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사키의 리사이클 공장 통근버스. 맨 뒷좌석에 야구모자를 푹 눌러 쓴 청년의 모습이 보인다. 스무살의 다케시마 나오키. 누구하고도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 어두운 눈빛의 이 청년에게는 남의 눈을 피하려는 이유가 있었다. 형인 다케시가 나오키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학비를 훔치러 저택에 들어 갔다가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몇번이고 되풀이 한 이사와 전직. 거의 손에 잡힐 듯 했지만 날아가 버린 개그맨이 되는 꿈.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와의 뼈아픈 이별. “형이 있는 한 내 인생은 끝장이다.” 이런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자포자기하는 나오키를 깊은 절망의 늪에서 구해 낸 것은, 언제나 현실을 직시하고 양지로 이끌어 준 유미코였다. 그러나, 그 작은 행복이 또 다시 위태로워지자 나오키는 결심한다. 담 너머에서 끊임없이 전달되어 오는, 이 꺼림칙한 “편지”라는 사슬을 끊어 버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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