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다코타. 여름엔 엄청 덥고, 겨울엔 엄청 추운 대평원. 여름엔 가뭄으로, 겨울엔 강추위로 송아지들이 죽어나가는 곳. 목장주이자 카우보이인 번 세이거는 ‘잃어버리려면 처음부터 가지지 않는 게 낫다’던 아버지의 말을 되뇌이며 극단의 계절 사이를, 그만큼 넓은 평원을 말 위에서 끄덕거리면서 돌아다닌다. 그가 보여주는 카우보이의 삶이란 우리가 흔히 보던 서부극에서 총과 마상의 질주를 제거한 것이다. 그 자리를 송아지의 탄생과 사육, 그리고 죽음, 죽음을 지켜보는 행위의 반복이 채우고 있다. 그 반복의 회로와 궤적을 같이 하며 자식들이 자라나고, 떠난다. 한 주에 250여 개의 목장이 문을 닫는 현실 속에서 세이거의 목장 역시 천천히 소실점을 향한 궤도를 그리며 나아가고, 그의 자식들의 인생의 전망 역시 거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존 알퍼트의 카메라가 담담한 것은 1980년에서 2003년에 이르기까지 24년 동안 그런 삶을 지켜본 결과일 것이다. 카메라는 세이거로부터 시작해서 그의 분가한 자식으로, 그리고 마을로 천천히 앵글을 넓혀나가다가 마침내 부인도 떠나서 혼자 남은 세이거의 외딴 집으로 돌아온다. 세이거가 자신의 소들을 바라보던 시선, 집착을 감춘 담담한 시선으로 사라져 가는 목장과 떠나가는 가족들을 바라보던 그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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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알퍼트의 카메라가 담담한 것은 1980년에서 2003년에 이르기까지 24년 동안 그런 삶을 지켜본 결과일 것이다. 카메라는 세이거로부터 시작해서 그의 분가한 자식으로, 그리고 마을로 천천히 앵글을 넓혀나가다가 마침내 부인도 떠나서 혼자 남은 세이거의 외딴 집으로 돌아온다. 세이거가 자신의 소들을 바라보던 시선, 집착을 감춘 담담한 시선으로 사라져 가는 목장과 떠나가는 가족들을 바라보던 그 시선으로.