 부유한 IT업체 사장의 애인이 되어 화려한 생활에 빠져든다. 어느날 아사미는 IT업계 사장들의 모임이 열리는 파티 장소에 미도리를 데려간다. 그곳에서 미도리는 가장 영향력 있는 IT 업체 ‘잡스타’의 사장 사토루(카네코 노보루)를 만난다. 사토루의 친절에 반한 미도리, 미도리의 순수함에 반한 사토루는 급격히 가까워지는데…-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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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버블과 같이 잔 여자 ? 리뷰>more
IT 산업시대에 부활한 신데렐라 스토리
연기자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동경으로 온 ‘미도리’는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 여성이다. 하지만 첨단 국제 도시 동경의 화려한 외관 뒷면에는 불신과 음모로 얼룩진 어두운 사회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실체하는 것보다 실체하지 않으면서 현대인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IT 산업의 급성장은 후유증을 낳으며 ‘IT버블’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내었다. 미도리는 ‘IT 버블’의 실체, IT대기업 ‘잡스타’의 사장 ‘사토루’와 만나 결혼까지 하면서 한순간에 신데렐라가 된 것처럼 모든 이의 부러움을 산다. 사토루의 도움으로 주인공에 발탁되어 연기자의 꿈도 쉽게 이루어질 뻔하기도 하고, 친구 애인의 사업이 부도날 위험에 처하자 역시 사토루의 도움으로 M&A를 성사시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IT의 허상처럼 이 모든 것이 한순간 거품처럼 사라져 버린다.
이에다 쇼코 원작 소설, 1998년 이후 두번째 영화화
<야쿠자의 아내들> 시리즈로 유명한 이에다 쇼코는 소설가로서 자신의 많은 작품을 영화화 시킨 대표적인 인물이다. 1997년 발표한 [버블과 잔 여자(バブルと?た女たち)]은 이듬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그때는 금융업이 배경이었다. 금융업계를 흔드는 힘이 있으면서 멋있기까지 한 남자와 돈이 아닌 사랑으로 남자를 감싸는 여자의 소박한 사랑이 감수성을 자극한다. 주인공 남녀의 사랑과 반대로 돈을 좇는 여인들과 그런 여자들을 재미로 만나는 남자들의 자유분방한 관계가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IT 산업이 급부상하면서 10년이 지난 지금, 금융 버블은 IT버블로 바뀌고, 트랜드 드라마처럼 사랑과 질투, 성공와 실패가 95분 동안 숨가쁘게 전개된다.
사랑과 성공을 거머쥔 남자, 청순함과 섹시함을 겸비한 여자의 운명적인 만남
IT업계의 사장과 결혼하면서 한순간에 신데렐라가 되는 ‘미도리’ 역의 마츠야 요코는 <69 식스티나인>, <도쿄대학이야기> 에 출연하는 등 TV와 영화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에서는 소박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오히려 이런 모습이 배드씬에서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첫만남에서 피아노 연주로 미도리를 사로잡은 남자 ‘사토루’ 역에는 카네코 노보루가 출연한다. 바람둥이 재벌 캐릭터가 어울리는 수려한 외모와 애니메이션 성우로 다져진 굶은 목소리로 IT버블과 자려는 여자들의 선망이 대상이 된다. 둘은 온천 여행을 떠나 처음으로 사랑을 확인한다. 둘의 사랑이 진지한 만큼 처음은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서고 보는 이로 하여금 숨막히는 순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결혼 후 신혼집에서 다시 한번 뜨거운 정사를 나누며 두 배우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장르의 M&A. 기업영화와 에로영화의 오묘한 조화
IT 업계 사장들의 파티에는 젊은 여자들이 같이 한다. 이미 오랫동안 만남을 가져온 듯 한 친숙한 인상들이다. 남자들의 성공에 여자들은 몸으로 서비스한다. 미도리의 친구 ‘아사미’는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 화려한 생활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캐릭터이다. 같이 연기자의 꿈을 준비하던 친구이지만 미도리가 더 성공한 남자를 만나자 곧 질투하고 그녀의 행복을 빼앗으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 더 화끈한 서비스로 자신의 남자 ‘후지시로’를 사로잡는다. 여자에 눈먼 남자는 사토루를 무너뜨리기 위해 야쿠자의 검은 돈에 손을 대고 만다. 결국엔 야쿠자에 의해 여자도 잃고, 승승장구하던 ‘사토루’와 같이 내부자거래라는 불법행위로 적발되면서 빈털터리가 된다.는 제목처럼 영화 중반까지 침대 위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관계에 치중하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점점 기업영화로 변신한다. 사토루와 미도리의 신혼집이 검찰에 의해 무참히 유린당하는 장면은 마치 재현 드라마를 보는 듯 긴박감이 넘친다.
21세기 동경 첨단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품격 에로틱 무비
는 21세기를 주도하고 있는 IT의 속성과 성공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모습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실체가 없는 IT와 허황된 꿈을 꾸는 사람들. 즉 실체가 결핍된 사람들은 결국 또 다른 몸을 원한다. 성공한 IT업체의 남자 사장과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아리따운 여자들은 침대 위에서 서로의 몸이 어루만지며 실체를 확인하고 위안을 삼는다. 따라서 영화속 배드씬은 단지 벗은 몸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인 것이다. 동경에서 펼쳐지는 고품격 에로틱 무비 는 IT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서울로 배경을 바꾸더라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IT를 소재로 한 21세기 신데렐라 이야기는 2월21일 필름포럼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