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러시아가 세상을 향해 문을 열어젖힌 이래, 그곳에는 민주화의 바람이 거셌다. 적어도 러시아 밖에서 그곳을 바라보는 제3자들에겐 표면적으로 그래 보였다. 하지만 감독 알렉세이 미즈기레프가 한 청년의 모스크바 상경기를 통해 펼쳐 보이는 일상은, ‘민주화’라는 단어 자체를 무색하게 한다.
시민의 안전과 치안을 책임져야 할 군경은 온갖 부패와 부조리로 찌든 최악의 집단일 뿐이다. 그들은 제복의 힘을 빌려 마약, 매춘, 인신매매 등 돈이 되는 모든 일에 개입한다. 뇌물이 오가는 순간, 범인은 부자에서 빈자로 뒤바뀌고, 범죄수사가 장기화될 듯싶으면 돈 없고 힘없는 누군가가 범인으로 ‘급조’된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시민의 뒤통수를 치기 위한 함정수사 역시 일상사다.
감독은 이 초법 집단과, 역시 ‘자기만의 법’대로 살아가는 외골수 청년 안톤과의 기묘한 공존을 중심으로 동시대 모스크바의 현주소를 까발린다. 그러면서 반문하게 만든다. 최악을 처단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만의 법’ 집행자를 영웅으로 만드는 사회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혹은 불법은 불법으로 응징되어도 마땅한 것인가. 스타일은 투박하지만 데뷔감독다운 투지와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선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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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안전과 치안을 책임져야 할 군경은 온갖 부패와 부조리로 찌든 최악의 집단일 뿐이다. 그들은 제복의 힘을 빌려 마약, 매춘, 인신매매 등 돈이 되는 모든 일에 개입한다. 뇌물이 오가는 순간, 범인은 부자에서 빈자로 뒤바뀌고, 범죄수사가 장기화될 듯싶으면 돈 없고 힘없는 누군가가 범인으로 ‘급조’된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시민의 뒤통수를 치기 위한 함정수사 역시 일상사다.
감독은 이 초법 집단과, 역시 ‘자기만의 법’대로 살아가는 외골수 청년 안톤과의 기묘한 공존을 중심으로 동시대 모스크바의 현주소를 까발린다. 그러면서 반문하게 만든다. 최악을 처단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만의 법’ 집행자를 영웅으로 만드는 사회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혹은 불법은 불법으로 응징되어도 마땅한 것인가. 스타일은 투박하지만 데뷔감독다운 투지와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